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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할인해요?” AI가 만든 가격에 소비자 불신 높아져...쿠팡도 쓴다는 ‘다이나믹 프라이싱’ 뭐길래

조선일보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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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할인해요?” AI가 만든 가격에 소비자 불신 높아져...쿠팡도 쓴다는 ‘다이나믹 프라이싱’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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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직장인 최모(34)씨는 한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 사용하는 헬스 장갑을 구매했다. 3주 전 처음 이 제품을 발견했을 때는 정가는 4만3000원이었고, 할인율은 약 10%였다. 김씨는 당장 구매할 생각은 없어서 일단 장바구니에 담아뒀다. 그런데 지난 주말 오후쯤 최씨의 스마트폰에는 “담아둔 물건이 30% 할인 중”이라는 내용의 쇼핑몰 알람이 왔다. 들어가 보니 처음 제품 가격보다 8000원 가량 더 저렴해진 상태였다.

최씨는 “처음 물건을 본 날 구매했다면 손해를 봤을 거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마냥 좋진 않았다”며 “장바구니에 오래 담아둬야 할인을 세게 해주는 건지, 특정 시간에만 할인을 해주는 건지, 무작위 혜택인지 알 수 없는 게 찜찜하긴 하다”고 했다.

/게티이미지 뱅크

/게티이미지 뱅크


온라인 쇼핑 플랫폼들이 고정된 가격 대신 재고나 개인 구매 패턴, 시간대에 따라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가격을 변하게 하는 ‘다이나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동적 가격 전략)’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소비자들의 가격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다이나믹 프라이싱을 교묘하게 이용한 법 위반 행위가 많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이나믹 프라이싱, 소비자 가격 불신 커져

대량 개인정보 유출과 각종 불공정 행위로 조사를 받고 있는 쿠팡도 다이나믹 프라이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매입 상품의 재고 상황이나 판매 속도에 따라 가격을 여러 번 수정하거나, 경쟁 오픈마켓에서 특정 상품 가격이 내려가면 따라서 가격을 낮게 수정하는 식이다.

여행이나 숙박 플랫폼 등이 이용자 행동(검색) 이력에 맞춰 시간 한정 특가·쿠폰을 던지는 것도 다이나믹 프라이싱의 한 양태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37)씨는 이틀 전 한 여행 플랫폼(아고다)에서 여수의 한 호텔을 검색했는데, 다음 날 앱에 들어가니 “시간 한정 특가 상품”이라면서 해당 숙소의 할인 쿠폰을 주겠다는 팝업 광고가 떴다. 김씨는 “단지 검색만 했는데도 할인을 해준다는 게 신기하긴 했는데, 검색 당일 정가로 샀다면 손해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같은 기업들의 다이나믹 프라이싱 전략 자체가 경쟁법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순차적 가격 공개(첫 가격과 결제 화면에서의 가격이 다른 것)와 같은 소비자 기만 행위 등이 다이나믹 프라이싱에 결부되거나 기업들이 알고리즘을 담합하는 등 위법 가능성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책정은 경영의 자유에 해당하는 시장 원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AI 알고리즘이 가격을 결정하는 과정 자체를 알 수 없는 만큼 합리적인 구매 결정을 하기가 어렵다는 점은 다이나믹 프라이싱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플랫폼이 개인의 구매 이력이나 검색 행동, 구매 시간, 가격 민감도 등 개인 단위 데이터 결합을 통해 가격을 산출하는 과정을 소비자들은 알기 어려워, 가격에 대한 불신이나 상대적 박탈감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선 ‘AI로 개인화된 가격’ 표기 기준 강화

해외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해 다이나믹 프라이싱에 대해 업계에 정보 제공 강화를 요구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소비자권리지침을 개정해 AI에 기반한 개인화 가격을 적용하는 경우 해당 사실을 거래 이전에 명확히 고지하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가격이 표시되는 창 인근이나 결제 직전에 인지 가능한 위치에 고지하도록 한 것이다. 영국의 경쟁시장청(CMA)도 소비자가 가격 변동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도록 가격 결정 방식의 명확한 고지를 사업자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역시 지난달 초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한국에서도 자동화된 가격 결정 적용 여부를 소비자가 실제 인지할 수 있는 시점과 위치에 안내하는 운영 기준의 정비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동화된 가격 결정과 관련해 소비자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소통 창구(고객센터, 온라인 신고 채널 등)도 충실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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