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일렉트릭의 초고압변압기./HD현대일렉트릭 제공 |
국내 전력기기 3사(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LS일렉트릭) 직원들은 요즘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이들은 “업황이 좋아질 거라곤 예상했지만, 이렇게 빨리, 비싸게 변압기를 팔 수 있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고 입을 모읍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력기기 1위 HD현대일렉트릭의 올해 영업이익률은 약 27%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7년 전만 해도 연속 적자를 내 그룹에서 미운 오리 취급을 받던 신세에서 명실상부 효자 사업으로 자리매김한 겁니다.
LS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도 전력기기·중공업 부문만 떼어놓고 보면 영업이익률이 18%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제조업 영업이익률 평균이 지난해 3분기 기준 7.1%인 것과 비교하면 전력기기 사업은 ‘꿈의 마진’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이런 호황은 인공지능(AI)이 촉발한 데이터센터 투자 붐으로 몸값 비싼 초고압 변압기 수요가 폭발한 영향입니다. 여기에 고환율 효과까지 더해지며 국내 전력기기 업계는 말 그대로 돈을 쓸어 담고 있습니다.
지난해 9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예상되는 HD일렉트릭은 지난달 말 직원들에게 기본급 등 약정 임금의 1195%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했습니다. 이는 HD현대 그룹 계열사 중 가장 높은 지급률입니다.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 경쟁사 직원들도 역대급 보너스를 기대하며 들뜬 모습입니다.
◇ 초고압 변압기 품귀에 빅테크들, 웃돈 얹고 줄 서
업황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국내 전력 기기 업체들의 수주 곳간은 2028년 물량까지 꽉 차 있습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이들 업체는 ‘수퍼 을(乙)’로 떠올랐고, 이제는 비싼 고수익 제품 위주로 주문을 골라 받는 선별 수주가 가능해졌습니다.
데이터센터 확충이 급한 빅테크들은 웃돈을 얹어서라도 초고압 변압기를 빨리 받으려고 줄을 서 있습니다. 이런 판매자 우위 국면이 이어지면서 국내 전력 기기 3사는 지난해 수주 잔고의 절반 이상을 미국발 주문으로 채우며 수익성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의 경우 전체 수주 잔고 중 미국발 비중이 이미 65%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수주 비율이 높아졌다는 건 곧 이익의 질이 달라졌다는 의미”라며 “빅테크 데이터센터용 제품의 수익률은 통상 다른 지역 주문보다 20% 이상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효성중공업이 작년 영국 스코틀랜드에 설치한 초고압변압기./효성중공업 제공 |
◇ “비싼 주문부터”… 수익성 극대화 전략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은 실제로 매출 덩치 불리기보다 수익성 위주의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삼성증권과 키움증권은 올해 HD현대일렉트릭의 영업이익률을 각각 27.9%, 27.2%로 예상했습니다. 지난 7일 HD현대일렉트릭이 제시한 올해 매출 전망치(4조3500억원)가 시장 기대보다 10%가량 낮아 한때 주가가 출렁였지만, 이는 저가 수주를 쳐내고 마진 높은 주문을 선별해 받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효성중공업은 ‘아픈 손가락’인 건설 부문의 리스크를 전력기기의 호황으로 잠재우고 있습니다. 미국 생산 전초기지인 테네시주 멤피스 공장의 증설 효과가 올해부터 본격화하면서 미국발 고수익 수주 비중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됩니다. 교보증권은 효성중공업에서 전력기기를 담당하는 중공업 부문의 영업이익률이 올해 18.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초고압 변압기 후발주자인 LS일렉트릭은 중국 법인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성장통을 겪고 있지만, 이를 털어내면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교보증권은 LS일렉트릭의 전력기기 부문 영업이익률이 올해 18.4%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부산 초고압 변압기 공장 생산 능력이 지난해 말부터 약 3배 늘어나면서, 설립 이래 최대 수익성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입니다.
◇ “최소 3년간 공급 부족”… 수퍼 사이클 2기 대비
LS일렉트릭 공장에서 직원들이 초고압 변압기를 조립하는 모습./LS일렉트릭 제공 |
전력기기 업체들이 일제히 증설에 나서는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공급 과잉이 예상보다 빨리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다운 사이클은 아직 멀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룹니다. 변압기 제조에서는 수공업 공정이 대부분이라 숙련된 인력이 필수적이지만 이들을 구하는 건 쉽지 않아 무작정 증설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듯 신중하게 증설에 접근하고 있어 최소 향후 3년여간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퍼 사이클 2기를 대비해 직류(DC),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연구·개발(R&D)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수퍼 사이클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전력업계의 혁신 경쟁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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