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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돈 받은 꼭두각시”...美 공화 강경파, 젠슨 황·MAGA에 선전포고

조선일보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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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돈 받은 꼭두각시”...美 공화 강경파, 젠슨 황·MAGA에 선전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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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브라이언 매스트 하원의원(왼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 /A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브라이언 매스트 하원의원(왼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 /A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내 대표적인 대중국 강경파인 브라이언 매스트(Brian Mast) 하원 외교위원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NVIDIA) CEO뿐만 아니라 자당의 핵심 지지층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인플루언서(온라인 유명인)들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자신이 발의한 대중국 AI(인공지능) 칩 수출 통제 법안인 ‘AI 오버워치 법(AI Overwatch Act)’이 당내 반발에 부딪히자, 그 배후에 엔비디아의 로비가 있다고 보고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매스트 의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X 계정에 젠슨 황 CEO를 겨냥해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젠슨, 당신과 당신의 ‘돈 받은 하수인(paid minions)’들이 알리바바나 텐센트 같은 중국 군사 기업에 수백만 개의 AI 칩을 팔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며 “나는 그것을 막으려 하는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매스트 의원은 로라 루머, 브래드 파스칼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온라인 선거운동을 주도했던 거물급 우파 인플루언서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쓰레기 같은 주장을 퍼 나르는 소위 MAGA 인플루언서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너희들은 엔비디아의 논점을 그대로 베껴 쓰느라 똑같은 철자 오류까지 범했다”고 조롱하며 “트랜스젠더 화장실을 지지하고 일한 오마르(소말리아 출신 민주당 의원)의 최대 후원자인 ‘PC(정치적 올바름)주의’ 기업 엔비디아의 편에 서다니 한심하다”고 비난했다.

오마르 의원은 최근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맞선 미네소타 주민들의 시위 사태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의 적’으로 지목하며 “본국(소말리아)으로 돌아가라”고 추방까지 주장했던 인물로, 매스트 의원은 이런 오마르를 후원하는 엔비디아와 손잡은 MAGA 세력의 정체성을 정면으로 저격한 것이다.

매스트 의원이 같은 우파 진영 인사들을 이처럼 비판한 것은 최근 그가 추진 중인 법안이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와 엇박자를 내면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엔비디아의 최신 칩 ‘H200’의 대중국 판매를 조건부 승인하자, 중국 봉쇄를 주장해 온 매스트 의원의 입지가 좁아진 것이다.

의회 관계자는 “최근 외교위원회에서 ‘AI 오버워치 법’을 검토 중인데, 트럼프 측근과 우파 인플루언서들이 갑자기 이 법안을 집중 타격하기 시작했다”며 “매스트 의원은 이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배후에 엔비디아가 있다고 확신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매스트 의원이 젠슨 황 CEO를 직접 겨냥하고 나선 배경에는 자신을 향한 당내외의 갑작스러운 공격이 단순한 이견 조율이 아닌 ‘조직적 공작’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 만에 ‘미국 우선주의’를 공유하는 공화당 내부에서도 기술 패권과 경제적 이익을 두고 심각한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친트럼프 진영은 미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 칩 판매를 일부 허용해야 한다는 실리적 입장으로 기운 반면, 매스트 의원 등 안보 강경파는 중국의 AI 무기화를 원천 봉쇄해야 한다는 안보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매스트 의원이 젠슨 황 CEO를 향해 “비겁하게 뒤에 숨어서 하수인들을 시키지 말고 직접 나와라. 폭스뉴스가 됐든 어디가 됐든, 당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이 사안에 대해 끝장 토론을 하자”며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미 트럼프의 최측근들이 엔비디아의 논리에 동조하며 매스트 의원을 공격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트럼프 2기 체제의 미국 우선주의 정의가 ‘안보’인지 ‘현금’인지를 두고 벌어지는 공화당 내부의 노선 투쟁으로 비화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매스트 의원이 해당 법안의 정당성을 증명하기 위해 정치적 생명을 걸고 끝까지 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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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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