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이데일리 언론사 이미지

국가대표냐, 민간 자율이냐…삼성 vs SK, LG vs 네이버 ‘AI 두 트랙’ 경쟁 격화

이데일리 김현아
원문보기

국가대표냐, 민간 자율이냐…삼성 vs SK, LG vs 네이버 ‘AI 두 트랙’ 경쟁 격화

서울맑음 / -3.9 °
삼성 국가 AI컴퓨팅센터 vs SK 하이퍼스케일 AIDC
독파모 LG·SKT·업스테이지…네이버·카카오 불참
국민성장펀드 150조가 자금 레버리지
금융위 “투자 수요 150조 이상, 1~2월 첫 집행 가능”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정부가 ‘국가대표 AI’ 기치 아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와 국가 AI컴퓨팅센터를 동시에 밀어붙이면서, 국내 기업들의 AI 전략이 두 갈래로 갈리는 모습이다.

독파모가 ‘국가대표’ 타이틀을 걸고 모델 경쟁을 통해 기술 주권을 부각하는 무대라면, 국가 AI컴퓨팅센터는 GPU·전력·부지 등 핵심 자원을 둘러싼 ‘AI 인프라 전쟁’의 중심축이다. 기업들은 한쪽만 택하기보다, 모델과 인프라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조합하는 흐름도 나타난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해남은 국가센터, 울산은 글로벌 AIDC…인프라 전쟁 본격화

AI 인프라를 둘러싼 대비는 선명하다. 국가 트랙의 상징은 전남 해남(솔라시도)에 조성되는 ‘국가 AI컴퓨팅센터’다. 삼성SDS 컨소시엄은 참여사들과 부지 시찰, 지반조사 결과 확인, 주변 인프라 점검 등을 진행하며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SDS 관계자는 “국가 AI컴퓨팅센터가 국내 AI 연구·산업 생태계의 글로벌 도약을 이끄는 토대가 되도록 역량을 결집해 성공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민간 트랙에선 SK가 AWS와 손잡고 울산에 하이퍼스케일급 AI 전용 데이터센터(AIDC)를 구축한다. SK텔레콤은 울산에서 ‘SK AI데이터센터 울산’ 기공식을 열고 사업을 본격화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8일 KBS ‘일요진단’에서 “한국 안에서만 쓰는 AI 인프라로는 한계가 있다”며 “국내 수요만으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의 인프라를 짓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수익을 낼 규모를 만들려면 세계인이 쓰는 글로벌 인프라로 발전해야 한다”며, 핵심 경쟁력으로 “얼마나 효율적이고 비용 효율적으로 설계·구축하느냐”를 꼽았다. 자본 조달에 대해서도 “돈이 많이 들지만, 돈을 벌 수 있다고 판단되면 자금 조달은 어렵지 않다”고 덧붙였다.

모델 개발도 갈림길…독파모 진출과 ‘실용 생태계’의 대조

모델 개발 축에서도 결이 갈린다. 독파모 1차 평가에선 LG AI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 컨소시엄이 2차 단계로 진출했다. 반면 네이버클라우드는 1차 평가 탈락 이후 추가 선발전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현장에선 이를 ‘패배’보다 ‘전환’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온다. 박찬성 ETRI 연구원은 네이버의 접근을 ‘파운데이션급 대형 모델 경쟁’이 아니라 ‘에이전틱 시스템(Think)·풀 모달리티(Omni) 진화의 발판’으로 해석했다. 독파모의 공개 의무와 기준에서 벗어난 만큼, 오히려 더 큰 모델로의 확장이나 다른 방향의 고도화 여지가 생겼다는 취지다.


카카오 역시 독파모 ‘재도전’ 대신 민간 자율 트랙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카카오는 20일 자체 언어모델 ‘Kanana-2(카나나-2)’를 한 달만에 업데이트하고 4종 모델을 오픈소스로 추가 공개했다. 엔비디아 A100 수준 범용 GPU에서도 구동되는 실용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자금·전력·GPU가 승부 가른다…국민성장펀드 150조가 촉매

두 트랙 경쟁을 키우는 변수는 결국 자금과 전력, GPU다. 금융위원회는 국민성장펀드를 5년간 150조원 규모로 조성해 정부보증채권 75조원과 민간자금 75조원을 매칭하고, 직접투자 15조원·간접투자 35조원·인프라 투·융자 50조원·초저리 대출 50조원으로 지원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독파모·국가 AI컴퓨팅센터뿐 아니라 민간 데이터센터 투자에도 레버리지가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투자 수요가 150조원 이상”이라며 올해 집행과 관련해 사업성·수익성·국가 전략성을 기준으로 7개 우선 심사 대상을 선정해 심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대상은 AI 반도체 설비, K-엔비디아, 재생에너지, AI 컴퓨팅센터, 2차전지, 전력반도체, 반도체 클러스터 에너지 공급 등이며, “이르면 1~2월 중 첨단전략산업기금의 첫 투자·집행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투자 방식은 지분 투자와 대출을 병행하는 형태가 거론된다. 신 사무처장은 AI 데이터센터를 예로 들며 SPC(특수목적법인)에 투자하거나 사업 주도 기업에 대출을 제공하는 방식이 검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자금의 40% 이상을 지역에 투입하고, 세제 혜택을 연계한 국민참여형 공모펀드를 마련해 늦어도 7월부터 일반 국민이 투자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국가대표 AI’ 명분 아래 모델 경쟁과 인프라 확충을 동시에 밀어붙이고, 민간은 글로벌 수요를 전제로 데이터센터의 효율과 사업성을 따지며 속도를 낸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독파모 사업은 2000억원 규모지만, 이외에도 올해 정부의 AI 전략은 10조원 수준의 생태계 전략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에이전틱 AI 시대에 맞게 서비스와 산업이 실제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고 성공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