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원·달러 환율이 한두 달 내 1400원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직접 언급하면서 외환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지적에 "관련 책임 당국에 의하면 한두 달 정도 지나면 1400원 전후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그간 환율 안정 대책을 발표하면서도 구체적인 전망치나 목표 수준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극히 이례적인 발언이다. 특정 환율 수준과 시점을 동시에 거론한 것은 환율의 '숫자' 자체가 시장에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이 그동안 자제해왔던 방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장 마감 이후 한 행사에서 직접적인 수치 언급은 피했지만 "환율 수준이 조절될 여지가 크다"고 말해 대통령 발언에 사실상 동조했다.
외환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1481.3원까지 상승했으나 대통령 발언 직후 하락세로 전환했다. 오후 12시37분께는 1467.8원까지 13.5원 급락했다.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1471.3원으로 마감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구두 개입' 발언이 있었던 15일(1469.7원) 이후 4거래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구체적 환율 전망 언급이 일종의 '구두 개입'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통상 중앙은행이나 재무당국이 환율 목표를 공개적으로 제시하지 않는 것은 시장 기대를 고착시키거나 투기 세력에 목표점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채권시장도 강세를 보였다. 이 대통령이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 언급에 대해 선을 그으면서 전날 제기됐던 장기 국채 발행 확대 우려가 완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5.3bp(1bp=0.01%포인트) 하락한 연 3.138%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5.1bp 내린 연 3.602%를 기록했다.
5년물과 2년물 금리는 각각 4.2bp, 4.0bp 하락해 연 3.430%, 연 2.900%로 내려갔다. 20년물은 연 3.575%로 2.4bp 하락했고, 30년물과 50년물은 각각 2.2bp, 2.0bp 떨어져 연 3.472%, 연 3.361%에 마감했다.
전날 국고채 시장은 일본 국채 초장기물 금리 급등과 이 대통령의 추경 시사 발언이 맞물리며 장기물을 중심으로 약세가 두드러졌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문화·예술 산업 지원을 언급하며 추경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몇조, 몇십조씩 적자 국채를 발행해 추경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진화에 나섰다.
김혜란 기자 khr@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