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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압박에, 베이징 몰려가는 서방 정상들

조선일보 안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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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압박에, 베이징 몰려가는 서방 정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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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월 1일 유럽 8개국에 예고한 관세 부과 않겠다"
英·獨 등 시진핑 만남 잇따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이달 말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총리의 방중은 2018년 테리사 메이 전 총리 이후 8년만이다. 스타머 총리는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상하이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스타머의 중국 방문 계획은 런던 주재 중국 대사관 신축과 맞물려 추진돼 왔다. 중국이 런던의 옛 왕립조폐국 부지에 신축하려는 이 대사관은 지하에 용도 불명의 밀실이 다수 설계돼 ‘비밀 감옥’ ‘간첩 요새’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이를 의식한 영국 정부가 여러 차례 건축 허가를 보류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가 20일 대사관 건립을 최종 승인하면서 “스타머의 중국 방문에 앞서 양국 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가디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은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이후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중국의 자본 투자가 절실하다는 판단에 따라 승인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진핑 만난 캐나다 총리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안내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 만난 캐나다 총리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안내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핵심 동맹·우방국의 베이징행(行)이 잇따르고 있다. G7(7국) 가운데 스타머에 이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다음 달 24~27일 대규모 경제 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찾을 예정이고,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도 앞서 이달 중순 중국을 방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 외교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자, 서방 주요국이 그동안 거리를 뒀던 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미국이 무역 장벽을 높이자 동맹국들이 생존을 위해 중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현상으로도 분석한다.

◇“경제 위해 중국과 협력 필수”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대규모 경제 사절단을 꾸리는 데는 독일 자동차의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판매를 회복하지 못하면 경제를 반등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경제의 버팀목인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전환 지체와 판매 부진으로 공장 폐쇄 위기에 몰린 상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독일산 자동차에도 관세 부과를 시사한 상황에서 독일로서는 중국과의 협력 강화가 불가피한 선택지인 셈이다.

국경을 맞댄 미국과 관세 갈등을 겪은 캐나다도 한동안 냉각됐던 대중(對中) 관계를 복원했다. 마크 카니 총리가 지난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했다. 캐나다 총리의 방중은 2017년 이후 9년 만이다. 양국은 2018년 ‘화웨이 사태’로 관계가 경색된 상태였다. 캐나다가 중국 화웨이의 멍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미국 요청에 따라 금융 사기 혐의로 체포하고, 이에 맞서 중국이 캐나다인 2명을 국가 기밀 유출 혐의로 구금한 사건이다.

이번 회담을 통해 캐나다는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100%에서 6.1%로 사실상 철폐했고, 중국은 캐나다산 유채씨 관세를 84%에서 15%로 인하했다. 캐나다 전체 수출의 75%를 차지하는 미국이 관세 압박을 예고하자 캐나다가 중국 시장 확보에 나선 것이다. 카니 총리는 회담 후 “중국과의 관계가 미국과의 관계보다 예측 가능하다”며 “솔직하고 일관된 대화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달 초에는 아일랜드 총리가 14년 만에 중국을 방문했다.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는 시진핑 주석과 회담에서 개방된 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공백 노려 영향력 키우는 中

중국은 미국의 공백을 틈타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모양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각종 국제기구에서 탈퇴하고 ‘고립주의’를 표방하는 사이 중국은 캄보디아·태국 국경 분쟁 중재에 나서는 등 ‘대안적 리더’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닐 토마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중국정치 펠로우는 최근 언론 기고에서 “트럼프가 서방 세계 전역에서 외교적 ‘소외 공포증’을 촉발하고 있다”며 “그의 접근법은 미·중 간 책략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각국 지도자들이 시진핑과 교류를 서두르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미국만 믿다가는 미·중 주도 질서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서방 지도자들의 베이징행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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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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