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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관세·치안 압박할 때마다 마약 범죄자 美에 넘겨주는 멕시코

조선일보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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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관세·치안 압박할 때마다 마약 범죄자 美에 넘겨주는 멕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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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차례 이어 중범죄 37명 인도
펜타닐·코카인 등 대량 밀매 혐의
미국 텍사스 서부 연방 검찰은 지난해 5월 멕시코계 폭력 조직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 핵심 조직원 마리아 델 로사리오 나바로-산체스(40)를 기소했다. ‘마초의 나라’로 알려진 멕시코에서 보기 드물게 여성 조폭 간부로 활동한 그는 조직에 수류탄과 총기 등 살상 무기를 공급하고, 조직원들의 밀입국을 알선하고, 마약 유통 등을 통해 마련한 거액의 현금을 밀반입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나바로-산체스의 암약에 힘입어 CJNG의 미국 내 활동은 상당한 탄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CJNG를 외국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고, 나바로-산체스는 테러 조직 지원 혐의로 미 검찰에 기소된 최초의 멕시코인이 됐다. 다만 멕시코 당국에 체포된 후 미국에 신병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소됐기 때문에 궐석 재판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상황이 급변해 나바로-산체스가 실제 죄수복을 입고 미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미 연방 요원 등이 죄수복을 입고 포승줄에 묶인 멕시코 마약 범죄 조직원들을 수송기를 통해 호송하고 있다. 이들은 시날로아 카르텔 등 멕시코 주요 마약 조직의 핵심 인사들이다./미 법무부

미 연방 요원 등이 죄수복을 입고 포승줄에 묶인 멕시코 마약 범죄 조직원들을 수송기를 통해 호송하고 있다. 이들은 시날로아 카르텔 등 멕시코 주요 마약 조직의 핵심 인사들이다./미 법무부


멕시코 정부가 그를 포함해 자국에 수감 중이던 마약·총기·돈세탁 관련 범죄자 37명을 미국으로 보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29명)과 8월(26명)에 이은 세 번째 범죄인 인도다. 1년 새 100명에 육박하는 자국 범죄자를 미국으로 보내자 관세와 마약 문제로 줄기차게 이어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따른 대응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법무부는 21일 멕시코에서 범죄자 37명의 신병을 전날 넘겨받았다고 밝히고 악명 높은 인신매매범, 폭력적 총기 밀매범, 펜타닐과 코카인 등 마약 밀매범 등이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37명 대부분 종신형 선고도 가능한 중범죄자라고 법무부는 전했다. 그 중에는 멕시코에 뿌리를 둔 세계 최대 마약 조직 시날로아 카르텔의 파벌인 벨트란 레이바의 두목 페드로 인순사 노리에가도 있다. ‘죽음의 공장’으로 불리는 이 조직 아지트에서 압수된 펜타닐만 1.6t(톤)이 넘는다.

팸 본디 미 법무장관은 “이번 성과는 범죄 조직을 소탕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획기적인 이정표”라며 “이제 미국 땅에서 미국인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에 대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캐시 파텔 FBI(연방수사국) 국장은 “이번 대규모 신병 확보는 미국과 멕시코 간의 끈질긴 공조 결과”라고 했다.

이번 범죄인 인도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의 멕시코 정부가 미국으로 범죄인을 넘긴 세 번째 사례이면서 최대 규모다. 이 같은 범죄인 인도는 멕시코를 겨냥한 트럼프의 ‘공개적 압박’이 가시화된 직후 진행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두 차례 범죄인 인도는 멕시코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한 뒤 이뤄졌다. 올해는 트럼프가 마약 조직 퇴치를 위해 멕시코 내에서 지상 군사 작전 가능성까지 시사하자 단행됐다.


이 때문에 셰인바움이 트럼프를 달래기 위해 범죄인들을 협상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같은 지적에 셰인바움은 이날 “멕시코의 주권적 결정”이라며 “그냥 요청하면 보내주는 식은 아니며 미국과의 조정과 협력이라는 관점에서 우리 판단에 따라 정해지는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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