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법인 투자가이드라인 논의
일각 “상한 캡 보수적인 수치” 지적
일각 “상한 캡 보수적인 수치” 지적
금융당국이 상장법인의 디지털자산 투자 공시 기준을 ‘자기자본의 3%’ 수준으로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인이 이를 넘는 규모로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디지털자산에 투자하면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를 개최하고 투명하게 알리겠단 구상이다.
23일 디지털자산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문 투자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한 유관기관 태스크포스(TF) 실무회의에서 투심위 개최 기준으로 ‘자기자본의 3%’을 제시했다. 투심위는 투자를 결정하기 위한 기구로 통상 대규모 투자 시 위험 관리 및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해 회사 내부 규정에 따라 설치해 운영된다. 법인이 자기 자본의 3%를 넘는 규모로 디지털자산에 투자하면 투심위를 거친 후 공시토록 하겠다는 의도다. 3%는 증권사가 자기자본투자(PI) 시 투심위를 설치해야 하는 동일한 기준을 차용했다.
당국은 법인의 가이드라인을 준비하면서 내부 통제 강화에 중점을 두고 이 같은 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투심위를 열고 내부통제위원회를 통해 외부 인원의 감시를 거쳐 객관적인 투자를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투심위·내부통제위원회가 없을 시 이사회 승인 등을 거치는 방안도 거론됐다. 아직 법인 투자 가이드라인은 논의 중인 단계로 업계 및 공정거래위원회 등 유관 부처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
법인 투자 가이드라인은 강제성을 띤 법률이 아닌 ‘권고’지만 사실상 시장의 지배적 기준으로 간주 된다. 이를 지키지 않더라도 문제 삼기 어렵지만, 해킹·내부 통제 위반 등 문제 발생 시 가중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인들은 가이드라인에 적시된 기준에 따라 투자·공시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형식만 가이드라인 자율 규제일 뿐 시장에 적용되는 원칙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인이 디지털자산을 투자할 경우 ‘상한 캡’도 논의 중이다. 금융위는 자기자본의 5% 수준까지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당국은 상장법인이 법인 투자 허용 초기부터 무리한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디지털자산을 매입하는 과열 분위기를 경계하고 있다.
당국은 업계 및 유관 부처 의견 수렴을 진행할 예정이다. 디지털자산 거래소는 각 사 의견을 종합해 견해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5% 상한 캡을 두고 보수적인 수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경우 국내에서는 미국 스트래티지, 일본 메타플래닛 등 디지털자산을 전략적으로 매입하는 ‘디지털자산재무기업(DAT)’ 모델이 생겨나기 어렵다. 법인마다 자기자본의 편차가 큰 만큼 이를 고려한 폭넓은 수준의 허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디지털자산업계 관계자는 “투자 목적에서 일반 기업의 포트폴리오 구성할 경우 위험자산의 5% 배정이 적절하다는 견해가 있지만, DAT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자기자본이 낮아 제약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법인 투자는 늦어도 연내 허용될 것이란 관측이다. 가이드라인 마련되면 상장사 및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법인(금융투자상품 잔고 100억원 이상) 약 3500개사가 시장의 잠재적 참여자가 된다.
한편 금융위는 “전문투자법인의 가상자산 참여 방안과 관련해 민관TF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논의 중에 있으며, 법인의 투자 한도 및 공시 기준에 관련 정부 입장 등은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유동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