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모 목사는 “목사가 참된 신앙이 아닌 이념의 깃발을 흔들면 지지자가 모이고 팬덤이 생긴다”며 “지금의 어지러움이 교회가 신앙과 이념을 혼동해, 갈등 조정자가 아닌 유발자가 된 탓은 없는지 반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소망교회 제공 |
“지금 우리 한국 교회가, 과거처럼 어두운 세상의 등불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까.”
‘나부터…’ 국민 운동을 펼치고 있는 류영모 한소망교회 원로 목사는 21일 동아일보와 만나 “교회 내부는 물론이고 사회가 혼란할 때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게 교회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나부터…’ 캠페인은 진영, 세대 등으로 갈려 갈등을 겪는 우리 사회를 치유하기 위해 자기 자신부터 돌아보자는 운동이다. 국내 개신교 최대 연합단체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을 지낸 류 목사는 “다른 분야, 사람에게만 요구한다면 ‘너부터’ 운동”이라며 “우리부터 사회적 소명과 책무를 다하는지 자성하는 건 당연하다”라고 했다.
류영모 목사. 한소망교회 제공 |
―종교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정치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자기 생각이 있으니, 목사나 교회가 정치적 견해를 갖고 목소리를 내는 건 탓할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종교가 권력과 결탁하는 것은 다른 문제지요. 종교가 정권의 혜택을 받으면 사회를 감시하고 위정자를 책망하는 예언자적 기능을 할 수 없습니다. 나아가 신자들의 표와 영향력으로 정권을 돕는 건 건강한 사회시스템을 붕괴시키죠. 정교 유착은 교회, 정권, 사회 모두를 불행하게 만듭니다.”
―종교인이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건 정교분리에 반하는 게 아닌지요.
“정교분리가 교회는 정치에 무관심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권력은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고, 교회는 권력과 결탁하지 말라는 뜻이지요. 스위스의 개혁교회 목사인 칼 바르트(1886~1968)는 ‘한 손엔 성경, 한 손엔 신문’이란 유명한 말을 했어요. ‘신문’이란 세상을 섬기려면, 세상을 알아야 한다는 걸 가리키는 말이지요. 지금 한국 교회가 마주한 위기는 정교분리의 본질을 잊은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한국 교회가 정교분리의 본질에 더 충실했다고요.
“1924년 9월 조선예수교장로회 등 여러 교단이 모여 개신교 연합기관인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를 창설했습니다. 선교 등을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당시는 3·1운동이 끝난 직후라 교회와 우리 국민에 대한 일제의 핍박이 극심했지요. 불의한 권력의 횡포에 맞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인 것입니다. 이 정신은 6·25전쟁 때 공산당에 맞서고, 군부 독재에 항거하며 민주주의를 지키는 등 면면히 이어졌습니다. 정교분리가 권력의 횡포에 침묵한 자들이 핑계 댈 때 쓰는 말이 돼선 안 됩니다.”
류영모 목사. 한소망교회 제공 |
―총회장을 지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은 보수인 한교총, 진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모두 가입돼 있더군요.
“우리 교단엔… 예수가 단호히 거절한 것만 아니면 다 품고 대화한다는 철학이 있어요. 북한, 통일, 동성애 등 한교총과 NCCK가 생각이 서로 다른 부분이 있지요. 하지만 많은 부분 중에 어떤 점이 다르다고 배척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또 우리는 동의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의 생각이 사회에서 버려져야 할 가치라고도 보지 않습니다.”
―갈등이 극심한 한국 사회에 좋은 모델이 될 수 있겠습니다.
“예장통합은 한교총이든, NCCK든 연합기관에서 정한다고 그대로 따라가지 않습니다. 약간의 자부심도 있지요. 우리가 한국 교회의 중심 교단인데, 양 진영이 잘못하면 우리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끌고 가야하지 않겠냐는…. 그래서 어떨 땐 양쪽에서 욕 먹기도 합니다. 하하하. 예수도 그러셨지요.”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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