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우진 기자) 대한민국 23세 이하(U-23) 대표팀이 베트남에 사상 첫 패배를 당하며 3~4위전에서 고개를 숙인 가운데, 베트남을 승부차기 승리로 이끈 이운재 골키퍼 코치도 시선을 끌고 있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U-23 축구대표팀은 24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홀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3~4위전에서 베트남과 전·후반 90분을 2-2로 비긴 뒤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6-7로 패했다.
한국은 이날 전까지 베트남과의 이 연령대 상대 전적에서 6승 3무로 압도적 우위를 점해왔으나 졸전 끝에 처음으로 패배하는 수모를 겪었다. 승부차기 승리 혹은 패배는 경기 뒤 무승부로 남지만 어쨌든 경기 직후엔 패자로 인정된다는 점에서 한국 축구에 굴욕적인 하루가 됐다.
이민성 감독 부임 이후 U-23 대표팀은 연습 경기와 친선 경기, 이번 U-23 아시안컵 등에서 호주, 사우디아라비아(2회), 중국, 우즈베키스탄, 일본, 베트남 등에 무려 7패째를 기록하게 됐다.
한국은 전반 30분 응우옌 꾸옥 비엣에게 선제골을 허용해 0-1로 끌려간 뒤 후반 24분 김태원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지만, 후반 26분 프리킥 상황에서 응우옌 딘 박에게 실점했다. 이후 후반 41분 골을 집어넣은 딘 박이 퇴장을 당하면서 한국이 수적 우세를 확보했는데, 후반 종료 직전인 후반 52분(추가시간) 신민하의 극적인 재동점포로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 가는 데 성공했다.
한국은 연장전에서 한 명 적은 상대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였으나 골을 넣지 못하며 승부차기까지 끌려갔다. 슈팅 수 32-5의 절대 우위가 무의미했다.
결국 승부차기에서 한국 7번 키커 배현서의 슛이 상대 골키퍼 까오 반 빈에 잡혔다. 베트남은 7명의 키커가 모두 득점에 성공하며 완벽한 승부차기를 보여줬다.
까오 반 빈 골키퍼가 해낸 '단 한 번'의 선방이 빛을 발한 셈이다.
그러면서 베트남 A대표팀과 U-23 대표팀 골키퍼들을 지도하고 있는 이운재 코치의 이름도 다시 축구팬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그는 2024년 11월부터 베트남 김상식 감독의 부름을 받아 베트남을 대표하는 골키퍼들 지도를 맡고 있다.
이운재 코치는 한국 축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설적인 골키퍼'다.
1994년부터 2010년까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A대표팀) 통산 A매치 133경기에 출전하며 손흥민(140경기), 홍명보, 차범근(이상 136경기)에 이은 최다 출전 4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데,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하며 사상 첫 월드컵 4강 신화의 중심에 섰다.
특히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호아킨 산체스의 킥을 막아내는 결정적인 선방을 기록하며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장면을 연출했다. 대회 당시 이운재는 안정적인 위치 선정과 강한 멘털을 앞세워 대회 내내 대표팀 최후방을 든든히 지켰다.
프로 무대에서도 그는 K리그를 대표하는 골키퍼로 활약했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황금기를 함께하며 K리그 우승 4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아시아 클럽 챔피언십' 우승 등을 경험했고, 2008년에는 골키퍼 최초로 K리그 MVP를 수상했으며 K리그 베스트 11에 통산 4회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선수 시절 이운재의 최대 차별점은 특유의 페널티킥 선방 능력이었다. K리그서 통산 58개의 페널티킥 중 26개를 막아내며 리그 역대 1위에 해당하는 PK 선방률(44.8%)을 기록했는데, 이번 3~4위전 승부차기에서 베트남 골키퍼 까오 반 빈이 보여준 침착한 대처와 결정적인 선방은 이운재 코치가 현역 시절부터 쌓아온 'PK 전문가'로서의 경험이 고스란히 반영된 장면으로 풀이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을 울린 마지막 순간의 중심에는, 한때 한국 축구를 구해냈던 승부차기의 상징 이운재의 이름이 자리했다.
사진=연합뉴스 / 베트남축구협회 / VN익스프레스
이우진 기자 wzyfooty@xports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