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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기업은 오래 살아남을까”… 안정호 시몬스 대표의 실험

헤럴드경제 홍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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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기업은 오래 살아남을까”… 안정호 시몬스 대표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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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호 시몬스 대표 [시몬스]

안정호 시몬스 대표 [시몬스]



자연 진화된 화재, 난연 침대의 힘
특허 공개·ESG 침대로 만든 지속 가능한 기부 모델
안정호식 경영 실험, 성과로 이어질까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1. 지난해 10월 경기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났다. 집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 화재경보가 울렸다. 경비원은 집주인에게 전화로 화재 사실을 알렸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간 집 안은 연기로 자욱했다. 화재는 반려견이 보조배터리를 물어 뜯으면서 시작됐다. 불이 난 곳은 침대였다. 다행히 불은 더 확산되지 않았고 이내 꺼졌다. ‘난연 소재’를 적용한 시몬스 침대 덕이었다.

#2. 2025년 3월 위례신도시의 한 아파트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침대 매트리스 위에 전기장판을 올려두고 사용하다 발생한 불이었다. 그러나 이날 다친 사람은 없었다. 소방서 신고도 없었다. 불길은 스스로 진화됐다. ‘시몬스 침대’의 모든 제품엔 난연 기능이 기본으로 적용돼 있다. 시몬스는 2020년 난연 매트리스 제작 공정 특허를 취득했지만, 2024년 이를 일반에 공개했다. ‘사람을 살리는 기술은 널리 쓰여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의무 아닌 ‘선택’… 안전을 비용이 아닌 책임으로 본 기업


시몬스의 난연 매트리스는 ‘규제를 앞선 기술’에 가깝다. 국내 침대 업계에서 난연 기능은 오랫동안 ‘선택 사항’이었다. 그러나 안정호 시몬스 대표는 침대가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 인체와 맞닿는 생활 필수재라는 점에 주목했다. 화재 발생 시 인명 피해로 직결될 수 있는 제품인 만큼, 최소 기준이 아닌 ‘최대 안전’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이 철학은 2024년 특허 공개라는 결단으로 이어졌다. 시몬스는 2020년 취득한 난연 매트리스 제조 공법 특허를 무상으로 개방했다. 기술 독점을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대신, 업계 전체의 안전 수준을 끌어올리는 쪽을 택한 것이다. 안정호 대표는 당시 “겨울철 잇따른 화재로 인한 안타까운 소식에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시몬스의 ESG 행보는 단편적 기부나 이미지 제고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핵심은 ‘구조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업계 최초로 선보인 ‘ESG 침대’ 프로젝트다. 시몬스는 ‘뷰티레스트 1925’ 매트리스를 출시하며, 제품이 판매될 때마다 소비자가의 5%를 자동으로 기부금으로 적립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시몬스 외벽 [시몬스]

시몬스 외벽 [시몬스]



기부의 주체는 기업이지만, 참여자는 소비자다. 침대를 구매하는 행위 자체가 사회공헌으로 연결된다. 적립된 기부금은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센터 리모델링 기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기업·병원·소비자가 함께 참여하는 3자 협력 구조다. 이 프로젝트는 단발성 캠페인이 아니라 2년간 이어졌고, 3000개 이상의 제품이 판매되며 실질적인 재원을 마련했다.

안 대표는 과거 한 공식 석상에서 “이제는 기부도 브랜딩돼야 지속 가능할 수 있다”라며 “소아청소년센터 리모델링 기금을 시작으로 시몬스만의 독보적인 브랜딩 역량을 십분 발휘해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센터의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동시에 센터가 대한민국 대표 소아청소년센터로 자생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성과로 이어진 ESG… ‘착한 기업은 손해’라는 통념의 균열


이 같은 ESG 경영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뷰티레스트 1925는 한정판임에도 출시 5개월여 만에 1700개 이상 판매됐다. 가치 소비에 익숙한 MZ세대를 중심으로 호응이 확산됐다. 시몬스는 매출 기준으로 침대 업계 1위 자리를 2년 연속 차지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기술+안전+ESG’가 결합된 시몬스식 전략이 브랜드 신뢰를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 대표의 경영 실험은 회사 안에서도 이어졌다. 2021년 시몬스는 전년 영업이익 147억원 가운데 약 10%인 14억원가량을 직원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성과를 만들어낸 직원들과 이익을 나누겠다는 취지였다.

경기 침체기 대응도 주목받았다. 지난해 내수 부진 속에서 침대 업계 전반이 가격 인상에 나섰지만, 시몬스는 가격 동결을 선택했다. 대신 임원진 연봉을 20% 자진 삭감했다.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결정이었다.

여기에 고금리 시대를 겨냥한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 ‘시몬스페이’는 상징적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최장 36개월 무이자 할부, 등록비·해지 수수료 없는 구조는 소비자의 진입 장벽을 낮췄고, 이용 건수는 빠르게 늘었다. 소비자 보호와 매출 확대를 동시에 잡은 사례로 평가된다.

시몬스의 ESG는 지역과도 연결된다.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시몬스 팩토리움’과 복합문화공간 ‘시몬스 테라스’는 단순한 생산·판매 거점을 넘어 지역 상생의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시몬스는 명절마다 이천 지역에 쌀과 생활용품을 기부해 왔고, 누적 기부액은 수억원에 이른다.

지역 농가와 함께하는 ‘파머스 마켓’, 크리스마스 마켓, 업사이클링 부스 운영 등은 지역 주민·소비자·브랜드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런 활동들은 시몬스가 경기도지사 표창, 보건복지부 장관상 등 다수의 ESG 관련 수상을 받은 배경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