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소리쟁이 그림 |
잡초의 질긴 생명력은 잘 알려져 있지만 '소리쟁이'는 그중에서도 왕중왕이다. 집 주변에서 왕성하게 세력을 확장하던 외래 생태교란종 '단풍잎돼지풀'을 제압한 것도 강력한 뿌리를 가진 소리쟁이였다. 한 포기에서 1년에 생산하는 씨앗이 6만개나 되고, 땅속에서 발아를 엿보는 기간이 80년이나 된다고 하니 번식력 또한 최강이다.
소리쟁이 잎은 여러 유익한 성분이 많아 '땅의 미역'으로 불리며 예로부터 국거리나 나물, 장아찌 재료로 사랑을 받아왔다. 이상권 작가의 책 '야생초밥상'도 '소리쟁이국'을 구수하게 소개하며, 소리쟁이가 가장 맛있는 시기가 겨울의 끝자락이라고 일러주었다. 작년 여름 단풍잎돼지풀과 일대 결전을 벌였던 그 소리쟁이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풀숲을 조심스레 헤쳐보니 추운 겨울에도 소리쟁이는 지난가을에 싹틔운 잎을 당당히 펼친 채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잎 몇 개를 뜯어 국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잎을 끓는 물에 데친 후 찬물에 담가 순화를 시켰다. 소리쟁이 맛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싶어 된장으로만 양념을 한 후 푹 끓였다.
처음 먹어보는 소리쟁이국은 기대 이상이었다. 부드러운 소리쟁이의 식감과 함께 구수한 맛은 시금치나 아욱과 비슷했으나 더 깊고 진한 여운이 느껴졌다. 단순히 야생초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하나 된 느낌이 온몸으로 퍼져갔다. 진정한 신토불이(身土不二)는 이런 것이 아닐까? 한겨울에 만난 소리쟁이가 뜻밖의 소중한 경험을 안겨 주었다.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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