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김현수 기자] 이민성 감독이 강조했던 '태극전사 정신'은 4강에서 멈췄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20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위치한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시안컵 4강전에서 일본 U-23에 0-1로 무릎을 꿇었다.
4강의 길목에 '숙적' 일본을 만난 한국. 이민성 감독은 지난 호주전(2-1 승리)과 똑같은 4-1-4-1 포메이션을 꺼냈다. 중원과 후방에 숫자를 늘려 일본의 공세를 막아내고 찬스가 생기면 곧바로 반격하는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구사한 것.
그러나 이 방법은 별로 효과적이지 못했다. 한국은 전반적으로 수비에 집중하며 경기를 운영했지만, 일본은 중원에서 안정적인 빌드업을 펼치며 한국의 압박을 유도했고 빈틈이 생기면 허를 찌르는 패스로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결국 후반 36분 코이즈미 카이토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끌려갔다. 수월하게 공격 전개하며 전반전 10회 슈팅을 기록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단 1개의 슈팅에 그치며 저조한 공격을 이어갔다.
리드를 뺏긴 한국이 후반전 전술을 바꿨다. 수비에 치중했던 전반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기선제압에 성공한 일본이 잠그기에 돌입하자 전방으로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장면이 반복됐고 공격의 맥을 찾지 못했다. 장석환, 강성진 등이 유효 슈팅을 날리긴 했지만, 골대 강타, 골키퍼 선방으로 무산되며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결국 후반전까지 동점골을 만들지 못하며 패배로 마무리했다.
'한일전'이라는 상징성과 의미에 비해 경기력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이민성 감독은 앞서 호주와의 첫 토너먼트를 앞두고 '태극전사 정신'을 강조했다. 이는 조별리그 우즈베키스탄전 0-2 충격패로 8강 진출이 실패할 뻔했던 경기력 비판에 내놓은 답이었다. 실제로 호주전에서는 수비에 치중했고 결정적 순간 득점포를 가동한 백가온과 신민하의 활약에 힘입어 값진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일본전에서는 호주전과 마찬가지로 4-1-4-1 포메이션을 가동했음에도 결과는 달랐다. 일본은 유기적인 연계 플레이와 선수들의 뛰어난 볼 컨트롤, 조직적인 수비로 호주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빈틈이 거의 보이지 않았던 반면, 한국은 이 모든 요소에서 한 수 아래의 경기력을 드러냈다.
물론 전반전 수비 위주의 전술을 선택한 만큼 공격에 큰 힘을 쏟지 않은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면 최소한 후방에서 차근차근 빌드업을 시도하며 기회를 찾아야 했다. 이조차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채 선제 실점을 허용했고, 이후 후반 들어 전술 변화를 시도했지만, 이현용이 후방에서 간간이 찔러준 패스 외에는 이렇다 할 장면조차 만들어내지 못했다.
더욱이 이번 아시안컵에서 일본은 2028 LA 올림픽을 대비한 20세 대표팀을 꾸렸다. 한국이 23세 선수들을 주축으로 나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어린 선수들을 상대로 졸전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민성 감독이 강조한 '태극전사 정신'은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그 정신에 걸맞은 전술과 기량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이번 아시안컵이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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