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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아의 조각보 세상]코스피 5000 시대, 일하는 여성들의 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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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아의 조각보 세상]코스피 5000 시대, 일하는 여성들의 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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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임금격차 34.2%. 지난해 국내 10개 증권사의 임금실태 조사자료(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실 제공)를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에서 분석한 결과다. ‘코스피 5000’ 시대를 연 공간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들 증권사에서 여성이 사원에서 시작해 관리자가 되고 임원까지 승진할 수 있는 가능성은 20%도 되지 않는다. 사원급 여성 비율은 50%를 넘지만, 관리자급에서는 20% 수준으로 줄고, 임원급에서는 10%에도 못 미친다.

보험·증권·카드사·은행 등 금융산업에서 여성의 임금수준은 남성보다 훨씬 낮다. 입사부터 퇴직까지 존재하는 인사·승진의 성차별적 구조와 기간제 고용, 결혼·출산·육아로 인한 불이익 때문이다. 증권사의 경우 근속연수별 남성임금 대비 여성임금 비율을 살펴보면, 입사 후 5년 미만 사원들은 69.7%인 데 비해 5~10년 미만 경력자들 사이에서는 55.1%로 크게 낮아진다.

남성임금을 100만원이라고 할 때, 5년 미만 신입 여성들은 69만7000원을 받는다면, 오히려 5년 이상 10년 미만 근속한 여성들은 55만1000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결혼과 출산, 육아로 인한 모성페널티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10개 증권사 성별 임금격차 34%
임원급 여성 비율은 10%도 안 돼
대통령이 예고한 주식시장 정상화
노동자 성별 격차 해소 함께 가야

인문사회계 전공 졸업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분야가 금융산업이다. 상대적 고임금 덕분이다. 금융산업은 주가 역시 높고 장래 전망도 밝아 투자자들의 선호 업종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한국 주식시장의 정상화를 이끌어 국민들의 불안정한 노동소득을 보충하고 퇴직 후 노후 생활을 안정시킬 기회를 구축해갈 사명도 부여됐다. 지난주 코스피 5000 시대가 열렸다는 소식은 뉴스 첫머리를 차지했고 예상보다 훨씬 빨리 달성된 대통령의 공약에 많은 국민이 환호했다.

그러나 기대와 희망을 제조하는 그 일터에서 여성들도 같은 기쁨과 보람을 느꼈을까? 시시각각 등락을 거듭하는 붉고 푸른 숫자들 앞에서 느끼는 스트레스와 함께, 그만큼 오르지 않는 임금, 그보다 더 줄지 않는 격차를 생각하며 고민하지는 않았을까? 대통령이 예고한 주식시장의 정상화는 그 임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성별 격차 해소, 성별 노동조건 정상화와 함께 진행돼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사회의 정상화를 목표로 한 것으로 보인다. 자본과 대주주의 전횡을 규제하고 투자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주식시장의 정상화가 있다면, 노동자의 안전과 노동조건 개선, 임금 불평등 완화를 통한 노동(시장)의 민주화라는 과제도 추진 중이다. 2025년이 주식시장의 정상화 기점이 되었다면, 2026년은 노동(시장)의 민주화를 본격화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성평등 관점에서 노동시장 과제를 생각해본다. 첫째, 고용노동부에서는 ‘제도 밖 노동자’ 보호를 위한 ‘노동자 추정제’와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의 제정을 예고했다. 특수고용, 프리랜서, 플랫폼노동 등 현행 노동법의 울타리 밖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법적 분쟁에 처했을 때 노동자성 인정을 강화하고, 어떤 계약 상태이든 일하는 모든 사람의 안전과 공정한 노동조건을 보장하기 위한 선언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법적 소송이든, 권리의 선언이든 그 최종적 판단은 사람이 한다. 관련 위원회 전문가와 공무원의 역할이다. 그들이 성평등 관점을 숙지하고 실행하기 위한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올해부터 지방정부의 노동정책이 달라진다. 노동계에서는 지자체 노동정책의 법률적 근거를 만들고 지자체 소속 근로감독관을 배치하는 등 현장밀착형 노동행정이 확대되는 첫해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여성 노동자들이 소규모 사업장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이 정책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6월 지방선거는 물론, 지역 내 젠더 거버넌스의 구축과 성실한 운영을 통해 지자체의 성평등 노동정책 역량을 강화해가야 한다.

셋째, 중앙정부의 역할은 빼놓을 수 없다. 안타깝게도 현 정부 조직체제에서 여성고용정책을 ‘총괄’하는 부서는 없다. 노동부 ‘고용문화개선정책과’가 이 업무를 수행한다지만, 출산·육아 지원에 제한돼 있다. 성평등가족부에서는 성별고용공시제와 적극적 조치를 관장하지만, 이 역시 한정된 역할이다. 인공지능(AI) 시대 일자리 감소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여성은 더 큰 위험에 직면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노동시장 안팎의 성별 격차와 차별,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좀 더 큰 권한과 책임이 필요하다. 4년4개월 후 이재명 정부가 성별 임금격차를 크게 줄였다는 성과를 내놓을 수 있으려면.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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