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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극단주의적 혼탁함과 유튜브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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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극단주의적 혼탁함과 유튜브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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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탁한 강물도 배를 실어 나른다.” 유시민 작가는 정치유튜브의 가짜뉴스와 거친 표현에 관한 질문에 이렇게 답변한다. “진리는 자유롭고 공개된 논쟁에서 결코 패하지 않는다”는 존 밀턴의 사상의 자유시장론을 연상케 하는가 하면, 그래도 활용해야 한다는 현실론으로 들리기도 한다.

유튜브의 등장으로 언론 산업화 이후 불가항력으로 간주되던 경제적 시장진입 장벽에 강한 균열이 나타났다. 주류 언론에서 소외됐던 사람들이 대거 언론시장에 참여하게 됐고 과점적 시장은 해체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여러 정치유튜브들이 극단주의와 거짓, 조롱과 혐오, 욕설로 혼탁해진 것이 사실이다.

대다수 정치유튜브의 저널리즘은 ‘당파저널리즘(partisan journalism)’이라 할 수 있다. ‘객관주의 저널리즘’이 사실기사의 중립성, 그리고 의견과 사실의 분리를 표준으로 한다면, 이 유형은 특정 정파를 명시적으로 지지한다. 기성언론이 객관주의를 내세웠다고 ‘정치 플레이’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그 저널리즘 정치가 도를 넘어선다. 그러나 당파저널리즘은 형식과 내용의 정파적 주관성에서 대부분의 기성언론을 압도한다. 정치유튜브 시장은 헤게모니 투쟁의 중심무대가 되었다. 그리고 비상계엄 정국은 그들 중 보다 많은 수를 극단으로 치닫게 했다.

당파저널리즘은 18세기 이후 혁명기, 이념투쟁기, 전시와 같은 정치적 격동기에 등장했고, 주로 정치사회적 국면이 전환되면 약화되거나 소멸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정치유튜브들의 당파저널리즘은 계엄의 강을 건넌 후에도 쉽게 약화될 것 같지 않다. 정치유튜브는 정치적 주장을 상품으로 하는 상업적 경쟁의 장이기도 하다. 당파저널리즘은 디지털 마케팅 테크놀로지 및 대중들의 사회심리적 특성과 유기적으로 결합하면서 최적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기반한 타기팅과 멈춤 없는 리-타기팅을 핵심으로 하는 마케팅 방식은 정치 콘텐츠 상품에서 최상의 결과를 만든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용자들의 심리적 방어기제, 즉 특정 정치세력과 자신을 동일시하여 선택적으로 노출하는 이용 행태와 강하게 맞물려 작동한다. 빈틈을 찾기 어려운 마케팅 기술의 집요함으로 대중들이 확증편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소한의 통로마저 찾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인간은 복잡한 세계를 이분법적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레비스트로스의 주장을 따른다면 이항대립 구도로 대중들의 집단정체성이 형성되는 것은 정치미디어 산업에 매우 효율적인 사업 환경이다. 현실세계의 복잡성은 제거되고 소비자의 이해는 단순화한다. 감정적 편 가르기는 진영의 일원이라는 정체성 소비를 이끌어 내고, 충성고객들을 형성하여 반복구매를 촉진한다. 비교, 논쟁, 대립구도로 콘텐츠 제작이 쉽고, 메시지의 일관성으로 효과적 브랜드 포지셔닝이 가능하다. 비용은 대폭 줄어들고 수익은 극대화되는 것이다. 알고리즘이 미세한 정치적 적소 가치시장까지 찾을 수 있음에도 수많은 정치유튜버들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대중정치의 이분법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할 만큼 다양성이 없는 핵심적 이유이다. 이항대립의 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포지셔닝은 애매함이다. 치열한 시장경쟁으로 상황에 따라 극단주의적 블랙홀이 형성될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주관적이지만 가치와 사실을 중심으로 하는 주창저널리즘(advocacy journalism)적 전환이 미세하게 나타나는가 하면, 파시즘 수준의 극단성을 제외하고는 배제와 단절의 폐쇄성을 극복하려는 저널리즘적 실천도 보인다. 그럼에도 극단주의적 혼탁함이 정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유튜브는 정치적이지만 동시에 항상 경제적인 미디어산업이기 때문이다.

한동섭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한동섭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한동섭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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