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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V 담합’ 2700억 과징금…4대 은행 “합의 없었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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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V 담합’ 2700억 과징금…4대 은행 “합의 없었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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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중소기업 대출 등 장기간 정보 교환해 6조8000억 수익”
은행 “정보 공유, 특이값 조정 목적” 의결서 검토 뒤 소송 등 대응

4대 시중은행이 부동산 대출에 이용되는 담보인정비율(LTV)을 서로 교환하고, 비율을 비슷하게 유지했다는 혐의로 2700억원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위는 은행들이 이를 통해 2년간 6조8000억원에 달하는 이자 수익을 올렸다고 판단했다. 은행들은 정보 공유 차원이었다며 반발, 향후 소송을 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4개 대형 시중은행이 부동산 담보인정비율(LTV)에 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해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의 경쟁을 제한한 행위에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과 과징금 총 2720억원을 부과했다고 21일 밝혔다. 4개 대형 시중은행은 국민은행(과징금 697억원)·신한은행(638억원)·우리은행(515억원)·하나은행(869억원)이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부분은 정부가 LTV 한도를 정해준 투기과열지구 등 이외 비수도권 지역에서 적용된 가계대출의 LTV와 사업자 대출에서의 LTV이다. 특히 이번 조사 대상은 사업자 대출의 LTV 영역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LTV는 부동산담보대출의 중요한 거래조건 중 하나로 대출가능금액 및 금리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공정위 조사 결과를 보면, 4개 시중은행은 2022년 3월부터 최소 736건에서 최대 7500건에 이르는 각 은행 LTV 정보를 장기간 서로 교환했다.

4대 시중 은행은 자사 부동산 LTV가 타사보다 높으면 대출금 회수 위험이 커지므로 LTV 비율을 낮췄다. 반대로 LTV가 타사보다 낮으면 고객 이탈로 영업 경쟁력이 약화할 것을 우려해 높였다. 이들은 자신의 LTV를 조정할 때 타사 정보를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세부 기준도 도입해 운영했다.


공정위는 은행들이 담합으로 LTV를 장기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했다고 판단했다. 경쟁을 회피하고 안정적으로 영업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시장점유율이 60%에 달하는 4대 은행의 LTV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지면서 차주들의 거래은행 선택권도 제한됐다고 봤다.

실제로 4대 시중은행의 LTV는 정보 교환에 참여하지 않은 은행에 비해 낮았다. 2023년을 기준으로 4대 은행의 LTV 평균은 비담합 은행에 비해 7.5%포인트 낮았다. 공장·토지 등 기업 대출과 연관성이 큰 비주택 부동산 LTV 평균은 차이가 8.8%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이번 사건은 공정위가 경쟁을 제한할 수 있는 정보를 교환하는 행위도 담합으로 보고 규율할 수 있도록 2020년 공정거래법을 개정한 후 해당 규정을 적용한 첫 사례다. 4대 은행의 담합 관련매출액(이자수익)은 6조8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공정위는 은행들이 2021년 이전부터 정보를 교환했으나 법 개정 이후 행위만 반영해 과징금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문재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이날 “담보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은 LTV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면서 “이번 제재로 중소기업에 필요한 자금이 원활히 공급되는 등 생산적 금융 확산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담합이 없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전원회의에서 LTV 공유 사실은 인정하지만, ‘특이값’을 보정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비주택 담보물의 경우 시세 산정 시 편차가 커 타사의 LTV값을 참고해왔다는 것이다. LTV 조정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양측 입장차가 큰 만큼 향후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법원은 정보교환 담합의 성립 요건을 엄격히 따져왔다. 공정위는 과거 라면업체와 보험사 등이 정보를 교환해 경쟁을 저해했다는 혐의로 제재했으나 법원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정보 교환으로 경쟁을 저해하려는 의도(합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공정위는 이에 2020년 정보담합을 담합 유형으로 포함하고, 경쟁사 간 합의가 추정되면 담합으로 볼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을 개정했다. 정황상 담합이 의심되면 ‘합의가 없었다’는 것을 기업이 입증하도록 한 것이다. 은행들은 공정위 의결서 내용을 검토한 뒤 행정소송 등 대응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매출만 생각하면 LTV를 높여 대출을 더 많이 해야 한다”며 “특이값을 조정해 LTV를 낮추면 오히려 돈을 더 못 버는 상황이 되는데 시장경쟁이 제한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세훈·배재흥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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