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은 장수의 불문율 아냐… 소중한 근육 잃고 장기 노화 앞당겨
나잇살은 시스템 고장 신호, 굶지 말고 단백질 섭취 늘리고 운동을
나잇살은 시스템 고장 신호, 굶지 말고 단백질 섭취 늘리고 운동을
오랜만에 꺼내 입은 바지가 꽉 낀다면, 뱃살을 보며 이런 새해 다짐을 할 것이다. ‘나이 드니 기초대사량이 줄었나? 오늘부터 먹는 걸 좀 줄여야지.’ 걷기와 소식(小食), 이른바 중년 다이어트의 공식이다.
노년내과 의사로서 단언컨대, 그 계획은 대부분 실패한다. 애초에 방향이 틀렸기 때문이다. 과거엔 소식을 장수의 불문율처럼 여겼지만, 영양 과잉과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 사회, 특히 4050 세대에게 무조건적 절식은 ‘반쪽짜리 진실’에 불과하다. 잠시 체중계 눈금은 내려갈지 몰라도, 결국 소중한 근육을 잃고 결과적으로 장기 노화를 앞당기기 때문이다.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
◇뱃살은 ‘시스템 고장’ 지표
뱃살이 늘어난 진짜 이유는 단순히 많이 먹어서도, 기초대사량이 줄어서만도 아니다. 이는 우리 몸의 에너지 처리 시스템이 고장 났다는 강력한 신호다. 40대 이후의 몸은 젊은 시절과 다르다. 만성 스트레스, 수면 부족, 좌식 생활 탓에 겉보기와 달리 실질적인 ‘가속 노화’ 구간에 진입한다.
노년내과 의사로서 단언컨대, 그 계획은 대부분 실패한다. 애초에 방향이 틀렸기 때문이다. 과거엔 소식을 장수의 불문율처럼 여겼지만, 영양 과잉과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 사회, 특히 4050 세대에게 무조건적 절식은 ‘반쪽짜리 진실’에 불과하다. 잠시 체중계 눈금은 내려갈지 몰라도, 결국 소중한 근육을 잃고 결과적으로 장기 노화를 앞당기기 때문이다.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
그래픽=양인성 |
◇뱃살은 ‘시스템 고장’ 지표
뱃살이 늘어난 진짜 이유는 단순히 많이 먹어서도, 기초대사량이 줄어서만도 아니다. 이는 우리 몸의 에너지 처리 시스템이 고장 났다는 강력한 신호다. 40대 이후의 몸은 젊은 시절과 다르다. 만성 스트레스, 수면 부족, 좌식 생활 탓에 겉보기와 달리 실질적인 ‘가속 노화’ 구간에 진입한다.
이때 가장 큰 문제는 ‘근육의 동화저항성(Anabolic Resistance)’이다. 젊었을 땐 단백질을 조금만 먹고 적당히 운동해도 근육이 잘 붙었다. 하지만 환경적 스트레스에 처한 중년의 근육은 단백질이 들어와도 새로운 근육 합성이 잘 안 되고, 손상된 근육의 회복 반응도 둔화된다. 게다가 근육 생성에 필수적인 테스토스테론·성장호르몬 등은 감소하고, 코르티솔과 염증 물질이 늘어나 에너지 흐름 자체가 비정상으로 바뀐다. 회복에 쓰여야 할 에너지가 엉뚱하게 지방으로 저장되는, 일종의 ‘대사 시스템 장애’인 셈이다.
◇덜 먹으면 더 빠른 근육 손실
시스템이 고장 났는데 식사량까지 줄이면 어떻게 될까? 단기적으로는 과잉과 축적이 반복된 대사산물들이 빠져나가며 몸이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몇 주 이상 지속되면 몸은 위기를 감지한다. 재료 공급이 끊기자마자, 생존을 위해 지방은 움켜쥔 채 근육부터 분해해 필요한 곳의 땔감으로 쓴다. 체중이 줄었다 해도 ‘나잇살’이 빠진 게 아니라 ‘생존 근육’이 빠진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뱃살, 즉 내장지방은 부피만 차지하는 에너지 창고가 아니다. 염증성 물질(사이토카인)을 쉬지 않고 뿜어내는 ‘거대한 염증 덩어리’다. 이 물질들은 혈관을 타고 전신을 돌며 멀쩡한 세포들을 공격하고 노화를 가속한다. 그런데 굶어서 근육이 줄면 염증을 제어할 힘조차 잃게 된다.
이렇게 기초대사량이 더 떨어지면, 체중은 금세 다시 늘고 맥주 한 잔에도 요요가 찾아온다. 장기적으로는 대사 질환과 혈관 질환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굶어서 뺀 살은 결국 내년에 더 큰 나잇살, 혹은 질병의 씨앗이 돼 돌아온다는 말이다. ‘마른 비만’ ‘마른 당뇨병’ 체질로 바뀌는 원리이기도 하다.
사진=조선디자인랩·Midjourney |
◇해법은 식탁 위 ‘비율 조정’
따라서 나잇살은 이미 발생한 대사 시스템 오류를 고치는 ‘치료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불이 났으면 불을 꺼야지, 화재 예방 교육을 받을 때가 아니라는 뜻이다. 현대 의학은 ‘무엇을 안 먹을까’보다 ‘어떻게 잘 먹고 몸을 쓰게 할까’에 초점을 맞춘다. 특정 수치 하나를 낮추는 것보다, 신체 전반의 ‘건강 총점’을 높이는 게 목표다. 나잇살 대응의 첫 단추는 절식이 아니라 식탁 위 ‘비율 조정’이다.
전체 식사량은 약간 줄이되, 단백질만큼은 절대 줄이면 안 된다. 오히려 늘려야 한다. 회복 기능이 마비된 근육을 다시 일하게 하려면, 양질의 아미노산이 24시간 공급돼야 하기 때문이다. 단백질은 근육의 재료일 뿐만 아니라, 피부와 혈관 탄력을 유지하는 콜라겐의 원천이다. 뱃살 뺀답시고 단백질을 줄이면 얼굴이 먼저 늙어버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식사 때 ‘밥의 양’보다 ‘단백질 양’부터 정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특히 아침 식사가 중요하다. 밤새 공복이던 아침엔 근육 손실이 일어나기 가장 쉽다. 이때 계란, 두부, 살코기 등 단백질을 챙겨 먹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공복의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큰 구간이니, 식사량 줄인답시고 아침을 굶는 것은 근육을 포기하는 최악의 선택임을 명심하라.
다음은 신선한 야채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내장 지방은 염증 덩어리다. 야채 속 식이섬유와 항산화 성분들은 이 불을 끄는 소방수 역할을 한다. 고단백 식단에서 올 수 있는 장내 환경의 변화도 건강하게 잡아준다. 탄수화물의 빈자리는 단백질과 야채로 채워야 시스템이 건강하게 돌아간다.
◇움직이며 에너지 순환을
이제 남은 것은 ‘움직임’이다. 운동은 칼로리 소모를 넘어, 멈춘 에너지 시스템을 재가동하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 걷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근육을 깨우기엔 자극이 약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적절한 부하(스트레스)가 가해졌을 때, 손상된 조직을 수리하고 이전보다 더 강한 상태로 만들려는 ‘초과 회복’의 본능을 가지고 있다. 이 본능을 깨워야 한다. 여러 관절을 동시에 사용하는 스쿼트나 런지 같은 근력 운동, 숨이 차고 땀이 날 정도의 유산소 운동이 훨씬 효과적이다. 운동할 여건이 안 된다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쓰고 일상에서 부산히 움직여 몸을 계속 귀찮게 해야 한다.
나잇살은 ‘세월의 훈장’이 아니다. 내 몸이 대사증후군으로 나아간다는 강력한 초기 경고 신호다. “덜 먹어서 빼겠다”는 안이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고장 난 시스템을 방치한 채 연료만 줄인 환자들은 결국 더 큰 후회와 마주하곤 했다. 올해, 내 몸의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수리하고 고쳐 쓰겠다고 다짐하자. 제대로 먹고 움직여 몸의 기능을 되살리는 것, 그것이 세월을 이기는 ‘장사(壯士)’가 되는 길이다.
[장일영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겸임교수·노년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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