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월급 지연·납품 반토막…막막한 DIP 대출
‘DIP 키맨’ 메리츠는 침묵…산은도 “요청 없다”
“MBK 의지 보여야” 자구 노력 촉구한 정치권
청산 우려 속 금융당국 제재 ‘변수’ 떠오를수도
‘DIP 키맨’ 메리츠는 침묵…산은도 “요청 없다”
“MBK 의지 보여야” 자구 노력 촉구한 정치권
청산 우려 속 금융당국 제재 ‘변수’ 떠오를수도
폐점한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가양점.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최악의 재정 위기에 직면했다. 이달 직원들의 월급 지급이 처음으로 지연됐고, 전국 점포 곳곳이 세금 체납으로 압류 절차를 밟고 있다. 점포에 납품되는 물품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정상적인 점포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2월 직원 월급과 설 상여금 지급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태를 풀 열쇠인 3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Debtor-In-Possession) 대출은 실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메리츠 불참…산은도 “요청받은 바 없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법원에 제출한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에 담긴 3000억원 규모의 DIP 대출안이 실행되려면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홈플러스는 앞서 운영사인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가 각 1000억원씩 부담하고, 산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이 남은 1000억원을 지원하는 형태를 제안했다. 홈플러스는 밀린 직원들의 월급과 납품대금 등을 지급하기 위해 DIP 대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메리츠 측은 홈플러스의 제안에 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은 전날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좌담회에서도 드러났다.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했지만, 메리츠는 불참했다. 민주당 MBK홈플러스 사태 해결 태스크포스(TF) 단장인 유동수 의원은 “메리츠가 말하기를 (홈플러스의) 한 달 고정비가 1000억원이고 매달 500억원씩 적자인데, 1000억원은 한강 물에 돌 던지는 정도”라며 “잘못되면 채권단과 이해관계자에 오히려 피해를 주는 거라고 얘기하더라”고 전했다.
산업은행도 마찬가지다.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는 이 자리에서 “(메리츠·산업은행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지만, 김기한 금융위원회 구조개선정책관은 “(산은에) 확인해 보니 홈플러스 측에서 DIP 대출을 요청한 바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조 대표는 “기업에서 직접 산은에 요청하는 건 어렵다고 안다. 그래서 정부와 국회에 계속 요청을 드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 [연합] |
“MBK, M&A까지 선제적 자금 투입해야”
토론회의 주요 참석자들은 MBK의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로서 DIP 대출이 불가능해 보이는 만큼 MBK가 직접 정상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유동수 의원은 “지금의 회생계획안은 불가능한 안”이라며 “MBK는 인수·합병(M&A) 때까지 운영 가능한 수준의 현금을 먼저 선제적으로 투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국민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야 정부가 나서고, 산은도 나설 수 있다”고 했다.
다만 MBK의 자금 투입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 김병주 MBK 회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사재 출연과 지급보증 등 총 5000억원을 지원했다며, 추가 사재 출연에 선을 그은 바 있다.
DIP 대출 불발 시 홈플러스는 청산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는 지난해 6월 기준 약 2조5000억원인 반면, 청산가치는 더 큰 3조7000억원이다.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 지부 위원장은 “MBK가 오로지 청산 생각만 하면서 홈플러스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1천억원대 사기 혐의를 받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위해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2026.1.13 [연합] |
월급 지연·폐점 확산 우려…금융당국 제재는 변수
자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홈플러스 형편은 빠르게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인 월급 지연과 납품 축소가 발생할 경우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폐점 규모도 커질 수 있다. 현재까지 홈플러스가 영업 중단을 결정한 점포는 총 17곳이다. 10만여명에 달하는 홈플러스 및 협력업체 직원들의 생계 문제로 심화할 경우 파장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편에선 김병주 회장 등 MBK 경영진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한 MBK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징계 수위를 정하기 위한 제재심의위원회를 가동 중이다. 앞서 직무정지를 포함한 제재안이 상정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징계 현실화 시 경영진에 대한 압박이 될 거란 시각이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상반기 중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