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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JP 데스크 칼럼] 머스크의 앞서가는 시간표, 결국 이기는 건 준비된 사회

아주경제 서혜승 AJP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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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JP 데스크 칼럼] 머스크의 앞서가는 시간표, 결국 이기는 건 준비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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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안에 로봇이 의사를 대체할 것이라고 말해온 일론 머스크는 처음으로 참석한 세계경제포럼 (다보스 포럼)에서 "내년 말쯤에는 일반 대중에게 휴머노이드 로봇을 판매할 수 있을것"이라고 장담했다. 과장처럼 들릴 수 있는 예측과 달리, 이번 발언에는 구체적인 생산 일정이 동반됐다. 기술이 더 이상 ‘언젠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산업 현장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신호다.

머스크의 시간표는 늘 현실과 괴리가 있었다. 완전자율주행, 인공지능 일반지능(AGI), 대량 로봇 보급까지 그는 여러 차례 시점을 앞당겨 제시했고, 그때마다 현실은 늦어졌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역시 아직은 제한된 작업만 수행하는 단계다. 다양한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복합 업무를 수행하기까지는 센서 신뢰성, 배터리 지속 시간, 안전성 검증 등 넘어야 할 기술적 장벽이 분명히 남아 있다.
그럼에도 이번 발언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가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진전 속도가 과거의 산업용 로봇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전동식 액추에이터, 배터리 기술이 동시에 성숙하면서 로봇은 더 이상 고정된 자동화 설비가 아니라, 인간의 작업 공간으로 직접 들어오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의료·돌봄 분야에서 ‘의사 대체’라는 표현은 과장일 수 있지만, 제조 현장에서의 변화는 이미 가시권에 들어왔다.

한국의 생산 현장은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현장 투입에 대해 “노사 합의 없이는 단 한 대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개 반대 입장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기술 자체에 대한 거부라기보다, 로봇 도입이 고용과 노동 강도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구조적 우려에 가깝다.


숫자를 보면 불안의 근거는 명확하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 한 대의 연간 유지비는 약 1,400만 원 수준이다. 반면 현대차 주요 계열사의 1인당 평균 인건비는 1억 원을 훌쩍 넘는다. 로봇은 교대도 필요 없고, 파업도 없으며, 해외 이전도 필요 없다. 생산성 관점에서 기업이 로봇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노조의 불안은 감정이 아니라 경험에서 나온다. 과거 자동화와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도 “일자리는 줄지 않는다”는 설명은 반복됐지만, 현장에서는 직무가 사라지고 노동 강도가 재편됐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단순 자동화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인간의 작업 영역과 겹친다. 이번 변화가 더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무엇인가. 로봇 도입을 막을 것인가, 아니면 관리할 것인가. 글로벌 제조 경쟁 환경에서 특정 기업이나 국가만 로봇 도입을 멈추는 선택은 현실적이지 않다. 결국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준비의 방식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설계다. 로봇이 맡게 될 업무와 사람이 맡아야 할 업무를 구분하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직무를 어떻게 재구성할지부터 논의해야 한다. 로봇 도입으로 발생하는 생산성 이익을 기업이 독점할 것인지, 임금·근로시간·재교육의 형태로 노동자와 나눌 것인지에 대한 원칙도 분명히 해야 한다. 재교육과 직무 전환은 구호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경로여야 한다.

제도 역시 막연한 미래 기술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미 공장에 들어오고 있는 기술을 ‘아직은 먼 이야기’로 미루는 순간, 정책은 항상 뒤쫓게 된다. 그 결과는 불필요한 실업과 갈등, 그리고 더 큰 사회적 비용이다. 기술의 속도에 맞춰 제도를 설계해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머스크의 예측이 3년 안에 현실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휴머노이드 로봇이 생산 현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는 방향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다. 로봇은 이미 시험 생산 단계에 들어섰다. 문제는 로봇이 아니다.

그 변화를 어떻게 준비하고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의 선택이다.
앞서 말하는 사람보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사회다.
22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EPA=연합뉴스)

22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EPA=연합뉴스)




서혜승 AJP 편집국장 ellenshs@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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