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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보장 라이선스 대신 '창작 뮤지컬' 키운 CJ문화재단

아시아투데이 정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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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보장 라이선스 대신 '창작 뮤지컬' 키운 CJ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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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업 프로그램으로 4개팀 선정
기획 단계부터 지원, 생태계 조성 집중
본공연 계약 체결·해외진출 등 성과도

지난 19일 CJ문화재단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가운데 민희경 CJ사회공헌추진단장이 소감을 전하고 있다./한국뮤지컬어워즈협회

지난 19일 CJ문화재단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가운데 민희경 CJ사회공헌추진단장이 소감을 전하고 있다./한국뮤지컬어워즈협회



아시아투데이 정문경 기자 = CJ문화재단은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보기 드문 역할을 맡아왔다. 대형 라이선스 작품 중심의 시장 환경 속에서, 실패 가능성을 감수하며 창작 뮤지컬 개발을 후원해왔다.

뮤지컬 시장은 외형 성장과 달리 제작비 부담과 투자 회수 불확실성이 동시에 커지며, 새로운 창작물이 실험할 수 있는 여지는 점점 좁아져 왔다. 대극장 라이선스 공연이 시장의 중심축을 형성하는 동안, 창작 뮤지컬은 개발 단계에서부터 투자 유치와 제작 연결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CJ문화재단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창작 단계의 리스크를 완충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시장에서 사라지기 쉬운 신작 개발 구간을 유지해왔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프로그램이 뮤지컬 창작자 지원사업 '스테이지업(STAGE UP)'이다. 스테이지업은 완성된 작품을 선별해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창작 초기 단계에서 작사·작곡가 팀을 선정해 개발 과정 전반을 함께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창작지원금 제공에 그치지 않고, 전담 PD 매칭, 기획개발 워크숍, 리딩 및 전문가 컨설팅 등을 통해 작품이 시장에 나가기 전까지의 시간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방식은 단발성 제작비 지원과 구분된다. 빠른 제작과 흥행을 요구받는 시장 환경과 달리, 스테이지업은 수정과 실패를 전제로 한 개발 과정을 제도 안에 포함시켰다. 모든 작품이 곧바로 무대에 오를 필요는 없다는 전제 아래, 창작자가 충분한 시행착오를 거칠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CJ문화재단은 창작 환경 변화에 맞춰 지원 구조도 점진적으로 고도화해 왔다. 2025년부터는 최종 선정 팀을 기존 3팀에서 4팀으로 확대하고, 본공연 계약 체결이나 해외 진출 시 추가 격려금을 지급하는 등 후속 지원 체계를 강화했다. 개발 단계 이후 시장 진출 국면까지 이어지는 경로를 염두에 둔 조정이다.

이 같은 구조는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2020년 스테이지업 선정작 '라흐 헤스트'는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품상(400석 미만), 극본상, 음악상(작곡)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브로드웨이 리딩 쇼케이스와 일본 라이선스 공연을 거쳐 해외 시장에서도 가능성을 확인했다. 2022년 선정작 '홍련' 역시 초연 이후 재연과 지방 투어, 중국 라이선스 공연으로 이어지며 창작 뮤지컬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성과의 핵심은 '지원의 결과'보다 '지원의 방식'에 있다는 평가다. 흥행을 보장하는 지원이 아니라,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개발 시간을 확보함으로써 이후 제작사·해외 시장과의 연결 가능성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이는 창작 뮤지컬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구간을 재단이 대신 유지해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CJ문화재단의 역할은 창작자 지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관객 육성 역시 별도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아닌, 뮤지컬 생태계의 지속성을 위한 요소로 함께 다뤄왔다. CJ도너스캠프와 연계한 객석 나눔, 찾아가는 공연, 청소년 문화동아리 프로그램 등을 통해 미래 관객층을 사전에 형성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창작과 소비를 분리하지 않고 함께 관리하려는 접근이다.

이 같은 활동은 지난 19일 열린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공로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건강한 뮤지컬 생태계 조성에 기여한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다만 이는 결과라기보다, 오랜 기간 유지해온 역할에 대한 중간 평가에 가깝다.


CJ문화재단은 "창작자와 관객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재능 있는 창작자가 국내를 넘어 해외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개발 단계부터 여정을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창작 뮤지컬 시장에서 가장 불확실한 구간을 지탱해온 역할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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