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D램 60%·낸드 38% 폭등
추론형 AI에 메모리 고공행진
엔비디아 베라루빈 용량 4배↑
딥시크도 성능개선 나서 부채질
고성능 D램, 금 한돈값 맞먹어
슈퍼사이클 넘어선 '초강세장'
추론형 AI에 메모리 고공행진
엔비디아 베라루빈 용량 4배↑
딥시크도 성능개선 나서 부채질
고성능 D램, 금 한돈값 맞먹어
슈퍼사이클 넘어선 '초강세장'
메모리반도체 품귀 현상이 심화하며 고성능 D램 가격이 7개월 만에 5배 넘게 치솟아 “오늘이 최저가”라는 말이 현실이 됐다. 인공지능(AI) 패러다임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전환되며 발생한 구조적 변화로 업계에서는 슈퍼사이클을 넘어선 ‘초강세장(Hyper Bull)’이 도래했다는 평가다.
22일 에누리닷컴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 DDR5-5600 32GB(기가바이트) 최저가는 이날 81만 8950원을 기록했다. 한국금거래소 기준 금 한 돈(3.75g) 시세인 85만 5450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6월 14만 2580원에 불과했던 이 제품은 10월 20만 원대, 12월 61만 원대를 거쳐 불과 7개월 만에 5배 넘게 상승했다.
삼성과 SK하이닉스(000660)·마이크론 등 메모리 제조 3사에 이어 칩 유통 업계도 빠르게 가격을 올리고 있다.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대만계로 추정되는 유통사가 메모리 제품을 일괄 80% 인상한다고 공지한 글이 화제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기준 시점에 따라 유통 업체별 인상률이 다르지만 한 번에 80%는 과도하다”며 “지난해 하반기 대비 올 초 메모리 가격(고정 거래 기준)이 평균 20~30% 오른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칩 가격 폭등이 일시적 수급 불균형이 아닌 구조적 변화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AI 산업이 데이터 학습에서 실시간 추론으로 넘어가며 메모리반도체가 시스템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열쇠가 됐다는 진단이다.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능동형 AI)’ 시대가 열리며 D램과 낸드플래시의 역할이 한층 확대됐다는 평가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이 변화의 진원지로 꼽힌다. 이 칩은 데이터처리장치(DPU)인 ‘블루필드4’ 성능을 극대화했다. 주목할 점은 이 DPU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28GB LPDDR5X가 탑재된다는 사실이다. 전작인 블루필드3이 32GB DDR5를 썼던 것과 비교하면 용량이 4배 폭증했다.
엔비디아가 비싼 HBM 대신 LPDDR을 선택한 것은 ‘콘텍스트 메모리(Context Memory)’ 때문이다. AI가 사용자의 질문 의도와 과거 대화 맥락을 끊김 없이 기억하려면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붙들고 있어야 한다. 전력 효율이 좋고 속도가 빠른 LPDDR5X가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연산 부하를 덜어주는 ‘중간 기지’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중국발(發) ‘메모리 용량 늘리기 경쟁’도 거세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최근 발표한 엔그램(N-gram) 기술은 자주 쓰는 데이터를 미리 D램에 저장해두는 ‘오픈북’ 방식을 제안했다. GPU 대신 메모리를 늘려도 AI 성능이 향상된다는 얘기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범용 D램 가격의 추가 상승도 점쳐진다.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4 8Gb 제품의 고정 거래가는 지난해 6월 2.6달러에서 12월 9.3달러로 6개월 만에 3배 넘게 뛰었다.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세도 거세다. 엔비디아는 ‘추론 콘텍스트 메모리 스토리지(ICMS)’ 전략을 통해 자주 쓰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장기 기억’ 데이터를 대용량 기업용 SSD(eSSD)에 저장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번스타인 보고서에 따르면 베라 루빈 기반의 ‘NVL72’ 서버 랙 하나에는 1.1PB(페타바이트)의 낸드가 필요하다. 이는 최신 스마트폰 4000대 분량의 저장 공간이다. 낸드(128Gb MLC 기준) 가격 역시 지난해 6월 3.12달러에서 12월 5.74달러로 80% 이상 급등한 상태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개화도 메모리 업계에는 대형 호재다. 배터리로 움직이는 로봇은 전력 효율이 필수여서 모바일용 D램인 LPDDR 사용이 불가피하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과 낸드 가격은 올 1분기 각각 전 분기 대비 약 60%·38%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이건율 기자 y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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