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환율 등 경제]
“세금은 부동산 규제 수단 아니다
선 넘어 사회 문제되면 세제 동원
“세금은 부동산 규제 수단 아니다
선 넘어 사회 문제되면 세제 동원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참모진이 참석해 있다. /뉴스1 |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최근 치솟는 환율과 관련해 “대한민국만의 정책으로 원상 회복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외환 당국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조만간 1400원 선으로 내려온다고 예측한다”고 했다.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서는 “세금은 규제의 수단이 아니다”라면서도 “문제가 되면 세제도 동원해야 한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이 대통령의 메시지가 복합적이라 다소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환율, 한두 달 뒤 1400원 전후 될 것”
이날 이 대통령은 ‘환율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특별한 대책이 있으면 이미 했을 것”이라며 “대한민국만의 독특한 현상은 아니어서 대한민국만의 정책만으로 되돌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국에 의하면 한두 달 정도 지나면 1400원 전후로 떨어질 거라고 예측한다”고 했다. 수출이 잘되고 있기 때문에 달러 수급을 낙관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 대통령 언급에 환율은 장중 한때 1460원대 후반까지 떨어졌다가 1471.3원으로 마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일본 기준을 그대로 맞추면 (환율이) 1600원이 돼야 하지만 엔·달러 연동에 비하면 그래도 잘 견디는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준기축통화인 엔화와 비기축통화인 원화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일본과는 필요할 때 언제든 달러를 빌려 쓸 수 있는 ‘상설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다.
◇“부동산, 선 넘으면 세제 수단 동원”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세금을 이걸 규제의 수단으로 전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중에 보유세 얘기를 자꾸 하는데, 정치적으로 옳지 않고 우리 국민에게 부당한 부담을 준다”고 했다. 이어 “50억원 넘는 데만 보유세를 (강화)한다는 소문이 있으나, 지금으로서는 세제를 통해 부동산 정책을 하는 것은 깊이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필요한 상황이 됐는데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쓰지 않을 이유는 없다”며 “선을 벗어나 사회적 문제가 되는 단계라면 세제 수단도 동원해야 한다”고 했다. 또 “집을 여러 채 사 모으는 투기 수요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다주택자를 겨냥한 세금은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문재인 정부 이후 대부분의 다주택자가 주택 수를 정리하고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탔다. 시장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똘똘한 1주택’으로 향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대통령은 “곧 국토교통부에서 현실적인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며 “현실적인 수치를 제시하려고 한다. 계획 수준이 아니라 ‘인·허가와 착공 기준으로 (발표할 것)’”라고 했다.
◇“주식 투자 알아서 잘해야”
이 대통령은 “퇴직연금을 정부에서 외환시장을 방어하려고 마음대로 쓰려고 그런다 이런 헛소문이 퍼지고 있다”며 “가능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렇게 할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할 의사도 전혀 없다”고 했다. 이어 “당사자가 싫으면 못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초 퇴직연금 기금화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퇴직연금은 가입자가 개별 금융기관과 계약해 운용하는데, 이를 모아 기금으로 운용하자는 것이다.
이 대통령도 이날 기금화를 강제하지 않을 것이라 하면서도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1% 수준이다. 운영이 잘 안 되는데 방치할 것인가”라며 “기금화도 생각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라고 했다.
최근 증시 동향에 대해서는 “어젯밤(20일) 미국 장이나 국제 정세를 보면 대폭락했어야 했는데 실제로는 많이 안 떨어졌다”며 “대기 매수자가 상당히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식 투자는 각자가 알아서 잘해야 한다.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다”고 했다.
◇“추경, 몇 조원씩 하진 않을 것”
민주당 호남 의원들이 제기했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주장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옮기라고 옮겨지나”라면서도 “정치적으로 결정할 일은 아니고, 다만 설득이나 유도는 할 수 있다”고 했다. 행정 통합에 대해선 “‘지방 주도 성장’의 상징적 출발점이자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국가의 생존 전략”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광역 통합을 하면 연간 최대 5조원까지, 제 임기 내에 통합하면 최대 20조원 정도를 지원할 수 있다”고도 했다.
신규 원전 건설과 관련해서는 “원전 문제가 너무 정치 의제화됐다고 생각한다”며 “필요하면 안전성 문제를 포함해 (신규 원전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추경에 대해서는 “추경의 기회가 있다면 문화·예술 분야 지원을 좀 늘려야겠다고 했더니 추경을 한다고 소문이 났다”며 “몇 조원, 몇십 조원씩 적자 국채를 발행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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