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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잇는 ‘희망 조각’”…고사리손 용돈 모아 캄보디아 학교 컴퓨터 기증

쿠키뉴스 김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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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잇는 ‘희망 조각’”…고사리손 용돈 모아 캄보디아 학교 컴퓨터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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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친구들 역시 소중한 꿈을 그리고 있단다.”

서울 영화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박시온(12), 박시엘(10) 자매가 양팔 벌려 컴퓨터 한 대씩을 안고서 캄보디아 깜뽕짬주의 한 마을길을 걷고 있다. 캄보디아의 한 초등학교에 컴퓨터를 전해주러 가는 길이다. 자매의 이번 방문은 외할아버지와 나눈 대화에서 비롯됐다.

앞서 외할아버지인 김동명 씨는 “캄보디아 친구들은 컴퓨터가 없어서 배우고 싶어도 공부를 못하고 있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학교와 일상에서 이미 익숙하게 컴퓨터를 사용하는 자매에게는 실감이 나지 않는 말이었다.

이야기 속 캄보디아 친구들의 환경은 열악했다. 20년 넘게 동남아 구호활동을 이어오며 나눔재단 월드채널을 이끌고 있는 외할아버지는 그 친구들의 꿈과 소망에 대해서도 자세히 들려줬다.

◇ 용돈 쪼개 3년간 모은 돈으로 마련한 컴퓨터

‘내가 그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마음 속에 남은 이 질문을 두고 자매는 스스로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내 자매들은 일주일치 용돈의 10분의 1을 꼬박꼬박 저축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용돈이 넉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방과 후 친구들과 먹는 간식이나 예쁜 팬시용품을 사고 싶은 유혹을 참는 게 만만치 않았다.

어느새 자매가 매주 모으는 것은 단순한 1000원짜리 지폐가 아니었다. 캄보디아 친구들의 꿈을 이어줄 ‘희망의 조각’이었다. 그렇게 절약을 실천하며 3년 가까이 계속된 계획은 마침내 두 대의 컴퓨터로 돌아왔다. 자매는 23일 깜뽕짬주의 폼 트마이 초등학교를 찾아 컴퓨터를 전달했다. 이 자리는 자매들이 그동안 품었던 나눔의 꿈과 캄보디아 친구들의 소망이 만나는 시간이 됐다.

◇ 바나나잎 얹은 친구의 집…“세상 밝히는 촛불”

컴퓨터 기증 후 자매는 학교를 나와 또래 캄보디아 친구들이 사는 마을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목격한 풍경은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말린 바나나잎을 엮어 만든 지붕은 바람이 불면 그대로 날아갈 듯 위태롭게 얹어져 있었다. 환대하는 친구를 따라 들어간 집은 전등조차 없어 어두침침했고, 흙바닥엔 엎드려 책을 보던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자매는 한국에서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을 떠올리면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활짝 웃으며 반겨주는 이 친구들처럼 우리는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요? 우리의 평범한 삶이 어쩌면 이 친구들에겐 기적 같은 소망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했어요. 불평하고 투정부리던 날들을 되돌아 봤어요”라고 말했다.



캄보디아 친구의 집을 나서며 자매는 친구의 손을 잡았다. 자매는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아프지 말자. 함께 꿈을 꾸고 멋진 어른이 돼서 세상을 밝히는 촛불이 되자. 매일 기도할게”라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이번 만남은 목사인 아버지 등 나눔을 일상에 둔 가족의 여정이기도 하다. 자매의 어머니는 “아이들이 스스로 유혹을 절제하며 나눔의 가치를 두고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며 “캄보디아 친구들의 생활을 접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