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1%·日 1.1% 성장, 한국은 1.0%…선진국 평균도 미달
건설투자 -9.9% '외환위기급 한파'…전문가 "기업규제 족쇄 풀어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2026.1.13/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지난해 한국 경제가 가까스로 1.0% 성장에 턱걸이했다. 2020년 역성장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일 뿐만 아니라,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저조한 성적표다.
낮은 성장률은 연초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 불안, 미국발 관세폭풍 등 대내외 충격이 겹친 영향이 컸다. 하지만 내수 부진 속에 수출 외끌이에 의존하는 성장 구조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올해 2%대 성장 복귀를 자신하고 있다. 기저효과 등에 힘입어 수치상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전문가들은 노동·기업 규제 혁파를 통한 체질 개선 없이는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정치 불안·관세 폭풍에 내수 부진…주요국 중 최하위권 성장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0%(속보치)로 집계됐다. 이는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인 잠재성장률(2.0% 수준)의 절반에 불과한 수치다.
글로벌 주요국과 비교하면 최하위권 성적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9일 발표한 1월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경제는 평균 3.3%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선진국 평균 성장률도 1.7%에 달했다.
고금리 장기화에도 견조한 소비를 바탕으로 '나 홀로 호황'을 누린 미국은 2.1% 성장했다.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는 일본조차 1.1% 성장하며 한국을 앞질렀다. 중국은 지난해 내수 부진 속에서도 5% 성장률을 기록했다.
유로존(1.4%), 영국(1.4%), 캐나다(1.6%) 등 주요 7개국(G7) 대부분이 한국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성장판을 닫게 만든 결정타는 건설투자 부진이었다. 지난해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9.9% 급감하며 1998년 외환위기(-13.2%) 이후 최악의 감소 폭을 기록했다.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겹치며 착공이 줄줄이 지연된 탓이다.
한은 분석 결과, 건설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1.4%포인트(p)에 달했다. 건설투자가 성장을 갉아먹지 않고 전년 수준(0%)만 유지했어도 2.4% 성장할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건설 부문이 전체 성장을 크게 제약했다"며 "공사비 증액 갈등 등으로 착공이 지연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경제를 지탱한 건 반도체였다. 지난해 수출은 반도체 호조에 힘입어 4.1% 증가했다.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는 0.3%p, 반도체 수출의 기여도는 0.9%p에 달했다. 사실상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추락을 막은 셈이다.
민간소비는 1.3% 증가하며 전년(1.1%)보다 소폭 개선됐지만, 회복 속도는 여전히 더뎠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대비 1.0%(속보치)로 집계됐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정부 "올해 2% 복귀" 낙관론…전문가 "노동 등 규제개선 없인 잠재성장률 반등 한계"
정부는 지난해 1% 성장률이 대내외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며, 올해 경기 회복의 불씨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2024년 말 발생한 12·3 계엄 사태 여파로 경제 심리가 위축됐고, 4분기(-0.3% 역성장)에는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와 10월 추석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등 일시적 요인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김재훈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1분기 정치적 충격과 4분기 일시적 요인을 제외하면 우리 경제는 하반기 들어 1.7% 성장하는 등 회복 경로에 있다"며 "수출이 견조하고 기업 실적 개선이 가계 소득 증가로 이어지고 있어 올해는 잠재성장률 수준인 2.0% 내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특히 올해 반도체 업황 개선세가 지속되고, 재정의 조기 집행 효과가 나타나면서 내수도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4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이 전기 대비 0.8% 증가하며 GDP 성장률을 상회한 점도 향후 소비 여력을 뒷받침하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했다.
그러나 변수도 적지 않다. 원화 약세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 반도체 사이클 둔화 가능성, 미국의 관세 압박 등 리스크 요인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로 올해 성적표가 개선될 수는 있겠지만, 잠재성장률 하락 흐름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산업 경쟁력 강화와 기업 규제 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경영 환경을 만들지 못하면 잠재성장률 반등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정부가 잇따라 추진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근로자추정제 도입, 상법 개정안 등 노동·산업 및 기업 규제 정책이 기업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난해 1%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와 하반기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어진다면 2% 달성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외하면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 산업이 중국에 밀리고 있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이어 "주요국은 기업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하는데, 우리처럼 글로벌 스탠더드와 맞지 않는 규제 정책을 쓰면 자본 유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노동 시장 유연화 등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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