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이케르 운다바레나. 사진=윤진만 기자yoonjinman@sportschosun.com |
사진제공=인천 유나이티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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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K리그 '최적화 외인'이 떴다. 적응 여부와 진짜 실력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지만, K리그1 승격팀 인천 유나이티드가 이달 야심차게 영입한 스페인 출신 미드필더 이케르 운다바레나(31·등록명 이케르)는 K리그와 인천이 원하는 인재상인 듯하다.
우선, 적응력이 빠르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윤정환 인천 감독은 "눈빛이 살아있다. (지난 10일)전지훈련지로 출국하는 날에도 혼자 훈련장에서 개인 훈련을 하더라"고 했다. 베테랑 미드필더 이명주는 "한국 문화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온 것 같다. 허리를 숙인 채 한국어로 선수들에게 인사한다. 달리기 훈련하는 데 먼저 나서서 일등으로 달린다. 태도나 인성 모두 최고"라고 엄지를 들었다. 이에 대해 이케르는 "전 소속팀 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에 한국인 동료인 박(준형)이 있었다. 인천으로 간다는 얘길 듣고 연락해서 '필요한 게 있으면 도와주겠다'라고 해줬다"라고 했다. 2018~2019년 수원 삼성에서 뛴 수비수 박준형(조호르)이 'K-문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노하우를 전수한 것으로 보인다. 이케르는 "말레이시아와 비교할 때 한국이 추운 것은 분명하지만, 내가 태어난 빌바오도 한국 날씨 못지않게 춥다. 한국이 생각보다 덜 춥다는 느낌을 받았다. 더 추워도 난 겨울에 강하기 때문에 상관없다"며 "벌써 김치 먹기에 도전해봤다. 한국 음식을 먹는데도 문제가 없다"라고 했다. 특유의 성실함과 친화력으로 인천 선수단만의 가족같은 분위기에 잘 녹아들고 있다. 출국 당일 무고사가 밥을 사줬다고 귀띔한 이케르는 어디에 줄(?)을 서야 하는지도 벌써 파악한 눈치다. "(이)명주는 주장답더라. 도움을 많이 받아 잘 적응하고 있다"라고 했다. 게다가 인천의 색깔인 파랑을 가장 좋아해 평소에도 파란색 옷을 자주 입는다고 한다.
이케르는 소위 '족보'가 있는 선수다. 열살부터 열일곱살까지 스페인 명가 아틀레틱 클루브(이하 빌바오) 유스팀에서 성장했다. 전 첼시 풀백 아시엘 델 오르노(은퇴), 전 맨유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현 피오렌티나), '원클럽맨 레전드' 이케르 무니아인(은퇴) 등이 빌바오 유스 출신이다. 현 빌바오 에이스 니코 윌리엄스도 유스팀에 배출했다. 17세의 나이로 빌바오 1군 데뷔전을 치른 이케르는 빌바오 리저브팀을 거쳐 2018년 빌바오를 떠나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테네리페, 사바델(이상 스페인), 톤델라(포르투갈), 레가네스(스페인) 등 소속으로 쉼 없이 달렸다. 2023~2024시즌엔 레가네스 주전 미드필더로 2부에 놓인 팀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1부) 승격을 이끌었다. 이케르는 "빌바오는 잘 알려진대로 바스크 출신 선수로만 구성된 팀이다. 빌바오 유스의 목표는 위(프로팀)로 올라가는 것이다. 그것이 유소년 시절부터 가장 큰 동기부여이고, 그 동기부여가 선수로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라고 '빌바오 유스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2024년 8월 말레이시아 클럽 조호르로 이적하며 아시아 무대를 처음 밟았다. 2024~2025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서 K리그팀인 광주, 울산 등을 상대한 것이 인연이 돼 인천 유니폼을 입었다. 이케르는 "시즌을 마치고 인천의 제안을 받았다. K리그가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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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이케르 운다바레나. 사진제공=인천 유나이티드 |
윤 감독은 2025시즌 K리그2 도중 문지환의 장기 부상과 민경현의 국군체육부대(김천 상무) 입대 등 변수로 인해 중앙 미드필더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36세 베테랑 이명주가 쉬지 못하고 중원을 지켜야 했다. 새 시즌을 앞두고 '중미'부터 보강한 배경이다. 이명주는 "K리그에서 외국인 선수와 호흡을 맞추는 건 처음"이라고 기대했다. 이케르는 "스페인 선수라고 하면 흔히 '패스를 잘한다'라는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볼을 소유하는 걸 좋아하고, 높은 위치에서 공을 탈취해 전진하는 걸 좋아한다"라고 '셀프어필'했다. 윤 감독은 선의의 경쟁으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이케르가 동계훈련지에서 실력을 보여야 선발 자리를 맡길 것이란 얘기인데, 지금까진 팀 내부에선 이케르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하다. 인천은 지난 10일 스페인 말라가로 출국해 2월 8일까지 전지훈련을 실시한다. 입단 직후 모국으로 떠나게 된 이케르는 "입단한 뒤에야 전지훈련지가 스페인이라는 걸 알았다. 선수들이 '스페인 날씨는 어떠냐, 잔디는 어떠냐, 음식은 뭐가 맛있냐'라고 물어본다. 그런데 내 고향과 전지훈련지는 차로 9시간 반쯤 가야 할 정도로 떨어져 있다. 먹어봐야 할 음식으론 빠에야와 생선 요리를 추천했다"라며 웃었다. 새 시즌 목표에 대해선 "팬들이 인천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개인 목표보단 팀이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라고 했다. 1년만에 K리그1으로 승격한 인천의 목표는 6강 이상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