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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로 호화출장 간 공기업 무더기 적발···집에서 자놓고 148박 출장비도[Pick코노미]

서울경제 조윤진 기자,주재현 기자,유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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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로 호화출장 간 공기업 무더기 적발···집에서 자놓고 148박 출장비도[Pick코노미]

속보
美대법원, 트럼프 상호관세 적법성 금일 판결 안해
[공공기관부터 진짜 일 하자]
<1> 악순환 되는 방만경영
감사위원 대부분 정권코드 맞춰 임명다음 영전 자리 급급●통제는 뒷전
리더십 공백에 비위·불법 등 속출
해외 파견 땐 무이자 학자금 대출
창립일엔 유급 휴일로 무단 운영
전직원 태블릿PC 선심성도 남발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공기업들이 지난해 해외 관광·쇼핑 등으로 일정이 꾸려진 호화 출장을 다녀왔다가 무더기 적발됐다. 직원들에게 특혜성 대출을 제공하거나 유급휴일을 남용하는 등 일부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 행태도 포착됐다.

1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후부는 최근 ‘2025 세계감사인(監査人)대회’ 외유 출장 의혹과 관련한 산하기관 특정 감사를 마무리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7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세계감사인대회 출장이 부적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감사에서 적발된 기후부 산하 공기업은 남동·동서·중부·남부발전, 한국전력공사, 한전KPS·KDN, 한국수자원공사, 국립공원공단 등 14곳에 이른다. 다만 동서발전은 보고서를 늦게 제출한 것에 대해서만 주의를 받았다.

나머지 기관 소속 직원들과 일부 기관 상임감사들은 공식 학술 일정 외에 나이아가라 폭포 관광, 아웃렛 쇼핑 등을 즐겼으며 임직원 여비 규정을 초과하는 고급 호텔 숙박 및 식사를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최신 내부감사 기법을 배운다는 명목으로 출장길에 올라 사실상 5박 7일 동안 호화 관광을 즐긴 셈이다. 정부가 이 과정에서 낭비된 혈세를 환수 조치하라고 주문함에 따라 일부 공기업은 이번 출장을 주관한 한국감사협회에 수백만 원 규모의 비용 반환을 요구했으나 여전히 받지 못한 사실도 파악됐다.

더 큰 문제는 공기업의 이 같은 방만 경영을 견제할 내부통제가 마비됐다는 점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외여행심사위원회와 같은 사전 심사나 출장 자료 증빙과 같은 사후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이번 출장은 중요도가 낮고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불참을 통보했다”며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됐다면 충분히 사전에 거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리더십 공백 상태에서 출장을 결정한 것도 문제다. 이들은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한 지난해 4월 출장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장에 이어 조직 2인자로 볼 수 있는 감사부터 자기통제 기능이 망가졌다면 내부 감시에도 상당한 구멍이 뚫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일례로 감사원에 따르면 공공기관들은 올해 자체적으로 5462명의 연인원을 투입해 126개 사항에 대한 자체 감사를 벌일 계획이다. 아직 계획을 통보하지 않은 기관까지 포함하면 감사의 절대량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적지 않다.


문제는 내부 감사의 내실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청한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우리나라 공공기관 감사들은 대부분 정권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기 때문에 내부 업무보다 다음 영전 자리를 알아보는 게 최대 관심사”라며 “기관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파헤치기보다 그럴듯한 포장지를 만들면서 임기를 보내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지적했다.

내부통제 기능 마비는 매년 반복되는 비위 행위 적발로 이어진다. 에너지 공기업 A사의 경우 2018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직원 214명에게 출장 숙박비 1억 8075만 원을 부당하게 지급했다 감사원에 덜미를 붙잡혔다. 당시 사장은 148박을 자택에서 해결하고 444만 원의 숙박비를 부당 수령했다. 또 다른 공기업 B사는 휴가를 편법으로 줬다. 회사 콘도를 이용하면 ‘유급 특별 휴가’를, 자체 교육 시설에 휴가를 가도 ‘교육’으로 처리했다. 2020년부터 3년여 동안 이런 식으로 처리한 특별 휴가와 교육 일수를 합치면 1만 일이 넘는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업무상 해외 출장으로 사익을 챙기는 일 역시 지위 고하와 관계없이 비일비재하다. C 공기업의 전직 최고경영자(CEO)는 여섯 차례 해외 출장에 동거녀를 대동하고 출장 중 사적 관광, 1000만 원 상당의 공용 물품 사적 사용 등이 적발돼 불명예 해임됐다.


방만 경영 또한 고정 레퍼토리다. E사는 창립일과 노조창립일을 유급 휴일로 무단 운영했으며 F사는 노조 요구에 전 직원에게 태블릿PC를 지급하는 선심성 방만 경영을 일삼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9개 공공기관의 1805명이 교육훈련비를 지원받아 21억 원 상당의 노트북과 헤어드라이어 등 개인용 전자제품을 구매하는 등 부적정 집행 사례를 적발한 적도 있다. G사는 사회 공헌 활동을 빙자해 퇴직 임직원들에게 최대 1억 6000만 원 상당의 보수를 지급하는 재취업 자리를 만들어주다가 빈축을 샀다.

물론 이런 문제를 공공기관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정권의 연줄을 타고 내려오는 CEO와 감사들이 정권의 입맛에 맞춰 조직을 휘두르는 경우가 많고 어쩌다가 일할 맛 나는 CEO가 부임해도 정권이 바뀌면서 힘을 잃고 회사 전체가 표류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성호 경기대 교수는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정책 수혜자인 국민이 아니라 윗선의 눈치만 보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며 “결국 임용 절차의 객관성·독립성을 더 높여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와 기업들이 1%대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아직 마지막 퍼즐 한 개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공기업들이 효율적으로 자원을 집행하고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윤진 기자 jo@sedaily.com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유현욱 기자 ab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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