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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훈련조교가 된 전문직 [뉴노멀-실리콘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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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훈련조교가 된 전문직 [뉴노멀-실리콘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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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도입으로 일자리를 잃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역설적이게도 자신을 대체할 인공지능을 훈련하는 ‘인공지능 교육 담당’으로 전환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일자리를 잃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역설적이게도 자신을 대체할 인공지능을 훈련하는 ‘인공지능 교육 담당’으로 전환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권순우 | 더밀크 서던플래닛장





“인공지능(AI)이 노동시장을 쓰나미처럼 강타하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최근 다보스포럼에서 던진 진단이다. 인공지능은 경제 성장의 엔진인 동시에 숙련된 노동자들을 일터 밖으로 밀어내는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지난 한해에만 미국에서 5만5천명의 노동자가 인공지능 도입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었고, 2026년 새해 벽두부터 메타, 시티그룹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인력 효율화’라는 이름 아래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 구조조정이 일시적인 경기 변동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산업의 구조적 재편이라는 점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전세계 기업의 41%가 5년 내 인공지능으로 인해 인력을 줄일 것이라 전망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미국에선 주목할 만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역설적이게도 자신을 대체할 인공지능을 훈련시키는 ‘인공지능 교육 담당자’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머코어(Mercor)가 고용한 3만명의 화이트칼라 프리랜서 명단에는 천문학자, 변호사, 시인, 의사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시간당 150달러에서 250달러의 보수를 받으며 인공지능에 전문 지식을 제공하고, 인공지능이 내놓은 결과물의 오류를 교정한다.



이른바 ‘화이트칼라 긱 이코노미’의 등장이다. 과거 긱 노동이 배달이나 운전 같은 물리적 노동에 국한되었다면, 이제는 인간의 사고력과 창의성이 데이터 조각으로 거래되는 시대가 됐다. 피부과 전문의가 의료 인공지능의 정확도를 높이고, 시인이 인공지능에 서정성을 가르치는 장면은 전문가와 기술의 협업이라기보다 생존을 위한 선택에 가깝다. 노동자가 자신의 숙련된 경험을 기계에 전수하고 나면, 그 기계는 더욱 정교해져 결국 노동자의 역할을 축소시킬 가능성이 크다.



“국가와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다시 묻는다. 이어 “필요한 새 기술과 이러한 기술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제통화기금은 최근 보고서에서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새로운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국가별로 서로 다른 정책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는 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한국은 기술 수요가 높고 인재도 풍부하지만 ‘미스매치’가 문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열과 인적 자원을 보유했지만, 현장에선 “인재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간의 경험을 가치 있는 데이터로 전환할 정책적 안목이 부재하고, 기존 노동 역량을 인공지능 시대에 맞게 재배치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중간 숙련직’의 위기는 심각하다. 선진국 구인 공고 10건 중 1건이 이미 새로운 인공지능 기술 역량을 요구한다. 과거의 주입식 교육과 경직된 노동 구조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인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전략 부재가 우리 경제의 과제로 남아 있다.



인공지능과 인간이 상호 의존하며 진화한다는 전망이 있지만, 현실의 힘은 이미 강력한 인공지능 인프라를 보유한 소수 기업과 국가로 집중되고 있다. 기술의 진보가 개인의 생존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지금, 단순한 ‘속도전’에 집중해선 안 된다. 기술의 확산이 가져올 불평등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 변화하는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정부는 생애 전반에 걸친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 재설계에 착수해야 하며, 기업 또한 구조조정이 가져올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기술은 결코 가치 중립적이지 않다. 인공지능이라는 쓰나미가 덮치기 전에, ‘인공지능의 스승’이 된 인간이 부속품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단단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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