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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트럼프 평화위에 ‘동결자금 카드’···뒷전 밀린 우크라이나 악재 겹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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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트럼프 평화위에 ‘동결자금 카드’···뒷전 밀린 우크라이나 악재 겹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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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안보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안보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가자지구 평화위원회에 미국이 동결한 러시아 자산을 ‘영구 회원국’ 가입비로 내고 활동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평화위로 유엔을 대체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이용해 대러 제재 무력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그린란드 사태에 국제사회 관심 밖으로 밀려난 우크라이나는 또 다른 악재를 마주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러시아 안보 회의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평화위 가입 요청을 받고 참여를 논의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평화위에서 제한된 임기가 없는 ‘영구 회원국’ 자격을 얻을 조건으로 제시된 10억달러(약 1조4690억원)를 미국 정부가 동결한 러시아 자산으로 지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미국에 남은 (나머지) 동결 자산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평화협정 체결이 마무리된 뒤 전쟁으로 피해를 본 지역들을 재건하는 데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 환심을 사서 대러 제재의 사실상 해제를 노린 제안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부터 러시아의 해외 금융 자산을 동결하는 제재를 가하고 있다. 유럽의회조사국과 미 재무부에 따르면 러시아 동결 자산은 3000억달러(약 44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대부분 유럽에 있지만 미국에 묶인 자산도 50억달러(약 7조30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서방 국가들은 그동안 러시아 동결 자산을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줄 제재안이자 종전 후 우크라이나가 받아야 할 전쟁 배상금을 담보할 수단으로 여겨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서도 동결 자산 처리 문제는 전쟁을 ‘러시아의 침공전’ 성격으로 규정하는 것과 맞물린 주요 쟁점 중 하나로 꼽힌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 제안은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여 전쟁의 성격을 러시아에 유리하게끔 재규정하려는 시도로 의심되기도 한다. 푸틴 대통령이 평화위 가입을 발판삼아 국제무대로 복귀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올해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 관심이 급격히 식은 상황에서, 평화위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러시아 쪽으로 기우는 듯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됐다. 애초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선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으나,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면서 발표 예정이던 8000억달러(약 1175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안 합의마저 미뤄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만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만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보스 포럼 방문 계획도 취소했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제안으로 22일 스위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소식을 알리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지점에 와 있다고 본다”며 “양측은 협상을 타결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어리석은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 스티브 윗코프와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한다. 러시아 동결 자산도 논의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포스트는 이같은 두 회동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에선 불안감도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갑작스럽게 진행되는 회동 취지가 불분명해 종전협상 진행 상황을 악화시키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미국에 있는 비영리단체 ‘우크라이나를 위한 희망’ 대표 유리 보예츠코는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의 반발을 배신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번 회담에서 그 분노를 젤렌스키 대통령한테 직접 표출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 단순히 평화를 중재하는 인물이 아닌, 러시아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리 협상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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