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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어때서… 자식뻘과 겨루는 스포츠 노병들

조선일보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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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어때서… 자식뻘과 겨루는 스포츠 노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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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 -0.3%…작년 연간은 1.0%
은퇴 시기 훌쩍 넘겨서도 맹활약
지난 19일(한국 시각) 올해 PGA(미 프로골프) 투어 개막전 ‘소니 오픈’ 최종 4라운드가 열린 미국 하와이주의 와이알레이 컨트리클럽. 63세 비제이 싱(피지)이 마지막 18번홀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하자 그린 주변 갤러리들 사이에서 함성과 박수가 터졌다. 현지 해설자는 “40년 넘게 프로로 뛰는 경이로운 선수”라고 찬사를 보냈다.

PGA 투어 통산 34승, 누적 상금만 약 7131만달러(약 1050억원)가 넘는 싱이 소니 오픈 출전 의사를 밝혔을 때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시니어 투어에서 뛰던 싱은 통산 상금 8위로 특별 시드를 얻었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PGA 투어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재미 삼아 뛰려고 젊은 후배들의 기회를 빼앗는다” “노욕(老慾)이 과하다” 같은 지적이 나왔다.

그래픽=이진영

그래픽=이진영


싱은 컷 탈락할 거라는 예상을 뒤엎고 세계 랭킹 7위 J.J. 스펀(미국) 등과 함께 5언더파 공동 40위로 대회를 마쳤다. 싱은 경기 후 “사실 허리·발목·무릎 등이 성치 않아 4라운드까지 완주하는 게 쉽지 않았다”면서도 “앞으로도 최고 수준의 대회에서 경쟁하고 싶다”고 말했다.

싱 외에도 은퇴 시기를 훌쩍 넘긴 노병(老兵)이 자식뻘 선수들과 경쟁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옥사나 추소비티나(51·우즈베키스탄)는 보통 10대 후반~20대 초반에 전성기를 맞는 기계체조 종목에서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다. 체조 선수 대부분이 짧은 전성기를 지나 20대에 은퇴하지만, 추소비티나는 1992년 바르셀로나부터 2021년 도쿄까지 올림픽에만 8번 출전했다. 출전에만 의의를 두는 것도 아니다. 추소비티나는 50세였던 지난해 월드 챌린지컵에선 은메달을 따내며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다. 그는 “2028 LA 올림픽에 나가는 게 최우선 목표”라며 “나는 와인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실력이 늘고 있다”고 했다.

룩셈부르크 탁구 대표 니시아리안(63)은 도쿄 올림픽 여자 단식에서 신유빈(22)과 맞붙어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노장이다. 당시 41세 연하의 신유빈에게 패배한 뒤 “오늘의 나는 내일보다 젊다. 즐기는 걸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중국 출신으로 1991년 탁구 코치인 남편을 따라 룩셈부르크로 귀화해 2024년 파리까지 여섯 차례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에서 수퍼스타로 활약했던 야로미르 야거(54·체코)도 고향 팀(클라드노 나이츠)에서 여전히 현역으로 뛴다. 그는 NHL 24시즌 동안 766골 1155어시스트를 기록해 역대 공격 포인트 2위(1921개)에 올라 있는 ‘전설’이다. 명예의 전당 입성이 사실상 확정인데 현역 생활을 계속 연장해 팬들 사이에서 “명예의 전당을 거부하는 선수”라고 농담이 돌았다. 2016년 세상을 떠난 고디 하우(캐나다)도 NHL에서 52세까지 뛰고 은퇴해 최고령 출장 기록을 세운 선수다.


다만 무리한 현역 연장으로 비난받는 선수도 있다. 일본의 미우라 가즈요시(59)는 지난달 일본 프로축구 J3리그 후쿠시마 유나이티드에 입단, 40년 넘게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수년째 교체 출전으로 10~20분가량 그라운드를 밟아 ‘보여주기식’ 출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구단들도 나오기만 하면 ‘최고령 출전 기록’을 갈아치우는 미우라를 마케팅에 활용하려고 영입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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