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View] 북 핵보유국 전제한 이재명 대통령
미·북 정상회담의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해 온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4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북아 방문을 앞두고 미국과 북한에 위험한 제안을 했다. 이 대통령은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전제한 ‘군축 협상’이라는 새로운 접근법을 공개적으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와 관련, “1단계로 가장 현실적인 중단 협상을 하고, 그다음 핵 군축 협상을 하자”고 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는 ‘이상적인 접근법’에서 벗어나, 현실적으로 대응하자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취임 후 북핵 군축 협상을 하자고 명확히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지난해 무산됐던 트럼프·김정은 회동 가능성을 다시 쏘아 올리고 있다. 만약 이 대통령에 이어 트럼프가 군축 협상을 시사하면, 김정은으로서는 지난해 10월 경주 APEC 때보다 훨씬 높아진 ‘몸값’으로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제안은 특히 워싱턴포스트가 사흘 전 사설을 통해 비핵화 대신 군축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신문은 “한반도 비핵화는 더 이상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핵탄두와 미사일 수를 제한하는 협상이 오히려 실질적인 위험 관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장은 “이 대통령의 제안은 워싱턴포스트가 제시한 군축 협상 논리와 똑같다”며 “북핵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일단 동결, 감축시키는 것이 낫다는 워싱턴 비확산론자들의 시각, 특히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 특사의 논리가 반영돼 있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사설은 백악관과 미국 외교·안보 전문가 사회에 퍼져 있는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기에 이 대통령의 제안이 공론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와 관련, “1단계로 가장 현실적인 중단 협상을 하고, 그다음 핵 군축 협상을 하자”고 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는 ‘이상적인 접근법’에서 벗어나, 현실적으로 대응하자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취임 후 북핵 군축 협상을 하자고 명확히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지난해 무산됐던 트럼프·김정은 회동 가능성을 다시 쏘아 올리고 있다. 만약 이 대통령에 이어 트럼프가 군축 협상을 시사하면, 김정은으로서는 지난해 10월 경주 APEC 때보다 훨씬 높아진 ‘몸값’으로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제안은 특히 워싱턴포스트가 사흘 전 사설을 통해 비핵화 대신 군축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신문은 “한반도 비핵화는 더 이상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핵탄두와 미사일 수를 제한하는 협상이 오히려 실질적인 위험 관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장은 “이 대통령의 제안은 워싱턴포스트가 제시한 군축 협상 논리와 똑같다”며 “북핵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일단 동결, 감축시키는 것이 낫다는 워싱턴 비확산론자들의 시각, 특히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 특사의 논리가 반영돼 있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사설은 백악관과 미국 외교·안보 전문가 사회에 퍼져 있는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기에 이 대통령의 제안이 공론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2023년 3월 27일 핵무기 공장을 방문한 사진. 신문은 '화산-31'로 명명된 것으로 보이는 새 핵탄두 추정 물체가 대량생산된 모습도 전격 공개했다./노동신문 뉴스1 |
트럼프는 지난해 수 차례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하며 미·북 정상회담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그가 노벨 평화상에 강한 집착을 보여 왔다는 점에서, 북핵 동결 또는 감축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노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트럼프가 4월 동북아 방문을 염두에 두고 이미 미·북 회담 준비에 착수했다는 관측도 있다. 이달 초 트럼프가 신임하는 케빈 김 주한 미국 대사대리는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의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후커 차관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깊숙이 관여했으며 지금은 국무부에서 대북 정책을 총괄한다. 케빈 김은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를 수행, 북한을 방문하며 의제 조율 등의 실무를 담당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북한 문제를 다뤄본 경험이 있는 인사들이 국무부에 다시 모여 미·북 정상회담을 준비중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쌍중단,쌍궤병행과도 맞닿아
이 대통령의 군축 협상 제안은 중국이 그동안 주장해 온 북핵 해법인 ‘쌍중단·쌍궤병행(雙中斷·雙軌竝行)’과도 맞닿아 있다. 쌍중단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지를 동시에 하자는 구상이고, 쌍궤병행은 한반도 비핵화와 미·북 평화 체제 전환을 병행하자는 접근법이다.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난 4~7일 중국 국빈 방문 당시 시진핑 주석과 이 문제를 논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과 핵 군축 협상을 통해 현상 유지 또는 안정화를 도모하는 것은 이재명·트럼프·시진핑 등 한·미·중 3국 정상 모두가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지점이다. 또 김정은은 2019년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 의지 부족’을 이유로 ‘하노이 노딜’의 굴욕을 당했는데, 이번에는 그럴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달리 생각할 수 있다. 무엇보다 김정은은 트럼프와 군축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만으로도 북한 안팎에 핵 보유 성과를 과시할 수 있다. 군축 협상 과정에서 대북 제재를 부분 또는 전면 해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에게 유리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핵 보유국 인정 역풍 불 수도
한 전문가는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해 마두로 대통령을 압송한 사례를 지켜본 김정은으로서는 또다시 대화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트럼프를 만나지 않을 경우 그의 ‘보복’을 우려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트럼프의 관심이 베네수엘라나 그린란드 등 다른 현안으로 옮겨가 있어 미·북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를 ‘뒷배’로 확보한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이 핵 군축 협상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김정은이 과연 응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핵 군축 협상 제안은 북한의 제네바 합의, 9·19 공동성명 파기를 사실상 ‘사면’해주고,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실패할 경우 부담이 크다. 핵 군축 협상이 이뤄지면 끈질기게 핵 보유를 추진해 온 김정은 전략의 승리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은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한국은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하원 외교안보 에디터]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