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해 꺼내 들었던 ‘군사·관세 압박’ 카드를 거둬들였다.
21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 연설에서 트럼프는 유럽 8개국에 예고했던 관세 부과 계획을 취소하고 “과도한 힘과 강압을 사용하지 않겠다”며 무력 사용 가능성을 공식 배제했다. 단순한 원칙 변화가 아니라 동맹 붕괴와 금융 시장 동요, 나토 내부 균열을 동시에 막기 위해 선택한 전술적 후퇴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유럽이 보여준 집단 반격이 이번 정책 선회를 이끈 직접적 계기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연설에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다보스 현장에서 “유럽은 매우 강력한 도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존중받지 못할 경우 이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바르트 드 베버 벨기에 총리는 “행복한 가신이 되는 것과 비참한 노예가 되는 것은 다르다”며 미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 자체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21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 연설에서 트럼프는 유럽 8개국에 예고했던 관세 부과 계획을 취소하고 “과도한 힘과 강압을 사용하지 않겠다”며 무력 사용 가능성을 공식 배제했다. 단순한 원칙 변화가 아니라 동맹 붕괴와 금융 시장 동요, 나토 내부 균열을 동시에 막기 위해 선택한 전술적 후퇴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1월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56차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전문가들은 유럽이 보여준 집단 반격이 이번 정책 선회를 이끈 직접적 계기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연설에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다보스 현장에서 “유럽은 매우 강력한 도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존중받지 못할 경우 이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바르트 드 베버 벨기에 총리는 “행복한 가신이 되는 것과 비참한 노예가 되는 것은 다르다”며 미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 자체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말뿐인 반발이 아니었다. 유럽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한 관세 위협에 대응해 이미 체결된 미·유럽 무역협정 승인 절차를 전격 보류하는 실력 행사에 나섰다. 만약 트럼프가 예정대로 다음달 1일부터 10%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6월까지 25%로 끌어올렸다면,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전면 무역 전쟁이 불가피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전문가를 인용해 “이 경우 미국 역시 인플레이션 재점화와 수출 시장 위축이라는 상처를 피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미국 금융 시장이 보여준 즉각적 반응도 트럼프 행정부 계산을 한층 복잡하게 만들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그린란드 병합 위협이 본격화된 이후 뉴욕 증시가 새해 들어 처음으로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다보스 연설 도중 그린란드를 여러 차례 아이슬란드로 잘못 부르면서도 “이 섬 때문에 증시가 어제 하락했고, 이미 우리에게 많은 돈을 쓰게 만들었다”고 했다. 폴리티코는 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 역시 시장 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고 평했다. 실제 이날 무력 사용 배제 선언 직후 월스트리트는 즉각 반등하며 ‘안도 랠리’를 연출했다.
20일, 미국 워싱턴 D.C. 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공화당 전국 갱신 운동 창립 기념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미국 국기로 장식된 그린란드 모양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연합뉴스 |
허수아비에 가까웠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도 이번 국면에서는 결정적 중재자 역할을 수행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유럽 정상들과 트럼프 사이에서 갈등을 조율했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 직후 뤼터와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가졌다며 그린란드 문제에 대해 “합의의 틀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뤼터 사무총장 회담 이후 군사적 점령이나 강제 병합이라는 무리수 대신, 미군 기지 확장과 자원 개발권 확보 등 실질적 이익을 챙기는 쪽으로 협상 초점을 이동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후퇴는 내부 정치 요인과도 맞물려 있다. BBC는 공화당 내부에서도 그린란드 문제를 둘러싼 군사적 모험주의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과 미국 관계가 갈수록 악화하면서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의 일방적 행동이 국제적 고립과 나토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회 차원에서 제동을 걸 가능성도 거론됐다. 여기에 덴마크가 영국·프랑스 등과 함께 그린란드에서 합동 군사 훈련을 실시한 점도 압박으로 작용했다. 이는 트럼프가 주장한 ‘무방비의 섬’ 프레임을 정면 반박하는 동시에 유럽이 실제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보여준 신호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적 반전을 두고 트럼프식 협상이 보여준 전형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극단적 위협으로 상대를 몰아붙인 뒤, 한발 물러서며 실리를 챙기는 방식은 트럼프가 그동안 중국, 멕시코 등과 관세 협상에서 수차례 보여준 방식이다. 트럼프는 이날 뤼터 사무총장과 회담한 뒤 “미래 합의의 틀이 미국이 원하는 것을 모두 담고 있다”고 했다. 이는 영토 소유라는 상징 대신 경제·군사적 실익을 확보하는 쪽으로 전략이 전환됐음을 의미한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다만 갈등이 근본적으로 해소된 것은 아니다. 트럼프는 연설 말미에 유럽을 향해 “선택권은 그들에게 있다”며 “아니오라고 답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기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일시적인 평온이 휴전에 가깝다고 평했다. 협상이 틀어질 경우 관세나 압박 카드가 다시 등장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한 전술적 후퇴가 외교적 해법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후속 협상에 달려있다는 의미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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