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상의·자원경제학회 ‘산업경쟁력 강화와 전기요금 세미나’ 개최
23일 대한상의회관 중회의실B에서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와 전기요금 세미나’에서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
AI 중심의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 시대에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저렴한 전력공급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시급하다는 전문가와 업계 목소리가 나온다. 낮아진 연료가격을 반영해 전기요금을 낮추거나 위기업종의 요금을 경감해 주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국전력 이외의 전력구매 활성화 등 기업이 자신에게 적합한 형태의 전력과 요금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개편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3일 상의회관 중회의실B에서 ‘산업경쟁력 강화와 전기요금 세미나’를 한국자원경제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박일준 대한상의 부회장, 조홍종 한국자원경제학회장(단국대 교수), 권남훈 산업연구원 원장 등이 참석했으며, 발제자로 정연제 서울과기대 교수, 이상준 서울과기대 교수, 이재윤 산업연구원 실장 등이 나섰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며 유가, LNG 등 연료비가 급등한 이후 한전 적자가 늘어나자 일곱 차례에 걸쳐 70% 정도 인상됐다. 특히 마지막 두 차례인 2023년 11월과 2024년 10월 인상 당시엔 주택용은 동결하고 산업용만 인상됐다.
하지만 대한상의는 2023년 유가 하락세가 지속돼 최근 국제유가가 60달러대 초반으로, 급등 이전인 60달러대 후반보다 떨어지고 액화천연가스(LNG)는 급등 이전 수준(10달러)으로 돌아왔는데도 산업용 전기요금은 인하 없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3개월 단위로 연료비 변동분을 반영하도록 돼 있는 ‘연료비 조정단가’ 역시 2022년 3분기부터 현재까지 kWh(킬로와트시)당 +5원의 상한선이 15분기 연속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조정단가를 장기간 묶어두는 것은 한전의 재정상황 등이 이유로 연동제 도입취지나 산업용에 치우친 요금인상 경과를 고려할 때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날 세미나에선 산업용 요금의 전체적 인하가 어렵다면 철강, 석유화학 등 구조적 위기를 겪고 있는 업종에 특화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안됐다.
2035 NDC(온실가스감축목표) 상향 등 탈탄소 전환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철강업은 2030년까지 시행하는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의 무상배출량이 약 20% 감소하고 EU CBAM(탄소국경조정제도)마저 올해 시행됨에 따라 3조원 이상의 자금이 추가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탄소감축을 위해 전기로 설치를 확대 중이지만, 전기로는 기존 고로보다 10배 높은 전력을 소비해 요금부담 급등을 감내해야 하는 처지다.
역시 글로벌 공급 과잉과 저가 공세가 겹치면서 극한의 생존경쟁에 내몰린 석유화학산업은 기존 범용중심 구조에서 고부가·첨단소재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해야 하는 상황으로, 최근 통과된 ‘석유화학특별법’의 실질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특례 전기요금제 마련 등 비용경감 지원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전기요금이 높은 유럽을 중심으로 산업경쟁력 보호차원에서 전력회사에 보조금을 지원해 전기요금 인상을 낮추는 정책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독일은 올해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한 상한제를 시행할 예정이며, 영국도 전기요금과 망요금 인하가 추진되고 있다. 중국은 정부가 나서 전력직거래를 적극 권장하고 전력판매경쟁을 확대하여 전기요금을 구조적으로 낮추고 있다.
아울러 전력산업 구조가 기업이 자신에게 맞는 전력과 요금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전 이외의 다양한 전력구매계약을 확대하고 한전의 투자부담 완화와 전력망 건설속도를 높이기 위한 민간참여 허용, 더 나아가 전력판매경쟁을 통해 원가상승을 억제하는 효율적 전력시장제도로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산업용 요금은 이미 한계상황이므로 추가 인상은 곤란하며, 주택·농사용 등 타 용도의 요금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해법으로 △최대사용전력 기준으로 부과하는 기본요금 산정방식의 유연화 △기업 이탈방지를 위한 산업용 요금인하 △위기업종의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 완화를 비롯한 ‘요금 구조의 전면적 혁신’을 주문했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한전으로부터 벗어나 직접 전력을 구매하는 탈한전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는 현행 전력시장이 기업의 니즈에 맞는 상품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신호로, 분산에너지 시대와 에너지 신산업화에 맞게 기업들의 전기요금 선택권을 다양화하고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홍종 한국자원경제학회장(단국대 교수)은 환영사를 통해 “전력산업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단기적 조치가 아니라 전기요금의 가격기능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불합리한 용도별 요금제를 폐기하고 소비자별로 전력생산, 송전, 배전의 총괄 원가를 반영해 부과하는 소매요금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가와 연동되지 않는 전기요금 체계는 에너지 소비와 국가자원분배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전력산업발전을 제약하기 때문에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목표 달성을 위해서도 제도 개선이 빠르게 추진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의 첨단산업에 안정적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수요자와 공급자간 적극적인 전력구매계약을 확대하게 해 전력시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