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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 셰프' 식당에 푹 빠진 디깅족 가계부 [재테크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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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 셰프' 식당에 푹 빠진 디깅족 가계부 [재테크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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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이혁기 기자]

요즘 '흑백요리사' 두번째 시즌의 인기가 뜨겁다. 출연 셰프 식당에선 예약 전쟁이 벌어지고, 고가의 파인 다이닝을 즐기는 '미식 투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요식업계엔 반가운 소식이겠지만, 지갑이 얇은 신혼부부에겐 치명적인 유혹이다. 분위기에 취해 한끼에 수십만원을 쓰다 보면 가계부가 뻥 뚫리기 십상이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흑백요리사 열풍'에 탑승했다가 적자의 늪에 빠진 신혼부부 가계부를 손봤다.


취미에 아낌없이 돈을 투자하는 ‘디깅 소비’는 과소비를 유발하기 쉽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취미에 아낌없이 돈을 투자하는 ‘디깅 소비’는 과소비를 유발하기 쉽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디깅(Digging)'은 이제 직장인의 소비트렌드 중 하나로 정착한 듯하다. 자신의 취향이나 선호하는 영역에 깊게 파고들며 돈을 아끼지 않는 현상으로, 특히 젊은 세대층이 이같은 소비 패턴을 선호한다. 이들은 최신 스마트폰은 사전 예약해서라도 사야 하고, 유명 셰프의 식당은 웃돈을 얹어서라도 가야 직성이 풀린다.


최근 SNS를 타고 유행한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 열풍'은 MZ세대의 디깅 소비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1만원이 넘을 정도로 가격이 비싸고, 크기는 호두만큼 작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번화가에선 이 쿠키를 사려고 사람들이 디저트 카페 앞에 몇시간씩 줄을 서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김민혁(가명ㆍ38)씨와 민희은(가명ㆍ37)씨 부부도 디깅 소비를 선호한다. 자신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돈을 쓰는 걸 낭비가 아닌 투자로 여긴다. 이를 위해 부부는 결혼하면서 '각자 번 돈은 각자 쓰자'고 약속도 했다. 돈 문제로 마찰이 생기는 걸 예방하자는 취지다. 생활비는 각자 지출항목을 맡아 '반반 지출'이 되도록 나눴다.


부부는 '현명한 소비'라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가계부는 늘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적자 규모는 계속 불어나기만 했다. 이제 남편의 상여금만으론 신용카드 할부금을 감당하기 힘든 수준까지 도달한 상황. 부부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필자에게 SOS를 신청했다.


지난 시간에 살펴본 부부의 재정 상황은 이렇다. 부부의 월 소득은 630만원으로, 중견기업에 다니는 남편이 330만원을 벌고 중소기업 직장인인 아내가 300만원을 번다. 남편이 1년에 받는 상여금 400만원은 정기지출이 아니므로 제외했다.


부부는 월급을 합치지 않고 지출항목을 나눠 맡고 있지만, 편의상 합쳐서 정리했다. 총지출은 정기지출 491만원, 1년 단위로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57만원, 금융성 상품 120만원 등 668만원이다. 소득보다 38만원을 초과한 적자 상태다.


지난 1편에서 식비를 100만원에서 60만원으로 40만원 줄여 2만원 흑자로 전환해 둔 상태다. 자산은 전세 아파트(시세 3억5000만원)와 주식(800만원)이 있고, 전세자금대출(잔여 1억원)이 부채로 잡혀 있다.


부부의 재무 목표는 딱 2가지로, 돈 관리를 제대로 하는 것과 집을 사는 것이다. 두 목표를 이루려면 어찌 됐든 지출을 지금보다 대폭 줄일 필요가 있다. 여유자금을 확보하고 나쁜 소비 습관도 바꿀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이쯤에서 주요 지출항목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한달에 40만원씩 쓰는 데이트 비용을 줄여야 한다. 부부는 요즘 넷플릭스의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 푹 빠져 있다.


출연 셰프들의 식당을 어떻게든 예약하기 위해 온종일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다. 최근에 어렵게 예약해 한곳을 다녀왔는데, 한끼 음식값으로만 수십만원을 지출했다고 한다. 마음에 들었는지 부부는 한달에 한번씩 고급 레스토랑에 다녀오기로 약속했다.


부부는 지인들과의 술자리 모임에도 빠지지 않고 나간다. 그러다 보니 술값에 대리운전비까지 발생해 지출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신혼을 즐기고 싶은 부부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두사람은 이미 용돈으로만 각각 50만원씩 총 100만원을 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40만원에 달하는 데이트 비용은 분명한 '과소비'다.

이런 이유로 부부는 데이트 비용을 지출항목에서 없애기로 했다. 사치스러운 외식과 술자리 횟수를 줄이고, 부부의 용돈 안에서 데이트 비용을 해결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데이트 비용은 40만원에서 0원이 됐다.

다음은 통신비(21만원)다. 부부는 쓰던 스마트폰에 별문제가 없는데도 부부는 '신상'이 나오면 곧바로 '번호이동'을 한다. 그러다 보니 부부의 통신비엔 늘 스마트폰 할부금이 군살처럼 껴 있다. 기깃값을 할인받기 위해 둘 다 고가 요금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OTT 볼 때 말고는 인터넷을 크게 쓸 일이 없어 데이터가 남아돈다.

부부는 통신비를 과감히 정리하기로 했다. 주식(800만원)의 일부를 활용해 스마트폰 할부금(총 240만원)을 한번에 냈다. 할부금엔 5.9%가량의 수수료가 붙어 있는데, 은행 이자와 비교해 보면 상당한 고금리다. 그러니 빨리 갚을수록 이득이다. 부부의 8만~9만원대 고가 요금제는 2만원대 알뜰폰으로 변경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부부의 통신비는 21만원에서 5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마지막으로 유류비ㆍ교통비(60만원)를 손봤다. 언급했듯 부부는 외식과 술자리가 있을 때마다 차를 몰고 나간다. 출퇴근 때도 둘 다 자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기름값이 만만찮게 발생한다.


부부는 자차 운용 횟수를 최대한 줄이기로 했는데, 이를 위해 대중교통 정기권인 '기후동행카드'를 발급받았다. 월 6만5000원이면 서울시의 시내ㆍ마을버스와 지하철,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이에 따라 교통비ㆍ유류비는 60만원에서 50만원으로 10만원 줄었다.


기후동행카드을 사용하면 무제한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사진 | 뉴시스]

기후동행카드을 사용하면 무제한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사진 | 뉴시스]


이렇게 1차 지출 줄이기를 마쳤다. 부부는 데이트 비용 40만원(40만→0원), 통신비 16만원(21만→5만원), 유류비ㆍ교통비 10만원(60만→50만원) 등 66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여유 자금도 2만원에서 68만원으로 꽤 많이 불어났다.

그래도 더 줄여야 한다. 가장 신경 쓰이는 건 남편이 한달에 100만원씩 투자하는 주식이다. 지난 1년간 투자 성적을 살펴보니, 남편은 현재 30%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또 38만원에 달하는 보험료도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도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 줄일 항목이 있다는 건 그만큼 설계할 요소도 많다는 의미여서다. 부부는 얼마나 더 허리띠를 졸라맬 수 있을까. 3편에서 이어나가보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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