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동시인
밥 때도 아닌데 문득 청주 북부시장 족발집이 떠오른다. 커다란 솥에서 막 건져 올린 족발을 큼직하게 썬 고깃덩어리를 한 점 집어 주인아주머니에게 먼저 권하고 싶다. 큼지막한 달력에 듬성듬성 표기됐던 예약자가 사라졌다.
밥 때도 아닌데 문득 청주 북부시장 족발집이 떠오른다. 커다란 솥에서 막 건져 올린 족발을 큼직하게 썬 고깃덩어리를 한 점 집어 주인아주머니에게 먼저 권하고 싶다. 큼지막한 달력에 듬성듬성 표기됐던 예약자가 사라졌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도시의 심장처럼 뛰던 청주 성안길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번듯한 상가들마저 텅 비어 있다. 위 아래로 나붙은 '임대·매매' 딱지, 불황 조짐이다. 서문전통시장 기류도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한때 대통령 방문 이후 '삼겹살 거리'로 반짝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민생회복 소비쿠폰조차 걱정을 잠재우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불판 위 기름보다 "살려 주세요"를 어쩔까.
얼마나 다급하면 1,2천만 원짜리 소상공인정책자금을 받기 위해 5%의 자문료까지 약정하면서 동동거린다. 잠시 가게를 비워두면 아예 폐업한 줄 알까 봐 왼 종일 문을 열고, '혹시나' 기대하는 이들에겐 진짜 생존의 언어 "살려 주세요"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
그런데 엉뚱한 쪽에서 오히려 요란하다. 지난 총선 당시 공천권을 쥐었던 현직 국회의원이 지역구 자영업자에게 돈 봉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며 낯 뜨겁게 아웃됐다.
요즘 한가락 하던 유력 정치인마저 '억 대 공천 헌금 수수' 보이지 않는 손으로 박살나고 있다. '정치=검은 돈벼락' 어디 철 바뀐 악습에 빗댈 일인가. 터질 때마다 킹콩처럼 울부짖으며 '살려 줄래, 함께 죽을래' 버티기와 말 바꾸기를 알 듯싶다. "너 아이큐 한 자리야? 널 죽였으면 좋겠다" 등 갑질 외, 연달아 연 짜장인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품격도 찌질한 우월감의 자승자박이리라. 기실, 영세 자영업자 SOS야 말로 벼랑 끝 생존 절규지만 더 쥐고 더 서늘하게 누르며 더 쌓기 위한 권력 주변의 "살려 주세요"는 국민을 우롱하는 코미디 아닐까.
선거철마다 전통시장은 필수 유세코스로 꼽힌다. 숙성된 진짜 인물은 손사래를 치고 때만 되면 나타나는 철새형 몰염치, 측은함을 넘어 눈꼴 시리다.
설 대목부터 6월 지방선거 전까지 떼 지어 "한 표 주세요" 로 구걸할 텐데 누가 반기겠나. 선거를 두고 '민주주의 꽃'이라 했다. 공정하고 깨끗하여 향기로움을 담보한 말이리라. 국민 염장을 지르듯 골골대는 정치 문법, 전통시장 상인들 인내심마저 더 이상 시험 말라. 유권자로부터 무시당하는 후보자처럼 꼴불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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