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서울경제TV 언론사 이미지

IBK기업은행 장민영 체제, '연체·정책·조직' 3중 시험대

서울경제TV 이연아 기자 yalee@sedaily.com
원문보기

IBK기업은행 장민영 체제, '연체·정책·조직' 3중 시험대

서울맑음 / -3.9 °

[서울경제TV = 이연아 기자] 중소기업 신용위험이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국면에서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경기 둔화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연체 위험이 본격화하고 있고, 기업은행이 그 충격을 가장 먼저 흡수하는 구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새 수장으로 장민영 IBK자산운용 대표가 내정되면서, 기업은행은 건전성 관리와 정책금융 수행, 내부 조직 안정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한국은행, 2025년 4분기 대출행태서베이 결과 <신용위험>

한국은행, 2025년 4분기 대출행태서베이 결과 <신용위험>



한국은행이 지난 19일 발표한 ‘2025년 4분기 대출행태서베이’는 현재의 신용 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은행은 제조업·건설업·도소매업 등 경기 민감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 신용위험이 2026년 1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대내외 경영여건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누적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대출행태서베이는 은행들이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여신 심사 여건과 연체 가능성을 반영하는 지표라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단순한 전망을 넘어 신용 사이클 하강 국면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거시 환경은 기업은행의 지표에 이미 반영되고 있다. 기업은행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대출 연체율은 1.00%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1분기(1.02%)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 분기(0.91%) 대비 0.09%p 상승한 수치다. 기업 대출만 놓고 보면 연체율은 1.03%로, 2010년 3분기(1.08%)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평균 0.53% 수준인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과 비교하면, 기업은행의 연체율은 두 배 가까이 높다.

이 같은 차이는 단순한 관리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기업은행은 전체 대출의 약 90%가 중소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제조·건설·도소매 등 경기 변동에 민감한 업종의 중소기업 비중이 높을수록, 경기 둔화 국면에서는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매출 감소나 원가 부담이 곧바로 현금흐름 악화로 이어지고, 이는 상환 능력 저하로 직결된다. 한국은행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목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기업은행이 지난해부터 부실채권 매각을 크게 늘리고 있는 것도 이런 구조적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3분기까지 약 1조1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각했고, 4분기 추가 매각까지 포함하면 연간 기준으로는 부실채권 매각 규모가 1조7500억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서는 이를 자산건전성 방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본다. 연체가 본격화하기 전에 손실을 선제적으로 확정하고 자산을 정리함으로써, 향후 건전성 지표의 급격한 악화를 막기 위한 대응이라는 평가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위원회는 22일 신임 기업은행장으로 장민영 IBK자산운용 대표를 임명 제청했다. 장 내정자는 자산운용업계에서 비교적 보수적인 운용 성향과 리스크 관리 역량을 인정받아 왔다. IBK자산운용 대표 재임 기간 동안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국면에서도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낮추고 안정적인 운용 성과를 유지했다는 평가가 많다.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이력이 현재 기업은행이 처한 환경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장민영 체제가 가장 먼저 마주할 과제는 단연 건전성 관리다. 중소기업 신용위험이 구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연체율 상승 속도를 얼마나 억제하느냐가 향후 기업은행 평가의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단기 실적 개선보다는 자산 질 관리와 리스크 조기 인식 체계 강화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대손충당금 적립과 부실채권 관리 전략이 경영 성과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책은행으로서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현재 내부적으로 혁신 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위축시킬 수는 없지만, 동시에 건전성 악화를 방치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 정책금융 확대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장민영 체제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생산적 금융을 지속하면서도 연체율 상승을 최소화하는 균형 감각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장 내정자가 향후 업무 추진에 있어 동력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서는 내부 조직 안정이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기업은행은 임금·단체협약 결렬 이후 23일 아침 노조의 출근길 저지 등 노사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대외 환경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내부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건전성 관리와 정책금융 수행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장 내정자가 조직 내부와의 소통을 통해 신뢰 회복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근 기업은행의 연체율 상승과 부실채권 매각 확대를 개별 은행의 관리 실패로만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기업 신용위험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정책금융기관이 그 부담을 가장 먼저 떠안는 구조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오히려 기업은행의 지표는 한국 경제 전반의 중소기업 신용 사이클을 선행적으로 보여주는 바로미터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장민영 체제가 출범하게 되면 기업은행은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 속에서 리더십의 시험을 받게 된다. 건전성 관리, 생산적 금융, 조직 안정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기업은행은 위기 관리 능력을 입증할 기회를 맞을 수도 있다. 향후 1~2년간 기업은행의 연체율과 자산 건전성 지표는 단순한 은행 성과를 넘어, 한국 중소기업 금융의 현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yalee@sedaily.com


이연아 기자 yalee@sedaily.com

[ⓒ 서울경제TV(www.sentv.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