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비즈 언론사 이미지

[기자수첩] 쿠팡을 겨냥한 무신사의 딜레마

조선비즈 권유정 기자
원문보기

[기자수첩] 쿠팡을 겨냥한 무신사의 딜레마

서울맑음 / -3.9 °


무신사는 국내 패션 플랫폼 1위를 넘어 이커머스 1위 쿠팡의 자리까지 넘볼 만큼 외형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한때 ‘패션계의 쿠팡’을 표방하던 무신사는 쿠팡과 정면으로 각을 세우며 시장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 무신사는 쿠팡을 향한 저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보상안을 연상시키는 쿠폰 지급 이벤트를 진행한 데 이어 쿠팡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과 색상을 차용한 프로모션까지 선보였다.

사실상 경쟁사인 쿠팡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이다. 무신사의 공세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양사는 수년간 인재 영입과 사업 영역을 둘러싸고 경쟁했고, 지난해에는 전직 임원을 둘러싼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법적 분쟁까지 이어졌다.

2023년 쿠팡플레이 콘텐츠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훼손 논란도 양사의 틀어진 관계를 보여준다. 당시 쿠팡플레이 코미디 시리즈 ‘SNL 코리아’에서 한 신입 사원이 무신사 옷을 입고 출근했다가 ‘무신사 냄새 난다’ 등 평가받는 상황이 묘사되며 브랜드를 희화화했다는 논쟁으로 번졌다.

무신사 입장에선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신뢰가 흔들린 쿠팡을 겨냥한 메시지가 효과적인 선택일 수 있다. 실제로 무신사 외에도 유통업계 전반에선 쿠팡 이용을 줄이거나, 탈퇴한 이른바 ‘탈팡’ 고객을 흡수하려는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문제는 쿠팡 저격수를 자처한 무신사에서 쿠팡이 계속 겹쳐 보인다는 점이다. 빠른 외형 확장과 사업 다각화를 통한 성장세도 그렇지만, 경영진의 대내외 소통 방식, 성과 중심 조직 문화 등 쿠팡이 성장 과정에서 이미 지적받은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패션 플랫폼으로 출발한 무신사는 몇 년 새 뷰티, 리빙, 푸드, 오프라인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공격적인 카테고리 확장을 통해 몸집을 키운 쿠팡의 방식과 다르지 않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외형을 불리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을 감안해도 ‘문어발식’이라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대외 노출을 꺼리는 조만호 대표를 비롯한 소수 경영진을 중심으로 한 폐쇄적인 의사 결정 구조도 우려스럽다. 창업주의 강한 리더십은 초기에는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지만,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대내외 소통과 거버넌스 균형은 중요하다.

조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부동산 등 투자 확대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본업과 거리가 있는 자산 투자 비중이 커지면서 금융권에서 자본 구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고, 일부 투자자와는 의견 충돌도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작년부터 조직 효율을 높인다는 취지로 도입한 성과 중심 인사 평가 제도까지 쿠팡과 닮은꼴이다. 쿠팡은 물론 네이버 등 정보기술(IT) 회사에서 운영 중인 저성과자 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성원들 사이에선 성과와 자진 퇴사를 압박하는 수단이라는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IPO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무신사가 직면한 문제들은 단순 논란을 넘어선다. 투자자들은 단기 매출이나 사업 규모뿐 아니라 거버넌스, 리스크 관리, 장기적 기업 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반복되는 지적과 소통 공백은 회사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그동안 쿠팡이 노동 환경 논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을 거치며 맞이한 수차례의 변곡점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창업주로서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강한 자기주장과 추진력은 고속 성장을 가능하게 했지만, 책임과 소통 공백은 결국 리스크로 돌아왔다.


쿠팡과 직접적으로 비교될 만큼 무신사의 경쟁력이 커진 것은 분명하다. 다만 쿠팡을 비롯한 경쟁사를 향한 메시지가 강해질수록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과 기준은 더 엄격해진다. 성장의 궤적이 닮았다면, 그만큼 감당해야 할 책임과 부담도 커진다는 점을 유념할 때다.

권유정 기자(yoo@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