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아래에 5000 돌파 당시 사용했던 꽃종이가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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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제가 지난해 4분기 역성장하며 연간 ‘1% 성장률’에 턱걸이했다. 코스피가 장중 5000을 돌파하며 자산 시장이 역사적 랠리를 펼치고 있지만, 정작 실물 경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5년 만에 가장 저조한 성적을 낸 것이다. 올해는 잠재성장률 수준이 예상되지만 내수 회복세는 더디고 반도체와 수출 의존도는 높아지는 ‘케이(K)자 성장’의 그림자는 짙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속보치)이 -0.3%로 집계됐다고 22일 밝혔다. 분기 성장률은 작년 1분기 역성장했다가 2분기 반등(0.7%)해 3분기에는 큰 폭 상승(1.3%)했는데 4분기 다시 역성장했다. 4분기 성장률은 한은 예상(0.2%)보다 0.5%포인트나 낮은 것이다. 2022년 4분기(-0.4%)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다.
작년 한 해 연간 성장률은 1.0%에 턱걸이했다. 소수점 둘째자리 반올림(0.97%)으로 가까스로 1%를 맞췄다. 정부와 한은은 4분기 역성장 이유를 “3분기 높은 성장률에 따른 기저효과와 건설투자 침체 영향”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 15분기 만에 최대 폭 성장(1.3%, 연환산 5.4%)한 기저효과로 기술적 조정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작년 하반기 전체(0.5%)로는 잠재성장률 수준(0.4~0.5%)이라는 얘기다.
건설투자를 빼면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내놨다. 건설투자는 지난해 10% 가까이 감소해 연간 성장률을 1.4%포인트나 끌어내렸다. 건설투자를 제외하면 연간 성장률이 2.4%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건설투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9분기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민간소비 회복세와 수출 증가세를 감안할 때 올해 성장률은 작년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한은은 1.8%, 정부는 2.0%를 예상한다. 애초 전망치보다 높여 잡은 수치다. 한은은 “올해 정부 예산이 작년보다 3.5% 늘어 정부 지출의 성장 기여도가 작년(0.5%포인트) 보다 높아지고 건설투자의 성장률 제약은 상당 폭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를 밑도는 수준’(1.8~2.0%)이라고 추산한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1.8%, 1.9%)은 잠재성장률 수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와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2.9%, 3.1%)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 우리 경제가 장기 저성장 기조에 빠져든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성장의 질’이다. 지난해 성장을 이끈 건 반도체였다. 지난해 성장률(1%)에서 반도체 수출 기여도는 0.9%포인트로 추산된다. 반도체 부문의 부가가치 증가가 전체 경제 성장의 90%를 차지한 셈이다. 올해도 성장률 등락의 변수는 여전히 반도체다. 한은은 “반도체 공장 증설과 인공지능 관련 투자 확대”를 예상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 덕분에 수치상 개선 폭이 커질수록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질 수 밖에 없다. 지난해 말 기준 반도체와 자동차가 차지하는 수출 비중은 30%를 넘어섰고,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담당했다. 반면, 고용과 소비 등 내수 영향이 큰 건설업과 석유화학·철강·기계 등 전통 제조업은 좀처럼 반전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은 추산을 보면,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하면 올해 성장률 전망(1.8%)은 1.4%로 떨어진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부문간 회복 격차가 커 체감 경기와는 괴리가 클 것”이라며 “케이자형 회복은 결코 지속 가능하고 완전한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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