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세계경제포럼 만찬서 주장
‘기후위기 부정’ 트럼프 기조 되풀이
‘기후위기 부정’ 트럼프 기조 되풀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회의를 마치고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AP연합뉴스 |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만찬에서 석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야유를 받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트닉 장관은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총회 만찬의 연사로 나서 세계가 재생에너지 대신 석탄을 에너지원으로 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을 무시하는 발언도 했다고 FT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2기 행정부에서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을 탈퇴하고,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을 늘리고 있는 미국과 달리 유럽연합(EU)은 기후위기 대응 차원의 최초의 무탄소 대륙 달성을 위해 화석연료 사용의 단계적 퇴출을 추진하고 있다.
러트닉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오자 만찬장 내에서는 항의와 야유가 광범위하게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비롯해 러트닉의 연설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간 이들도 있었다. WEF 임시 공동의장으로서 만찬을 주최한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청중을 진정시키려고 진땀을 뺀 것으로 전해진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지난해 11월 12일(현지시간)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미 상무부는 만찬장에서 러트닉 장관에게 야유를 보낸 인물이 미국 민주당 소속이었던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어 전 부통령은 FT에 “나는 앉아서 연설을 끝까지 들었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도 그를 방해하지 않았다”면서 “연설이 끝나자 내가 느낀 대로 반응했고, 다른 이들 여럿도 그렇게 했다”고 반박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기후위기의 위험성을 알리고, 기후 대응 행동을 국제사회의 정치·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린 공로로 2007년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받은 정치가·환경운동가이다.
러트닉 장관의 연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조를 되풀이한 것이다. 러트닉 장관은 앞서 FT 기고문에 “현재 상황을 지지하러 다보스에 가지 않을 것”이라며 “현상에 정면으로 맞설 것”이라고 쓴 바 있다. 그는 “우리가 다보스에 온 이유는 분명하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자본주의에 새 임자가 등장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석유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각종 기후위기 관련 환경규제를 철회했으며, 최근 UNFCCC와 IPCC 등의 탈퇴를 선언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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