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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초유의 ‘심판 미배정’으로 인한 30분 경기 지연 사태...책임자 ‘1개월 무급’이 징계의 전부?

조선일보 성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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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초유의 ‘심판 미배정’으로 인한 30분 경기 지연 사태...책임자 ‘1개월 무급’이 징계의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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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 재정위 열고도 김영만 경기운영본부장 ‘자격정지 1개월’ 부과로 끝...재발 방지나 제도 개선 방안도 제시하지 않아
WKBL 심판 미배정 사태로 인한 경기 지연 사과문

WKBL 심판 미배정 사태로 인한 경기 지연 사과문


WKBL(한국여자농구연맹)은 21일 다음과 같은 보도자료를 냈다.

WKBL은 2026년 1월 16일(금)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여자프로농구’ KB 스타즈와 신한은행의 정규 리그 경기에서 경기 운영본부의 심판 배정 문제로 경기 시작 시각이 30분 늦춰진 것과 관련해 재정위원회를 개최하고, 다음과 같이 결정했다.

1. WKBL 경기 운영본부 규정(심판의 배정 임무) 위반에 따라 김영만 경기 운영본부장에게는 1개월(~ 2월 20일까지) 자격 정지를 부과한다.

2. 박선영 경기 운영부장에게는 견책을 부과한다.

단 두 줄짜리 공고였다. 김영만 본부장에게 1개월간 무급 자격 정지를 내린다는 것이 ‘징계’의 전부다. WKBL은 앞으로 한 달간 김진수 심판교육위원장에게 김 본부장의 직무 대행을 맡기기로 했다.

사태의 전말은 이랬다. 16일 청주 KB와 인천 신한은행 경기는 경기 예정 시각인 오후 7시보다 30분 늦은 오후 7시 30분에 시작됐다. 심판들이 ‘지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경기 감독관이 그날 오후 5시쯤 심판이 한 명도 경기장에 오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WKBL에 문의한 결과 심판 배정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WKBL은 “심판 배정을 하는 김영만 본부장이 예정됐던 심판 3명 모두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WKBL이 급하게 심판을 수소문했지만, 결국 WKBL 소속 심판 1명과 대한농구협회 심판 2명으로 3명을 채우는 편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아마추어 심판 2명은 협회의 심판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관장했다.

남자 프로농구리그를 운영하는 KBL(한국농구연맹)의 경우 경기에 배정된 심판과 연맹 측이 여러 단계의 소통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부심 2명은 경기 당일 집을 나서면서 주심에게 전화로 알리고, 주심이 KBL의 심판부장에게 ‘3명이 출발한다’고 연락한다. 경기장에 도착한 뒤에도 같은 절차를 밟는다. WKBL 심판들은 경기장에 도착한 뒤 현장에 있는 감독관에게 알리는 것이 전부라고 한다.


KB 측은 16일 경기장을 찾았던 유료 관중 전원에게 티켓 환불 조치(약 1100만원)를 했다. 이후 WKBL도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KB가 부담했던 환불 비용을 대신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정위(20일) 결과는 ‘이번 사안을 중대한 문제로 본다’는 WKBL의 인식과는 거리가 멀다. 매 경기를 앞두고 주심 1명과 부심 2명 등 3명의 심판을 배정하던 김영만 본부장이 왜 하필 16일 경기를 앞두고 심판 3명 중 누구에게도 연락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부터 하지 않았다. 심판 배정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직무조차 수행할 수 없었고, 그 이유조차 밝히지 않은 사람에게 한 달 뒤 다시 중책을 맡기겠다는 현 WKBL의 입장도 놀랍다. WKBL은 또 ‘재발 방지를 위해 경기 운영 및 현장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과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 신상훈 총재, 안덕수 사무총장 등 WKBL 핵심 관계자들의 사과도 없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프로 스포츠 단체의 처신과는 거리가 멀다. 부끄러움은 이번에도 팬들의 몫이다.

/성진혁 기자

[성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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