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부, 등록 취소 수순 들어가
그동안은 유족 외 신청도 승인
그동안은 유족 외 신청도 승인
1948년 제주 4·3 사건 당시 박진경(맨 오른쪽 원) 대령. /다큐스토리 |
국가보훈부가 1948년 제주 4·3 사건 초기에 수습을 맡았던 고(故)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을 양손자(養孫子)가 신청했던 점을 문제 삼아 취소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양손자는 신청 자격이 없으니 일단 유공자 등록을 무효화하고, 추후 보훈심사위원회에서 다시 유공자 자격을 심사하겠다는 것이다. 보훈부는 이를 위한 최종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보훈부 업무 보고에서 “제주 4·3유족들은 분개하고 계신다. 방법을 찾아보기로 하자”고 했기 때문에, 사실상 등록 취소 수순이란 말이 나온다.
결혼 1년여 만에 제주에 부임한 박 대령은 한 달 후인 1948년 6월 남로당 세포였던 부하의 주동으로 암살당했다. 후손을 남기지 못해 집안 결정으로 조카가 양자로 들어갔다. 보훈부는 박 대령의 양손자인 박철균 예비역 준장이 박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하자, 지난해 10월 이를 승인했다. 박 대령이 1950년과 1952년 을지무공훈장을 받았다는 점이 근거였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국가유공자 신청은 본인이나 법률이 정한 유족인 배우자, 자녀, 부모 등만 할 수 있다. 그 외엔 보훈부 보훈심사위 심의·의결을 통해 등록한다. 그러나 보훈부는 그간 법률상 유족이 아닌 사람이 신청해도, 서훈 사실 및 범죄 경력 조회 등의 절차를 거쳐 문제가 없으면 보훈심사위를 일일이 열지 않고 등록을 승인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4·3 사건 희생자 유가족과 단체들은 박 대령 암살에 가담한 부하의 진술을 근거로 그가 ‘학살 주범’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정부는 국가유공자 등록 근거가 된 무공훈장 수여가 적정했는지를 따져보고 국가유공자 등록을 취소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관련 공훈 기록이 전해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자 ‘양손자는 유공자 등록 신청 자격이 없다’는 논리를 들고나온 것이다. 보훈부는 보훈심사위를 거치지 않고 박 대령의 유공자 등록을 승인했다는 이유로 실무자 등에 대한 내부 감사도 실시했다. 양손자인 박 예비역 준장은 본지 통화에서 “(보훈부 논리가) 정말 군색하다”며 “박 대령이 민간인을 학살한 적 없다는 증언과 남로당이 암살을 계획한 기록이 있다”고 했다.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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