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4대 시중은행 LTV 담합 제재
하나 869억·KB 697억 등 총 2720억원
최대 7500건 LTV 정보 장기간 공유
은행들 "담합 이슈 있으니 만나서 주고받자"
정보 교환 흔적 적극 은폐도 자행
4대 은행, LTV 조정해 2년간 6.8조원 이자수익
하나 869억·KB 697억 등 총 2720억원
최대 7500건 LTV 정보 장기간 공유
은행들 "담합 이슈 있으니 만나서 주고받자"
정보 교환 흔적 적극 은폐도 자행
4대 은행, LTV 조정해 2년간 6.8조원 이자수익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부동산 담보인정비율(LTV) 정보를 장기간 담합한 행위로 총 272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들 은행은 담합을 우려해 최대 7500건에 달하는 LTV 정보를 만나서 일일이 입력하고 서류를 파기하는 등 적극적인 은폐 행위도 벌였다. 이에 따라 4대 시중은행의 LTV는 담합에 참여하지 않은 은행들의 평균 LTV보다 7.5%포인트 낮게 책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4대 시중은행 정보 교환 담합행위 제재 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은 2022년 3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최소 736건에서 최대 7500건에 이르는 각 은행들의 LTV 정보 전체를 장기간에 걸쳐 수시로 필요할 때마다 서로 교환했다. 공정위는 “조사 과정에서 그 이전에도 정보 교환이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으나 공정거래법상 정보 교환 담합 행위 금지 조항이 2021년 12월 30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과거 행위는 법 적용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교환 대상 정보는 전국 모든 부동산의 종류 및 소재지별로 적용되는 LTV 정보 일체로 이들 은행 직원들은 교환한 정보를 활용해 소속 은행의 LTV를 조정했다. LTV가 타행 평균보다 5%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 조정하거나 타행 평균과 비교해 5%포인트 이상 낮은 지역을 LTV 인하 대상에서 제외하는 식이다. 한 은행은 자신의 LTV를 최종 결정하는 단계에서 타행 정보를 활용해 보정하며 “하향 조정 이후에도 타행 대비 2순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니 영업 경쟁력이 유지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경쟁 당국의 조사에 걸릴 것을 우려해 정보 교환 행위를 적극적으로 은폐한 사실도 적발됐다. 일례로 정보 교환을 담당한 한 은행 직원은 “담합 이슈 때문에 파일로는 주고받지 못한다”며 “하드카피(인쇄본)를 받아서 손으로 일일이 입력해 정리 중”이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또 다른 은행 직원은 “관련 정보를 엑셀에 입력해 정리하고 받은 종이 문서 자료는 파기했다”고 공정위에 진술했다. 이들 은행은 또 실무자들이 교체되더라도 정보 교환이 중단되지 않도록 은행별 담당자, 방법 등을 정리해 인수인계까지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의 LTV 정보 교환 행위는 실제 소비자 피해로도 이어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정보 교환을 통해 결정된 LTV는 2023년 기준 정보 교환에 참여하지 않은 비(非) 담합 은행 평균보다 7.5%포인트 낮게 형성됐다. 공장, 토지 등 기업 대출과 연관성이 큰 비주택 LTV 평균은 차이가 더 큰 8.8%포인트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에서 6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4대 시중은행들의 LTV가 유사해짐에 따라 소비자들의 거래 은행 선택권이 제한됐다”며 “은행 간 경쟁으로 LTV가 차주에게 유리하게 결정될 가능성도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4대 시중은행에 법 위반 행위 금지 명령과 함께 총 272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은행별 과징금 규모는 하나은행이 869억 31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국민은행 697억 4700만 원, 신한은행 638억 100만 원, 우리은행 515억 3500만 원 등이었다.
과징금 규모는 2022년 3월~2024년 3월 2년간 이들 은행이 담보 대출을 통해 얻은 이자 수익을 기준으로 적용했다. 이 기간 4대 시중은행이 얻은 관련 수익은 총 6조 8000억 원으로 수익의 약 4%가 과징금으로 부과된 셈이다. 공정위는 “다만 가계대출의 경우 정부 규제 LTV보다 은행 LTV가 높은 경우에는 은행 LTV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이를 고려해 정부 규제 LTV가 적용된 담보 대출 거래에서 발생한 이자 수익은 과징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관련 매출액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제재는 2020년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을 통해 신설된 ‘경쟁 제한적 정보 교환 담합 행위 금지 규정’이 적용된 첫 사례다. 공정위는 “그간 금융 시장에서 장기간 유지됐던 경쟁 제한적 행태를 제재한 것으로서 독과점이 고착화된 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권익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진 기자 j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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