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전 그린란드 무력옵션에 “노코멘트” 했던 트럼프
21일 연설서는 “무력 사용 안해” 공언...유럽에 관세 위협도 철회
나토와 “합의 틀” 마련했다면서 “광물·골든돔 포함” 언급
극단적 목표 설정 후 이익 취득하는 ‘트럼프식 협상 전략’ 평가
21일 연설서는 “무력 사용 안해” 공언...유럽에 관세 위협도 철회
나토와 “합의 틀” 마련했다면서 “광물·골든돔 포함” 언급
극단적 목표 설정 후 이익 취득하는 ‘트럼프식 협상 전략’ 평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연례행사가 끝난 후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AP] |
[헤럴드경제=도현정·김영철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에 반대하는 유럽 8개국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철회하고, 그린란드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도 배제한다 밝혔다. 유럽과 극단으로 치닫는 갈등 국면에서 한 발 물러선 트럼프의 포석에 대해 골든돔(미국의 차세대 공중 미사일 방어체계)과 광물이라는 목표를 이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70여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그린란드의 완전한 소유권(ownership)”을 원한다면서 “우리가 (유럽에) 지난 수십년간 해준 것에 비하면 아주 작은 요구(very small ask)”라고 그린란드에 대한 야욕을 꺾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그러면서도 그는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유럽 국가들과 “즉각적인 협상”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가 과도한 힘과 강압을 사용하기로 결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마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며 “솔직히 말해 우리가 그렇게 한다면 막을 수 없겠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연설 4시간 뒤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유럽 8개국에 대한 관세 부과 철회 방침을 밝혔다. 그는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매우 생산적인 회담이 있었고 그린란드와 관련해 “합의의 틀(framework)”을 만들었다면서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2월 1일 발효 예정이던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게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과 관세 부과 위협을 철회하면서 유럽과 미국간 전면 충돌은 피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발 물러선 것에 대해 그린란드로부터 광물 채굴권과 골든돔에 대한 협력을 얻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이후 미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나토와 도출한 그린란드 관련 합의틀에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의 광물 채굴권 접근 및 골든돔에 대한 협력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유럽)은 골든돔에 참여하게 될 것이며, 광물 채굴권에도 관여하게 될 것이다. 이는 우리도 마찬가지다”라고 전했다. 해당 합의의 지속 기간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은 “영원할 것(Forever)”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CNBC 측에 나토와 “거래의 구상(concept of a deal)”에 도달했다고 언급했으나, 구체적인 세부 사항 공개는 거부했다. 그는 또 “그린란드에 적용되는 골든돔에 대해선 추가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논의가 진전됨에 따라 추가 정보가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토와의 협의에 대해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필요할 경우 다양한 다른 사람들이 협상을 맡을 것이며, 그들은 나에게 직접 보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그린란드는 세계 8위의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희토류는 전기차, 무기체계, 전자제품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대(對)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희토류 공급망 개발을 행정부 산업 정책의 핵심 목표로 설정해 왔다.
골든돔은 적성국가의 미사일 공격을 우주에서 수천개의 인공위성을 동원해 탐지·요격한다는 계획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프로젝트다. 이 두 논제가 나토와의 협상 테이블에 오르면서 유럽에 대한 압박의 고삐를 늦췄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린란드를 두고 벌어진 유럽과의 갈등에서 극단의 위협으로 상대를 압박하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전형적인 ‘트럼프식’ 협상 전술이 다시 확인됐다는 평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립전략연구소의 경제전문가 이반 우스는 이를 두고 매우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압력을 가해 궁극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사용하는 전략이라 평가했다. 그는 “모든 사업가들이 사용하는 전형적인 전략”이라며 “판돈을 높여 양측이 중간 지점에서 협상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NBC는 그린란드도 “완전한 영유권”을 전면에 내걸고 고율 관세로 위협했다가, 실제로는 군사 주둔 확대·광물 접근권·나토 차원의 북극해 아젠다 반영 같은 ‘중간선’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있다며 “전형적인 ‘스테이크 높이기 후 디스카운트’ 패턴”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나토 동맹의 균열이 가져올 부담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려면 유럽과의 안보 공조가 필수적이다. 그린란드 문제를 힘으로만 밀어붙여 유럽과 등지는 것은 미국으로서도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린란드 병합을 밀어붙이자 미 의회, 심지어 공화당 내에서도 “나토의 균열은 중국, 러시아만 좋은 일”이라며 이를 만류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시장도 전례없는 나토의 균열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위협 발언 이후부터 20일(현지시간)까지 유럽 증시는 이틀 연속 하락장을 이어갔고, 미국도 주식·채권·달러 모두 약세로 몸살을 앓았다. ‘경제 대통령’을 내세우는 트럼프 입장에서는 자신의 말 한 마디에 시장이 출렁이는 상황이 부담이었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위협을 거두자 21일 뉴욕증시는 다시 강세로 마감했다. WWM 인베스트먼츠의 재무 기획 및 포트폴리오 분석 담당 이사 매슈 스마트는 21일 강세로 돌아선 시장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다보스에 대립이 아닌 협력을 내세운것이 중요하다”며 “갑작스러운 무역 분쟁이나 지정학적 긴장 고조 가능성을 줄이면 위험 자산은 안심하는 경향이 있다. 오늘의 가격 움직임은 바로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