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빌라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
서울 성동구의 전용면적 30㎡ 신축 빌라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한 직장인 박아무개(32)씨는 조만간 다가올 임차계약 만료일이 두렵기만 하다. 전세사기 걱정에 월세 130만원(보증금 5천만원)을 감당하며 2년 가까이 살았는데, 최근 같은 평형 월세가 160만원대까지 치솟았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박씨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다면 임대료는 5%인 6만5천원 이내로 오르겠지만, 이미 박씨의 주거비 부담은 턱밑까지 차오른 상태다. 그는 “직장 때문에 되도록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싶은데 어디든 다 올라버려서 막막한 상황이다. 아파트는 바라지도 않는데 이렇게 집 구하기 어렵다는 게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22일 한겨레가 한국도시연구소와 함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의 최근 5년(2021∼2025년) 서울 소형 비아파트 월세 계약 신고분을 분석해보니, 중하위층과 사회초년생의 흔한 주거 형태인 소형빌라와 오피스텔 월세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봄 이사철을 앞두고 자산을 축적하지 못한 청년층·서민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 분석은 서울 내 전용면적 60㎡(약 18평) 이하 단독·다가구, 연립·다세대, 오피스텔 가운데 보증금 5천만원 이하 월세 계약을 대상으로 했다. 서울 아파트에 대한 매매, 전세가 추이에 정책 당국과 언론 등의 관심이 쏠리며 상대적으로 통계 및 정책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주거 영역이다.
분석 결과 지난해 서울 시내 소형 비아파트 평균 월세는 65만4천원으로 최근 2년 사이 10.3% 올랐다. 2021년만 해도 53만8천원이었는데, 4년 새 21.6%가 올랐다. 보증금을 법정 상한선인 전·월세전환율 6%로 환산해 월세와 합산한 평균 가격은 지난해 73만4천원으로, 평당 임대료로 따지면 9만5천원 꼴이었다.
지난해 10·15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갭투자’가 전면 차단돼 아파트 전세매물 공급이 위축되면서 그 불똥이 비아파트 월세 시장에까지 튀고 있다. 안명숙 부동산 마케팅 솔루션제작소 오지랖 대표는 “그동안 누적된 공급 부족과 10·15 대책으로 아파트 전셋값이 오르고 전세 매물이 줄어들면서 아파트 임차 수요가 비아파트로 유입된 영향이 크다”며 “당분간 월세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전세사기 여파로 인한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빌라 전세 기피 심리로 비아파트 시장에서 월세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 기존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전세 임대인들의 월세 전환이 더뎌지면서, 일종의 수급차(수요>공급)가 나타나 월세가 크게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장은 “여유가 있는 임대인들은 월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월세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신규 계약을 통해 임차료를 높게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연립·다세대 월세가격지수는 지난해 12월 102.95로 2025년 누적 상승률은 3.4%였다. 반면 전세가격지수는 같은 기간 2.1% 올랐다. 서울 비아파트 월세 비율은 11월 기준으로 2023년 63.6%에서 2025년 74.5%로 2년 새 10%포인트 넘게 늘었다. 서울 아파트 월세 비율이 같은 기간 42.2%에서 44.3%로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과 견주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비아파트를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오피스텔 월세 상승세도 파죽지세다. 서울 강서구에서 전용면적 30㎡ 오피스텔을 월세 70만원에 살고 있는 직장인 윤아무개(35)씨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월세를 85만원으로 올리거나 방을 빼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윤씨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쓰겠다고 했더니 그럼 집주인 자녀가 들어와 살 거라고 했다”며 “다른 곳도 전·월세가 이미 많이 오른 상황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 내 오피스텔 평균 월세는 최근 2년 사이 12.5% 오른 80만2천원으로, 처음 80만원 선을 넘어섰다. 4년 누적 상승률은 26.6%다. 서울 연립·다세대 월세는 평균 73만1천원, 단독·다가구는 54만7천원이었다.
서울 내에서 최근 2년 월세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곳은 청년 인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영등포구와 동대문구로 각 13.7% 올랐다. 그 뒤로는 강서구(13.5%), 금천구(13.0%), 서초구(12.8%), 성동구(12.7%) 등 순이었다. 월세 평균으로 따지면 강남구가 91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서초구(86만1천원), 용산구(80만5천원), 송파구(78만3천원), 중구(78만2천원) 등 순이었다. 서울 내에서는 도봉구가 53만7천원으로 월세 평균이 가장 낮았다.
월세 상승 흐름 속에서 ‘원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전용면적 30㎡ 미만 비아파트를 별도로 분석해보니, 서울 원룸 평균 월세는 지난해 61만9천원으로, 4년 전 51만9천원에 견줘 19.3% 증가했다. 평당임대료로 치면 원룸은 11만원으로, 소형빌라(6만7천원)보다 훨씬 비쌌다.
상황이 이렇지만, 중하위층과 청년층의 월세 부담을 덜어줄 정부 지원책은 턱없이 부족하다. 기초생활수급가구의 월세를 일부 지원하는 주거급여와 저소득 청년층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부분적 월세 지원 정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이는 지원 대상이 좁거나 지원 기간이 한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매년 월세 세액공제 제도도 조금씩 확대되고 있지만, 이 역시 세금을 낼 정도의 소득이 있는 임금노동자만 혜택을 보는 방식이다.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비아파트 월세 시장에 대한 관심 부족은 주택 시장을 바라보는 당국자들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며 “높은 월세를 내며 낮은 품질의 주택에 살고 있는 가구들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지원 대책이 적극적으로 나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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