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정치부장 |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다. '증권시장 개장식'이다.
국내 대표 주가지수인 코스피에서 '붉은색'은 지수 상승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색상으로, 하락을 말하는 파란색과 대비된다. 증권시장 행사장에서 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 넥타이를 착용했다가는 1500만 동학개미(국내 주식 개인투자자)들에게 원성을 사기 십상이다.
22일 한국 자본시장은 '코스피 5000시대'라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정치권에서도 주식 투자와 코스피에 관한 이야기가 화두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게 다 이재명 정부 덕"이라는 자찬에 환호성이 터졌다. 실제 코스피 지수는 이재명 정부 출범 첫날인 지난해 6월 4일 2700선을 넘었고, 넉 달만에 4000선 돌파에 이어 역대 최단기간 1000포인트를 추가하는 기록을 썼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역대급 주가상승 정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불붙은 시장에 곁불만 쬐고 있을 정치권이 아니다. 여권에선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코스피 5000' 달성을 기념하는 대대적인 세리모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날 정청래 대표는 "경축 코스피 5000시대의 꿈은 이뤄진다"고 했고, 한병도 원내대표는 "코스피 7000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했다.
주가부양 정책도 준비하고 있다. 개미표심을 끌어안을 기회를 맞은 정부여당은 1·2차 상법 개정에 이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더 센' 3차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겠다는 계획이다. 정책의 초점은 기업 살리기 쪽이 아닌 '자본시장 제도 개선'에 맞춰졌다.
정작 시장의 표정은 근심이 가득하다. '주가는 경제의 그림자'인데, 주요 경제지표들을 보면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은 2022년부터 3년 연속 2.2%를 유지하다가 최근 1%대까지 주저앉았다. 경제 체력을 키우지 못한 채 구조적 저성장에 갇힌 결과 1인당 GDP(국내총생산)도 지난해 0.3% 감소하며 22년 만에 대만에 역전당했다.
야구에 빗대자면 K증시팀에 '3할타자'가 크게 늘었는데, 타율 계산법을 바꾸고 스트라이크존을 좁혀서 기계적으로 타율을 끌어올린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실제 타자의 실력은 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여기에 파울이나 뜬공까지 타율에 추가로 포함시켜 '4할타자'를 만들더라도 무의미한 수치일 수밖에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체계적인 지원으로 기초체력과 실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건 스포츠나 경제나 상식에 가깝다.
역대 정부와 정치권은 단기간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 개혁보다 돈 풀기 같은 포퓰리즘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그 강도는 더해졌다. 현재 경제계에서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반(反)기업 규제를 풀어달라고 아우성치지만, 이를 외면한 채 투기성 표계산에만 혈안이다. 표만 먹고 빠지는 '정치적 작전세력'이나 다름 없다. 지금이라도 기업의 미래를 지원하고, 성장을 이끌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에 나서지 못하면 주가지수도 공허한 숫자에 불과하다. 붉은 넥타이를 매고 세리모니를 준비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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