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반도체 흔드는 여의도(하편)
비용과 제언: 정치가 낳은 '마이너스 경제', 족쇄를 끊어라 ④
폴 크루그먼 뉴욕 시립대 교수와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양극화, 빈곤의 덫 해법을 찾아서' 초청 특별대담하고 있다.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호남 이전론'에 대한 불씨는 여전하다. 청와대가 호남 이전을 검토하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산업계의 애로 사항을 해결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단 비판도 제기된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단 지적이다.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지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지난 20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정치가 산업에 개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혹시라도 개입이 필요한 경우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에 그쳐야 한다"며 "용인 반도체 산단 논란처럼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의 의사결정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논란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면서 불거졌다. 김 장관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꼭 거기(용인)에 있어야 할지, 지금이라도 전기가 많은 쪽으로 옮겨야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 있다"며 "삼성과 SK가 용인에서 쓸 전기가 원전 15기 분량이라 전기가 많은 지방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 장관의 발언이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발언이라고 지적한다. 정치권에서도 '호남 이전론'에 힘을 보태면서 지역 시민단체까지 나서는 양상이다. 청와대가 이전 검토를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정치 논리의 개입으로 산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진 셈이다. 이에 정치가 경제에 개입하면 그 피해는 국민들의 몫이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김 원장은 "정치하는 사람들은 표에 도움이 되면 이같은 발언을 할 수 있는데 정치인들은 국제적인 흐름보다 정치적 입장을 더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의사결정이 늦어져 다른 나라보다 뒤처지면 결국 글로벌 경쟁 속에서 기술의 경제적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정부와 협의해 최적의 입지를 고려하고 최종 선정하지 않겠나"라며 "기업의 의사결정이 국민에 해를 끼치고 경제 질서를 망가트린다면 정치가 개입해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바꾸라고 하면 기업들은 결정적인 의사결정 때마다 불확실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주춤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의 역할은 산업계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데 그쳐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김 원장은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잘 모른다. 요즘같이 변화가 심한 국면에선 현장에 있는 산업 관계자들이 더 잘 알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산업에 개입하는 경우는 용수 부족이나 배전 문제 등 인프라 확보를 돕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에 국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입이 커질수록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온다고도 강조했다. 김 원장은 "반도체 산업이 잘 되면 법인세수가 많이 늘어나는데, 세금은 결국 기업이 낸다"며 "기업이 내는 세금을 잘 쓰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면 세금이 덜 들어오게 된다.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가진 정치의 입장에서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이 '메모리 반도체'를 조준해 본토 투자를 압박하면서 우려도 커진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모든 메모리 생산 기업에 두 가지 선택지만 존재한다"며 "100% 관세를 지불 하거나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용인 산단을 둘러싼 반도체 논란이 국내 기업에게 미국으로 생산기지 이전을 검토할 명분을 주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문승욱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문재인 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문승욱 전 장관은 "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우면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는 나라를 잘 되게 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라며 "정치도 경제 문제에 대해선 최대한 잘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문 전 장관은 "기업이 정부와 함께 결론을 냈으면 한다. 반도체는 적기 투자가 중요한 만큼 정치권·정부·지자체가 협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처음부터 모든 것이 종합적으로 검토·추진됐으면 좋았겠지만 진행되는 사업에 대한 변경 문제는 신중하게 나와야 한다. 정치권과 정부도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온유 기자 on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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