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주도 산업 전략·전력·원자재가 승부 가를 변수
미국은 모델 선두, 중국은 확산·배치서 강점
미국은 모델 선두, 중국은 확산·배치서 강점
중국의 인공지능(AI) 기업 딥시크가 미국이 중국 수출을 금지한 엔비디아의 최신 칩을 밀반입해 차세대 모델 개발에 사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중국 스타트업의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가 글로벌 기술 업계를 뒤흔든 지 1년을 맞으면서 미·중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단기 성능 경쟁에서는 미국이 앞서 있지만, 장기전으로 갈수록 중국이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테즈 파리크 경제 논설위원은 18일(현지시간) ‘중국이 AI 레이스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칼럼에서 “AI 경쟁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며 “장기적인 산업 배치와 실물 경제 확산 측면에서는 중국이 구조적 이점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딥시크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해 1월이다. 당시 중국발 대형언어모델이 미국 빅테크 중심의 AI 지형을 흔들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며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이후 지난 1년간 미·중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AI 경쟁은 한층 가속화됐고, AI를 둘러싼 패권 경쟁은 기술을 넘어 산업 전략과 자원 문제로 확장됐다.
FT는 미국이 현재 대형언어모델 성능에서는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AI 경쟁의 핵심은 모델 그 자체가 아니라 실제 경제 전반에 얼마나 빠르고 넓게 배치되느냐에 있다고 봤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의 국가 주도 산업 전략은 상당한 강점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이미 2016년 AI를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연구개발, 인재 양성,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에 따르면 민간 부문의 AI 투자 규모는 미국이 중국을 앞서지만, 정부 재정 지원까지 감안하면 양국 간 실제 투입 자본 격차는 크지 않다.
전력과 에너지 문제도 중요한 변수로 지목됐다. AI 활용이 확대될수록 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한 전력 수요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 FT는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산업에 압박을 가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가 장기적으로 미국의 AI 경쟁력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짚었다.
반면 중국은 데이터센터 건설에서는 아직 뒤처져 있지만, 규제가 상대적으로 간소하고 에너지 가용성이 높아 빠르게 규모를 키울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경제분석기관 캐피탈이코노믹스의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 리아 파이는 “중국에서는 국유 통신사가 데이터센터 같은 자본 집약적 사업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기술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투자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FT는 또 중국이 첨단 기술 산업에 필요한 핵심 원자재 공급망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로봇과 전기차 등 ‘피지컬 AI’ 분야에서도 중국이 이미 선도적 입지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향후 AI 기술의 실물 구현 단계에서 경쟁력이 더 부각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중국 AI 산업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는 미국의 대중 최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가 꼽힌다. 딥시크는 지난 1년간 7차례 업데이트를 거쳤지만 초기만큼의 파급력을 내지 못한 배경에는 연산 자원 접근 제한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경제방송 CNBC는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의 첨단 칩 수출 규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국산 칩 사용을 장려하고 있지만, 최첨단 AI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전히 고성능 연산 자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딥시크 등장 직후 주가가 급락했던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은 약 1년이 지난 현재 당시 수준을 넘어서는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FT는 “AI 경쟁의 승패는 단기간에 결정되지 않는다”며 “기술 성능을 넘어 에너지, 자원, 산업 배치까지 포괄하는 국가 전략이 결국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