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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쫀쿠!]②"이게 진짜 스몰 럭셔리"

비즈워치 [비즈니스워치 윤서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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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쫀쿠!]②"이게 진짜 스몰 럭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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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귀 현상에 리셀까지…두쫀쿠가 만든 희소성 경제
SNS가 키운 'K디저트'…소비 경험에서 오는 만족감
고물가 시대 '만원의 행복'…"자기 보상 심리 작용"


/그래픽=비즈워치

/그래픽=비즈워치


다양한 식감과 맛을 레이어한 이른바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 주먹만 한 크기의 두쫀쿠 시중 판매 가격은 6000원에서 1만원을 호가한다. 두쫀쿠의 인기에 따라 핵심 원재료인 카다이프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은 탓이다. 이 때문에 최근 카다이프와 비슷한 식감을 가진 재료를 활용한 대체품이 속속 출시되며 두쫀쿠 열풍에 편승하려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들 제품은 두쫀쿠의 뚜렷한 대체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카다이프만의 '바삭한 식감'을 구현하지 못해 외면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디저트 하나가 식사 한 끼 가격에 육박함에도 불구,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고급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스몰 럭셔리' 트렌드가 두쫀쿠의 인기를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디저트계의 '에르메스'

두쫀쿠는 한국에서 탄생한 'K디저트'다. 하지만 두쫀쿠의 재료로 들어가는 카다이프는 수입 의존도가 높다. 튀르키예와 중동, 일부 지중해 국가에서 주로 사용되는 식자재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안정적인 공급망이 구축되지 않으면 '제조 원가 증가→최종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이에 따라 최근 온라인 도매 시장 기준 볶은 카다이프(5㎏) 가격은 14만원 이상으로 올랐다. 유행 이전 6만~7만원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2배 가량 뛴 셈이다. 이에 더해 두쫀쿠의 풍미를 담당하는 피스타치오, 마시멜로 가격도 오르고 있다. 탈각 피스타치오(1㎏)는 11만원 선까지, 대용량 마시멜로는 1㎏ 당 1만원대에서 최대 9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업계에서는 두쫀쿠의 인기를 두고 단순한 디저트 구매를 넘어선 '자기 보상형 소비'의 일환으로 해석한다. 장기화하는 고물가 기조에 따라 고가 명품 대신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작은 호사'를 찾는 소비 성향이 두쫀쿠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미각과 시각적 재미는 물론 유행을 경험한다는 심리적 만족감까지 두쫀쿠 하나에 모두 담겼다는 평가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이 같은 소비 경험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SNS상에서는 두쫀쿠를 반으로 갈라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스프레드가 흘러나오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이런 콘텐츠는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 소비를 유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여기에 소량 생산에 따른 희소성도 한몫하고 있다. 품절이 잦은 인기 디저트를 손에 넣는다는 성취감이 소비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덕분에 두쫀쿠를 판매하는 일부 매장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오픈을 기다리는 '오픈런'이 일상화됐다. 두쫀쿠 판매 이후 매장의 전체 매출이 두쫀쿠 판매 이전 대비 크게 늘어난 사례도 적지 않다."이 정도 쯤이야"

두쫀쿠 소비 과열 양상은 리셀(되팔기) 시장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최근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웃돈을 얹어 두쫀쿠를 거래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 동네 제과점이나 베이커리 등에서 구매한 제품들을 사고파는 방식이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두쫀쿠가 하나의 먹거리를 넘어 소비 아이콘으로 인식되면서 비싼 가격을 정당화시키는 단계까지 온 것이 아닌가 싶다"며 "고가의 명품 소비와 비교했을 때 진입할 수 있는 장벽 자체가 낮아 젊은 층이 부담 없이 럭셔리한 경험을 했다고 느끼기에도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스위트파크 월간 빵지순례 팝업./사진=신세계백화점 제공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스위트파크 월간 빵지순례 팝업./사진=신세계백화점 제공


전문가들도 두쫀쿠를 전형적인 '경험 소비형' 스몰 럭셔리의 한 축으로 보고 있다. 짧은 소비 시간에도 불구, 강한 인상을 남긴다는 특성상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게 인식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스트레스 해소와 자기 위안의 기능을 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디저트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식품 소비는 단순한 생계 유지 차원을 넘어 새로운 맛과 즐거움, 경험을 통해 심리적 만족을 얻으려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두쫀쿠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적으면서도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일상에서 활력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물가와 환율 상승 등에 따른 어려움은 있지만 전반적인 소득 수준이 과거보다 높아졌기 때문에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자 성향이 더 강해진 것"이라면서 "주변에서 많이 소비하는 트렌드를 직접 경험해보려는 심리가 맞물리면서 두쫀쿠와 같은 상품에 대한 소비 수요는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CU에서 판매 중인 두바이 디저트./사진=BGF리테일 제공

CU에서 판매 중인 두바이 디저트./사진=BGF리테일 제공


다만 일각에선 유행에 따른 원재료 가격 급등과 과도한 희소성 마케팅이 지속될 경우 소비자 피로도가 빠르게 누적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두쫀쿠 열풍이 일시적인 트렌드에 그칠지, K디저트 카테고리의 한 장르로 자리 잡을지는 가격 안정성과 제품 차별화 전략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두쫀쿠 자체의 경쟁력과 제품력은 충분하지만 비싼 가격 부담을 완화하고 수입 원재료 수급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카다이프를 비롯한 핵심 재료를 다양하게 변형했을 때 소비자들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 반짝 유행을 넘어 디저트 장르 중 하나로 정착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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