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AP/뉴시스]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지난 6일 ‘의지의 연합’ 회의 참석을 위해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 도착하고 있다. 그녀는 22일 덴마크의 주권에 대해서는 협상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 사이에 그린란드 안보에 관한 ”미래 협정의 틀“에 대한 합의는 없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2026.01.22. |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22일(현지 시간) 덴마크령 그린란드 문제와 관련해 주권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협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이은 그린란드 병합 압박에 ‘주권을 제외한 협상’으로 맞선 것이다. 그린란드 병합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고조되는 와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린란드 매입가격이 10억 달러(약 1조4680억 원) 정도일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부추겼다.
● 덴마크 “주권 제외 모든것 협상”
프레데릭센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안보, 투자, 경제를 등 모든 걸 정치적으로 협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주권은 협상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영토 보전을 존중한다는 전제로 미국 골든돔을 포함한 북극 지역 안보를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지 동맹국들과 건설적 대화를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 총회 특별 연설에서 그린란드에 “가장 위대한 ‘골든 돔(golden dome)’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골든 돔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최첨단 다층 미사일 방어망이다.
● 獨 “협상 환영, 러 위협 막아야”
덴마크와 미국의 협상 분위기에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환영 의사를 밝혔다. 특히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해 군사력을 동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에 대해 “우리가 가야 할 올바른 길”이라고 했다.
메르츠 총리는 이날 스위스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유럽 영토를 무력으로 점령하겠다는 모든 위협은 용납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에 반대하는 모든 나라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가 철회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새 관세는 대서양 관계의 기본을 훼손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러시아의 위협에서 그린란드를 보호할 것”이라며 덴마크와 그린란드 주민들에게 유럽의 연대를 믿어달라고 했다. 미국의 안보 목적 그린란드 병합 주장에 대해서는 “미국이 러시아의 북극 위협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걸 환영한다”면서도 “나토의 유럽 동맹국으로서 북극 보호를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한다”고만 했다.
● 푸틴 “그린란드 가치 1억5000억 원 정도”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린란드 문제에 대해 “이것은 분명히 우리와 전혀 관계가 없고 미국과 덴마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과거 러시아의 알래스카 매각을 감안해 미국의 그린란드 매입가격을 10억 달러(약 1조4680억 원)로 추산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1867년 러시아 제국이 미국에 알래스카를 매각한 사례를 언급하며 “수십 년간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오늘날 가격으로 계산하면 이는 약 1억5800만 달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금 가격 변동을 고려해 현재 이 금액은 10억 달러에 가까울 것이며, 미국이 그린란드 매입을 위해 이 금액을 지불할 여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덴마크가 이미 버진아일랜드를 미국에 판 경험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 움직임을 지지해왔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9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좋은지 나쁜지, 국제법 부합 여부를 떠나 그가 그린란드 병합 문제를 해결하면 의심할 여지없이 미국 역사뿐 아니라 세계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러시아는 나토 결속이 약화할수록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미국의 최근 행보는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영토 병합을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이용될 여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