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중국 하이커우, 김환 기자) 구성윤은 '드림 클럽' 입성에 성공한 몇 안 되는 선수 중 한 명이 됐다.
일본 J리그의 세레소 오사카와 콘사도레 삿포로, 교토 상가에 이어 대구FC, 김천 상무, 서울 이랜드 FC 등 여러 K리그 팀들을 거치는 동안에도 구성윤의 마음은 재현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당시 부부젤라를 들고 서울을 응원했던 시절과 다르지 않았다.
프로에 데뷔하기 한참 전부터 한국 축구의 성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축구 경기를 보며 FC서울 입단의 꿈을 키웠던 구성윤은 인터뷰 내내 서울 이야기만 나오면 입가에 미소를 띄었다.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원하는 팀에 입단하는 꿈을 이룬 사람의 미소였다.
고등학생 때 받은 서울의 훈련복을 입고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구성윤은 이제 서울 유니폼을 입고 뛸 수 있는 서울 선수가 됐다. 그는 모든 선수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힘든 것으로 유명한 김기동 감독의 동계 전지훈련을 소화하면서도 "훈련이 즐겁다"며 웃어보였다.
21일 서울의 동계 전지훈련지 중국 하이난의 하이커우 소재 호텔에서 만난 구성윤은 "(제안이 왔을 때) 너무 좋았다. 그냥 바로 (서울로) 가고 싶었다.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너무 좋았던 것 같다"라며 "오고 싶어했던 팀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전지훈련을 하는 건 처음이다. 프로 1년 차 때부터 했던 경험과는 느낌이 다르다.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구성윤과의 일문일답.
-계획에 없었던 휴식이 주어졌다고 들었는데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
▲아무래도 주장인 (김)진수 형이 선수들에게 피로가 쌓였다고 판단해서 감독님께 건의를 한 것 같다. 감독님도 어제(20일) 오전과 오후에 진행된 연습경기에서 선수들이 잘했고, 어떻게 보면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휴식을 주신 것 같다. 몸 상태는 나쁘지 않다. 괜찮다.
-오랜만에 K리그1으로 돌아왔다.
▲전에도 K리그1에서 겨울 전지훈련에 참가했던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대표팀 튀르키예 전지훈련 이후 도중에 참가하는 거였다. 이렇게 처음부터 참가하는 건 처음이다.
다른 인터뷰에서도 얘기했는데, 내가 입단하고 싶었던 팀에서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동계훈련에 참가하는 건 처음이라 김천 상무 시절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내가 오고 싶었고, 꿈꿨던 클럽에서 선수로 뛸 수 있어서 느낌이 다르다. 그래서 너무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서울이 드림 클럽이라고 얘기했는데 어린 시절 서울 경기를 보러 다녔기 때문인가.
▲그렇다. 내가 포항 출신이지만 초등학교부터 서울에서 학교를 다녀서 서울 경기를 많이 보러 다녔다. 그때 서울월드컵경기장이라는 경기장도 그렇고, 당시 서울의 베스트 일레븐에 국가대표 선수들이 많았다. 데얀, 몰리나, 히칼도 시절도 다 봤다. 멋있었다.
-서울 팬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아예 다른 얘기인데, 고등학교 때 감독님께서 FC서울 훈련복을 냉장고 박스처럼 큰 박스에 담아오셔서 선수들에게 훈련할 때 입으라고 하신 적이 있다. 우연치 않게 서울 훈련복을 입고 훈련하게 됐는데, 뭔가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 입단해서 실제로 훈련복을 받았을 때 느낌은 어땠나.
▲프로 선수로서 지급받은 거라 너무 기뻤다.
-처음 서울에서 제안이 왔을 때는 어떤 기분이었나.
▲너무 좋았다. 나는 서울로 바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바로 구체적인 오퍼가 온 거는 아니었고, 처음에는 '흥미가 있다'는 정도였다. 구체적 제안을 받았을 때 기분이 너무 좋았다.
-서울을 선택한 배경에는 어린 시절부터 꿨던 꿈이 크게 작용했나.
▲그렇다. 모든 선수들이 드림 클럽을 꿈꾸면서 프로 선수로 활동하지만, 결국 드림 클럽에 가지 못하고 은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내가 어렸을 때부터 간직했던 꿈 하나를 이루는 느낌이라 지금까지 이적을 결정했을 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지금까지는 서울을 밖에서만 봤다. 직접 경험한 서울은 어떤 팀인가.
▲아직까지는 너무 좋다. 어린 선수들이 많고, 나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는 몇 없다. 처음 왔을 때부터 많은 선수들이 도와줬고, 스태프들도 내가 하루빨리 편안한 분위기에서 축구를 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하고 행복하게, 또 재밌게 하고 있다.
-김기동 감독과도 오랜만에 재회했다.
▲23세 이하(U-23) 대표팀 때 감독님과 함께했다. 그때는 코치님이셨다. 20대 중반에 포항을 한번 갔는데 감독님이 밥을 사주시면서 '같이 한번 하자'고 하셨다. 감독님과 같이 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뤄지지 못했다. 이번에는 그때 얻어먹은 밥값을 해야 할 것 같다. 이번 시즌에 최선을 다해 그때 감독님께서 사주신 따뜻한 밥 한끼에 보답해야 할 것이다.
-김기동 감독에게 얻어먹은 음식이 무엇이었나. 더 맛있는 걸 먹었어야 했던 거 아닌가.
▲중식이었다. 나도 처음 가보는 포항의 맛집이었다.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올해 잘하면 더 맛있는 음식을 사주시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서울은 지난해 골키퍼 리스크를 이야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팀이었다. 외부에서 바라본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나.
▲물론 골키퍼라는 포지션이 실수하면 바로 실점으로 이어지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다른 필드 플레이어가 실수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기는 하다. 하지만 모든 실점이 골키퍼 실수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골키퍼 실수로 인해서 이뤄지는 실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어서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
나도 프로 생활을 하면서 나 때문에 실점도 해봤고, 그렇지 않은 실점도 해봤는데 돌아보면 흐름이 중요한 것 같다. 올해에는 그런 좋지 않은 흐름이 이어지지 않도록 네 명의 골키퍼와 코치님까지 다섯 명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좋은 흐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팬들의 기대가 크다.
▲옛날에 부부젤라를 들고 서울을 응원했던 시절을 생각하면서 하고 있다. 부담감마저도 즐기고 싶다. 솔직히 서울이라는 클럽은 단순하게 상위 스플릿만을 목표로 하는 팀이 아니다. 딱 10년 전에 마지막으로 K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팀인데, 올해 우승 타이틀에 도전하고 싶고, 또 찬스가 왔다고 생각한다.
부담감이라고 생각하면 이런 부분이 부담이지 않을까 싶다. 서울이 한국에서는 큰 클럽이고, 그 큰 클럽에서 뛰려는 선수라면 그 부담감도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접적으로 오는 부담은 없다. 최대한 재밌게, 즐겁게 하려고 하고 있다.
-오랜만에 K리그에서 뛰는 시즌이기도 하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라는 곳이 엄청나지 않나. 그때는 A매치를 거의 상암에서 했다. 대표팀에서 뛰기 위해 열심히 했던 것도 있고, 상암에서 '언젠가 이 경기장에서 한번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기도 했는데 실제로 이렇게 이뤄졌다.
오랜만에 K리그1에서 뛰게 됐는데, 특별한 감정은 없다. 동계훈련 전부터 리그 우승이라는 목표를 갖고 왔기 때문에 거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개인적인 목표와 팀 목표에 집중하면서 훈련하고 있다.
-그동안 서울에서 뛰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는데, 현실로 다가왔다. 지금 기대하고 있는 게 있다면.
▲입단 전에도, 입단한 이후에도 생각했던 꿈이다. 항상 경기를 직관하러 갔을 때에도 선수들이 입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저 사람이라면 어떤 기분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FC서울이라는 클럽에서 경기장 터널을 직접 지나가면서 팬들의 응원을 받으면 어떨까 생각할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항상 똑같았다. 생각만 해도 닭살이 돋는다. 지금 훈련하면서 팬들의 응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검증된 자원이지만, 새로운 팀에서 경쟁하고 증명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강현무와의 경쟁 구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강현무 선수는 서울에 오기 전 포항 스틸러스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고,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서울이라는 좋은 팀에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강현무 선수도 나를 존중하면서, 그리고 나도 강현무 선수를 존중하면서 좋은 경쟁을 하고 있다. 이런 경쟁이 팀에도 분명히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라고 생각한다.
-올해 생각하는 목표는.
▲팀 목표는 아까도 말했던 것처럼 리그 타이틀이다. 개인적인 목표는 큰 부상 없이 무사히 한 시즌을 잘 마치면 좋겠다. 축구할 때 가장 행복하니까 1년 내내 이 행복을 누리고 싶다.
-최근 골키퍼의 역할이 확대됐다. 김기동 감독은 골키퍼에게 어떤 것들을 요구하는 편인가.
▲전지훈련에서는 감독님이 골키퍼들에게 특별한 지시를 하시지는 않는다. 최근에 훈련이 끝나고 팀 전체에게 올 시즌은 실점을 절대 하지 않도록 하자고 요구하셨다.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도 이번 시즌에 최대한 실점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사소한 거 놓치지 않고, 실수를 최대한 줄이면서 집중해야 할 것 같다.
-골키퍼들은 일반적으로 대담하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인터뷰를 하면서 구성윤이라는 선수는 침착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축구를 시작했을 때에는 전문적인 골키퍼 코치가 없었다. 대신 감독님이나 필드 코치님이 '야, 골키퍼는 미쳐야 돼' 이런 말씀을 많이 하셨다. 내가 평상시에 그런 성격은 아닌데, 경기장 안에서는 동등한 위치이지 않나. 처음에는 선배들에게 기가 죽어서 지시도 제대로 못 했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거를 배웠다. 이제는 경기장에서 편하게 소리도 치고, 평상시에 내가 숨기고 있던 것들을 발산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은 것 같다. 축구할 때에는 내가 미친 사람처럼 할 수 있어서 좋다.
사진=하이커우, 김환 기자 / FC서울 / 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