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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은 끝없이 오를까, 단박에 꺼질까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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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은 끝없이 오를까, 단박에 꺼질까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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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값, 온스당 100달러 사상 첫 돌파"<로이터>
2024년 9월, 중국 상하이의 주거용 건물들. 2024년을 기준으로 중국 부동산 투자 규모는 2021년에 견줘 3분의 1 가까이 줄었다. 로이터 연합뉴스

2024년 9월, 중국 상하이의 주거용 건물들. 2024년을 기준으로 중국 부동산 투자 규모는 2021년에 견줘 3분의 1 가까이 줄었다. 로이터 연합뉴스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구교환·문가영 주연 영화 ‘만약에 우리’의 원작은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다. 2007~2017년 베이징을 배경으로, 급격한 경제성장 속 부침을 겪는 아련한 청춘을 다룬 이 영화는 사실 ‘집을 둘러싼 투쟁’처럼 보인다. 사랑하는 연인은 허름하고 어두운 대도시의 좁은 방을 전전하면서 보금자리 찾기에 열중하는데, 그들이 고투하던 2000년대 초는 중국에서 역사상 최대의 주택 붐이 일어나기 직전이었다. 너도나도 내 집 갖기에 바빴고 2010년대 중국의 주택 소유율은 80%를 넘어섰다. 하지만 2016~17년께부터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한때 ‘부동산 공룡’으로 일컬어지던 개발업체 에버그란데(헝다)는 선분양으로 급속히 성장하다가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으며, 2024년을 기준으로 중국 부동산 투자 규모는 2021년에 견줘 3분의 1 가까이 줄었다.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 2007~2017년 베이징을 배경으로, 아련한 청춘을 다룬 이 영화는 사실 ‘집을 둘러싼 투쟁’처럼 보인다. 넷플릭스 제공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 2007~2017년 베이징을 배경으로, 아련한 청춘을 다룬 이 영화는 사실 ‘집을 둘러싼 투쟁’처럼 보인다. 넷플릭스 제공


부동산 폭발과 폭락을 겪은 일본의 부동산 시장이야말로 3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 동아시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1980년대 거품 경제 시기 6개 대도시의 상업용 토지 가격은 500% 넘게 치솟았는데, 이 상승세는 지금까지 세계적 기록으로 남아 있다. 토지 가격 폭등의 배후에는 ‘토지신화’가 있었다. 일본 주식 시장은 토지 가격 상승과 경제적 번영에 힘입어 수직 상승했으며 1989년 12월31일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사반세기 가까운 기간 동안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1980년대 말 일본의 총 토지 가치는 미국의 4배 이상이었지만 금리를 올려 “토지 거품을 의도적으로 터뜨린 결과” 30년이 넘도록 일본 경제는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함정에 빠진 것이다.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의 원제는 ‘토지 함정’(The Land Trap)이다. 토지 가격이 상승하든 하락하든 커다란 변화가 발생할 때 개인과 국가 모두 엄청난 위험에 직면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부자 나라든 가난한 나라든 ‘토지의 덫’을 피한 나라는 극히 드물고, 이 덫에 걸렸다가 무사 탈출한 나라도 찾기 힘들다. 덫에 걸리면 장기적으로 많은 사람과 국가에 치명적인 피해가 불가피하므로 대도시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토지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먼저 일깨우자는 뜻이 담겼다.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 l 마이크 버드 지음, 박세연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2만5000원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 l 마이크 버드 지음, 박세연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2만5000원


책은 3200년 전 고대 바빌론 시대부터 지금까지 인류가 왜 이렇게 오래된 자산인 토지에 집착하는지 살핀다. 토지는 수천년의 시간을 거치며 수십억 인구가 부를 일궈내는 원천이자 가구, 기업, 국가의 성공 또는 실패를 결정짓는 핵심 자산이 되었다. 지금도 520조 달러에 이르는 세계 실물 자산에서 토지 비중은 35%에 이른다. 토지가 금융과 연동되는 자본주의가 심화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올랐을 때 기회를 잡은 승자와 그렇지 못한 패자로 나뉘어 자산 격차가 벌어졌고 불평등이 강화됐다. 토지는 심리, 정치, 경제가 거미줄처럼 얽혔고, 섣불리 건드렸을 때 붕괴를 피할 수 없다.



저자는 미국의 사례를 특히 자세히 묘사한다. 미국은 초창기 금융 개척자들이 토지를 활용하여 신용을 창출하는 방법을 개발한 나라였으며, 세계의 많은 나라가 그 뒤를 따랐다. 19세기 미국의 사상가 헨리 조지는 ‘진보와 빈곤’(1879)을 통해 토지를 가져서 얻게 되는 경제적 이득 100%에 세금을 부과하는 ‘단일세’를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여러 나라에서 실험되고 찬반 논란을 거치면서 토지에 대한 법과 규칙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려주는 가늠자가 됐다.



중국과 일본이 부동산 거품과 하강을 겪은 데 반해 싱가포르는 경우가 좀 달랐다. 홍콩만 해도 토지를 국유화하고 이를 재정 수입원 삼아 소수 부동산 개발 업체에 엄청난 부를 몰아주고 살인적인 집값을 이뤘는데, 싱가포르는 정부가 시민들을 위해 의도적으로 낮은 주택 가격 정책을 펼쳐 토지 자산의 효과가 고르게 배분되게 했다. 자산 기준으로 하위 50%의 가구가 국가 전체 주택 자산의 25%를 소유하는 싱가포르와 달리, 홍콩·런던·뉴욕 등은 하위 50%가 소유한 주택 자산 비중이 사실상 0%다. 싱가포르의 공정한 토지 및 주택 모델은 경제 활력을 촉진했다. 조지가 150년 전 품은 이상을 충실하게 구현한 나라가 된 것이다.



영국 출신의 금융·경제 전문 기자인 저자 마이크 버드는 트위터(현 X)에서 이름난 경제 인플루언서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때부터 주택 문제와 글로벌 금융위기의 상관성에 몰두했다. 대학에서 역사와 정치학을 공부한 저널리스트답게 각국의 정치나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남다른 이해와 통찰을 보여준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현재 시도하고 있는 새로운 부동산 규제 정책과 보유세 인상 논의를 거론하며, 그런 상황 인식이 옳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부동산 열기를 가라앉히려다 실패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빗대, 충분한 주택 공급 없는 대출 규제는 임시방편에 불과하고 “잘못된 전선을 자른다면 그 결과는 재앙”이라 경고한다. 이 책의 상당 부분은 각국 정부들이 조세 제도와 금리 인상, 대출 규제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조정하려다가 ‘토지의 덫’에 빠지고 만 사례를 다루는 데 집중한다.



해방 이후 미국이 주도한 남한의 토지 개혁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는 점도 그렇거니와, 과열된 부동산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는 결말 부분에 이르면 다소 의아하고 모호한 부분이 없지 않다. 저자는 토지 자본이 특별한 혁신이 아니라 전적으로 거의 우연에 따라 자산을 증식하도록 했으니, 온건한 토지 가치세를 도입하면서 토지에 대한 세제 혜택과 우대 정책을 폐지한다면 거품 붕괴 위험이 줄어들 것이라 확신한다. 그러나 서구 대도시 가운데 주택 공급에 성공한 사례가 없었으며, 엄청난 규모의 토지에 세금을 부과하려는 모든 시도가 소유주의 이해관계와 정면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도 말한다.



이 책 역시 토지의 덫에 걸리지 않거나 덫에 걸렸을 때 무사 탈출할 수 있는 화끈한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토지를 둘러싼 치열한 투쟁과 역사적 교훈을 아는 것부터 시작하자는 주장, 디지털 시대에 여전히 땅은 가장 안전한 담보라는 설명만큼은 전적으로 공감하게 된다.



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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